바람맞이

in #zzan5 years ago

온 나라를 긴장하게 하던 태풍도 물러갔고 오전 시간도 얼결에
지나 점심시간이다.

낙지를 먹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마음 편한 점심인지 아득하다. 낙지가 익을 동안 동치미 국물을
수저로 떠먹다 성에 차지 않아 그릇째 들고 마신다.

그동안 납품했던 제품의 리콜 때문에 먹는 것은 고사하고
밤잠도 설쳐가며 속을 태웠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제조사와의
미팅 끝에 리콜을 결정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일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추석에도 못 가고 일에 매달려 씨름을 했던 끝에 염려했던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얼마나 정신없이 일을 했는지 그 때는 몰랐는데 어제 하루
쉬고 나니 계속 입이 마르다 못해 속이 탄다. 물병을 들고
살아도 입에 침이 고이지 않는다.

뭔가 질깃질깃한 걸 씹고 싶어 점심에 낙지를 먹기로 했는데
낙지는 고사하고 동치미 국물을 몇 그릇이나 비우고 등을 기댄다.
이대로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르고 잘 것 같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커피 한 잔씩 들고 가을이 스며드는 길을
걷는다. 플라터너스잎을 흔드는 바람으로 허파꽈리를 가득 채운다.

연거푸 마신 살얼음 동동 뜨는 동치미국물보다 남은 얼음들끼리
달그락거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보다 구름 몇 쪽 데리고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는 파란 하늘이 시원하다.

이대로 조금 더 걸으며 눅눅한 머릿속을 하늘빛으로 물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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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좋아하는데 안먹은지 꽤 됐네요. 조만간 먹으러 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주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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