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어머님이 하신 부탁.

in #zzan5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추석 연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명절날이 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참 피곤한데, 또 이렇게 시간이 가네요.

저는 대구에서 지금 사는 이 곳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부터 어머니에게서 아버지 제사와 차례를 물려 받았습니다. 아버지 께서는 1994년도에 돌아가셨고 제가 결혼을 1996년도에 했으니 저희 집사람이 거의 23년 정도 제사와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 해서 대구에 있는 7~8년 정도는 어머니와 함께 제사와 차례를 지냈고, 대구를 떠나와서 1~2년 정도 대구에 가서 차례와 제사를 지냈습니다. 즉 거의 10년은 어머니와 함께 명절 차례와 제사를 지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3형제 중에서 막내라서 큰 집도 있고 더 큰 집도 있어서, 대구에 있을 때에는 명절에는 각 집 마다 순회 공연을 다녔네요. 집집마다 차례 지내면 거의 2~3시 거기서 다시 멀리 떨어져 있는할아버지 산소에 갔다 오면 저녁 10시, 또 그 다음날에는 아버지와 큰 아버지 산소를 갔습니다. 참 결혼 후에 명절은 힘든 기억 뿐이네요.

그러다가 이 곳으로 이사를 온 이후에는 제가 아버지 차례를 지내야 하니 할아버지와 큰 아버지 차례는 자연스럽게 제외 되었습니다. 본가에 계신 어머니 께서, 당신이 지내는 것이 힘든 것도 있고 또한 제가 있는 곳에서 대구 까지 차가 밀려서 명절 날 이동하는 것도 있고, 더불어 큰 집 식구들과 부딪히는 것이 싫은 것도 있고 등등해서 아마 저에게 차례와 제사를 물려 주신 듯 합니다.

그런데 이 번 추석에 아버지 산소에서 동생들 식구들과 어머니와 모두 모여서 어머니께서 폭탄 발언을 하시네요.

아들아! 이만하면 명절 차례 많이 지냈다. 이제 부터는 명절날 차례는 지내지 말고 기제사만 모시거라. 단, 큰 집에는 비밀이다. 괜히 말해서 이러쿵 저렇쿵 하는 소리 듣기 싫으니 우리끼리만 정하자. 내가 괜찮으니 니는 그렇게 했으면 한다. 추석에는 그냥 산소에 간단하게 음식 해서 추석 전에 식구들끼리 간단하게 모여서 절 하고 끝내고 추석에는 각자 편하게 지내는 것으로 하자.

글쎄 이렇게 말씀을 하시네요.
즉 설날 추석 명절 차례를 지내지 말아라고 하시네요. 제가 먼저 상의를 드릴 까 했는데, 먼저 말씀을 주시니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생각 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니 설날 차례는 지내 겠습니다. 추석 차례는 동생들 식구들과 함께 상의 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제가 60년대 생에, 나이는 50대, 80년대 학번 인데, 제 세대들이 딱 끼어 있는 세대 입니다. 위로는부모님이 하신 그대로를 물려 받았고 아래에 있는 자식들에게는 소위 모바일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부모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가 생각 보다 큽니다.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이런 문화는 물려 주지 말자고 합니다. 저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물려 주고 싶지는 않네요. 그래서 이 번에 차례를 다 지내고 음복을 하면서 큰 아들, 작은 아들에게 이렇게는 말했습니다.

아빠가 먼저 죽든 엄마가 먼저 죽든지 두 사람중에서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날에는 몰라도 명절날에는 힘들어도 꼭 찾아와서 살아계신 분과 밥은 한 그릇 함께 먹는 날로 하자. 그리고 제사도 겉치례 다 줄이고 다 함께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든지 외식을 하든지 해서 다 함께 무조건 모이는 날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빠 엄마 다 돌아가시면 니들이 알아서 하거라. 그래도 다 돌아가셔도 이왕이면 아빠 말 처럼 명절과 기일에도 니들끼리 그냥 모여서 밥 먹으면서 아빠 엄마 생각 한 번 해주는 날도 정했으면 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꼰대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의 제 생각은 그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남은 추석연휴 마무리 잘 하시고 일상으로 다들 즐겁게 복귀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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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랑 비슷한 연배였군요^^
시엄니께서 "나 죽으면 추석은 없어질거 같애~"
한 마디 하시더군요

반갑네요.
여기도 은근히 나이 있는 분들 많이 있습니다.
시엄니께서도 점점 줄여 나가실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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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8남매중 장남이시고 여전히 명절 차례와 제사를 지내세요. 어머니가 칠순이 넘으셨는데도 여전히 지내세요. 그나마 제사를 일년에 두번으로 줄이셔서 다행인데... 아버지 어머니는 본인들 돌아가시면 다 없애고 기일날 모여 밥이나 한끼씩 먹으라고 말씀하세요.
조금씩 바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장모님이 여전히 반대가 심하십니다.
그래서 집사람이 여태 아무말 없이 음식 한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자식들에게 저런 제사와 차례의 의미에 대해서는 미리 교육을 시키기는 해야 겠습니다.

부모님이 안계시면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해보니 찡하네요.

미미별님도 엄마잖아요.
시간 금방 갑니다. 정말 부모님 살아질세 섬기기를 다하셔야죠. ^^

별이가 아마 따라서 잘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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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저희집이랑 흐름이 비슷하네요.저희집도 내년부터는명절엔 차례 없애고 성묘만 하는걸로 하고 할머니,할아버지 제사도 매년 같은날 토요일로 정해서 산소에서 간단하게 지내는걸로 했네요.

어른들이 생각이 비슷한가 보네요.
늘 소나무 같이 한결같은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 부모님 같습니다.

산소에서 간단히 지내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 같네요.

어머님이. 현명한 결심을 하셨네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당신 자식 들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잘 주무시고 잘 드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지요. 그게 형식으로 치우치는 문제가 자손들을 괴롭히고요. 여러모로 모친께서 용단을 내리셨습니다. ㅎㅎ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형식이 자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시기 입니다.

그저 같이 공감하고 느끼는 일들이 형식보다 더 중요해 보입니다.

어머니 주변에도 그렇게 하고 티비에서도 줄인다고 하니 당신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느끼신 듯 합니다.

그저 고맙네요.

제겐 이번 추석이 부모님 두분 모두 안계시는 첫 명절이네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한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ㅠㅠ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하는데, 살아가면 갈수록 더 느끼네요.
저도 아니 우리네도 아이들에게 오래 오래 기억 되는 그런 부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사과님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는 멀더라도 명절만큼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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