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크루즈 투어] 혼자 크루즈 여행을 하는 방법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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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행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종 여행 카페에 글을 올렸다. 절박함과 막연함이 뒤 섞인 공고였는데 길 가다 아무데나 ‘사람 구함’이라는 벽보를 붙이고 무작정 기다리는 꼴이었다. 동행을 구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내가 흥미 있어 하고 타려고 하는 여러 구간을 광범위하게 알렸고 룸 셰어 개념이라 생각하니 남녀도 상관없다고까지 했으며 내 정보도 가볍게 적었다.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간절했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내게 쪽지와 메일을 보냈다.

“크루즈 타면 좋은가요?”
“제가 나이가 많은데 괜찮은가요?”
“저는 영어를 못하는데 크루즈는 타고 싶어요.”

실제로 받은 메일들에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나는 독립적으로 여행하되 단지 방을 나눠 쓸 사람을 원했기에 너무 원초적인 질문을 하거나, 너무 나이가 많아 모셔야 하거나 내게 의존적일 것 같은 사람은 거르고 동행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중 글을 올리자마자 연락을 주고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4주 일정에 큰 관심을 보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이름에 중사라는 군대식 계급을 덧붙인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다. (이하 중사라고 부르겠다.) 일정이 워낙 길고 싱가포르 주변을 뺑뺑 돌다 유럽으로 가는 이상한 루트였기에 나는 재차 중사에게 물었다. 일정이 이렇게 긴데 괜찮은지, 싱가포르 이탈리아 항공권이 비싼데 괜찮은지, 인도 스리랑카 비자 비용도 은근한데 괜찮은지. 중사는 모든 대답에 척척 무리 없다고 답하고는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근데 제가 늦게 자고 코를 조금 고는 데 그건 괜찮으시겠어요?”

누군가를 만나 같이 여행하는 것은 이렇게 많은 ‘실례합니다만’을 양해하고 양해 받는 일이다.

“저도 늦게 자는 걸요 뭐. 그리고 저는 잠잘 때 예민하지 않아서 괜찮아요.”

그렇게 치면 나도 ‘제가 방을 지저분하게 쓰는 데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술을 많이 마시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양해 받아야 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최종적으로 우리의 동행은 취소되었는데 내가 크루즈에 매일매일 붙는 서비스 팁을 간과해서 일정이 긴 만큼 실제 가격이 생각보다 훨씬 뛴 게 가장 큰 이유였고 두 번째는 수영복이었다. 무슨 수영복이냐고? 중사라는 닉네임에서 풍기는 경직됨과 군사적인 사고방식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애초에 뒤로 밀어둔 지 오래고 나는 정말 그와 28일간 한 방을 쓰는 것도, 그가 코를 골거나 늦게 자는 것도, 그와 같은 화장실을 쓰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수영복 입은 모습 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와 상관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가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보는 건 괜찮은데, 애인도 아닌 나와 상관이 있게 된 안 친한 남자가 그걸 보는 건 끔찍이도 싫었다. 그래서 우리의 동행은 불발되었다. 물론 두 번째 이유를 솔직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나보다 나이가 조금 어리거나 많은 그녀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시기와 루트의 문제로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여러 번 어그러졌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줬지만 그중에 같이 여행을 같이 할 사람은 결국 없었다.

나는 구글 창에 ‘Solo cruise’ ‘Single for cruise’ 등의 검색어를 변주해 입력하며 끊임없이 대안을 찾았다. 크루즈가 활성화 되어있는 미국이나 유럽에는 크루즈 동행을 구하는 몇 개의 사이트가 있었지만 언어 문제나 결제 문제로 내가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몇몇 여행사에서는 싱글들을 위한 크루즈 상품을 구성해 판매했는데 룸메이트를 짝 지어줘서 저렴한 가격에 크루즈를 이용할수 있었다. 물론 원한다면 돈을 더 내고 혼자 방을 쓸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싱글 남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에 그곳에 가면 적어도 ‘썸’을 탈 수 있을 거라는 야릇한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내가 다니는 루트와 시기에 맞는 상품은 너무, 아주, 많이, 굉장히, 지독히 아쉽게도 없었다...

또 드물지만 몇몇 선사들에서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싱글룸을 제공하는데, 그 수량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내가 가려는 루트를 대체할 만한 건 없었다.

내가 처음에 계획한 크루즈로 세계여행 루트는 이렇다.

1차 : 상하이-홍콩-베트남-태국-싱가포르 (15일) 셀러브리티
2차 : 싱가포르-스리랑카-인도-오만-이탈리아 (28일) 코스타
3차 :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영국-암스테르담. (11일) 코스타

그리고 만약에 여행 자금을 외부에서 협찬 받을 수 있다면 영국-뉴욕, 마이애미-남미, 남미-호주까지 갈 생각이었다. 뭐 이건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까지는 가능성을 열어두자. 나는 외국의 크루즈 예약 사이트를 하루에도 수 십 번 드나들며 루트를 연구하고 가격을 비교해봤는데 너무도 상투적이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역시 솟아날 구멍은 생기는 법이더라. 역시 속담은 괜히 속담이 아니다. 우리 옛 성인들의 지혜와 경험이 응축된 진리이다!! 얏호

대부분의 크루즈는 1명이 예약할 경우 2배에 육박하는 가격을 책정했지만 아닌 배들도 있었던 거다. 진짜 지독히도 많은 배들을 검색하며 알아낸 사실이다. 집념의 승리랄까? 그 배는 홍콩을 모항으로 운영하는 드림 크루즈와 스페인 선사인 풀만 투르이다. 물론 2명이 예약하는 것보다 비싸긴 했지만 드림 크루즈의 경우 3~4일 정도의 짧은 일정은 100달러 정도를 더 내면 됐으며 풀만 투르는 2인 예약 시 1인 가격의 120% 정도라 그렇게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눈치 보고 익스큐즈를 구해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혼자인 몸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하는 것이 홀가분할 터였다. 말하자면 100달러와 200달러로 자유를 사는 거였다.

그래서 변경된 루트는 아래와 같다.

1차 : 상하이-홍콩-베트남-태국-싱가포르(15일) 셀러브리티
2차 : 싱가포르-페낭-푸켓-싱가포르(4일) 겐팅드림호
3차 : 두바이-오만-요르단-수에즈 운하-그리스 (15일) 풀만투르
4차 :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영국-암스테르담 (11일) 코스타
5차 : 가능하면 쭉쭉쭉…

우선은 3번 까지 확정이다. 4번은 동행과 여비의 문제로 아직은 불확실하다. 자 이제 머리 아픈 동행 문제가 대충 해결이 되었으니 떠나는 일만 남았다.




[월드 크루즈 투어] 혼자 크루즈 여행을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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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잼난 글 연재해주시는 분이 스팀잇에 오셨군요 ㅎㅎ 반갑습니다.

재밌다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크루즈 한번은 해봐도 될듯합니다~전 약간 지겨울거 같기도함~^

왕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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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납니다.멋져요...

재미나게 써보고 싶어 좀 오바를....했달까요. 흐흐

언젠가는 떠날 크루즈입니다. 저는 지중해로~ 쟈전거 겆고 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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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협찬 받으시면 거의 세계여행 수준인거네요.
잘 되시길 바라구요~
싱글차지가 크게 비싸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
부럽습니당~~

두바이-그리스 저도 관심있는데 과연 언제 가게될지는 모르겠어요. 여행기 기대할께요!
ㅋ 제가 고양이만 아니었더라도 같이 가자고 졸랐을 듯.. (저도 술 좋아하거든요;;;)

써니님이랑 두바이-그리스 크루즈를 같이 타면 정말 좋을텐데...저 크루즈는 심지어 무.제.한 주류가 포함이거든요!!!!!! 곧 탈 건데 너무 기대중이여요 +_+

헐... ㅠㅠ 엄청난데요?!!!!! 혹시 두바이도 며칠 머무르시는거예요?

엇 이 글을 지금에야 봤네요! 네 두바이에 친구가 있어서 한 4일 머물고 크루즈 탔어요 :)

앗 ㅋㅋ 넵! 시간되시면 같이 밥 한끼 하려 했는데 아쉬워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글을 쓰고 바로 배를 타서 ㅠㅜ 아쉽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기를 :)

낯선사람에게 수영복 입은모습은 왕부담이긴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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