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3-6. [UAE] 루브르 아부다비 #2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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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 세계의 종교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문명과 제국>에 이은 네 번째 전시실의 주제는 <전 세계의 종교>로,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그리고 타 지역의 토속 신앙에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15세기에 시작된 힌두교, 기원전 6세기의 불교, 1세기의 기독교, 7세기의 이슬람교 등 종교 대부분이 지금부터 약 2000년 전후로 발생했기 때문에 역사 순대로 이어지는 네 번째 주제로 종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관음보살, 당(중국), 600~700



춤추는 시바, 촐라 왕조(인도), 950~1000



좌 : 성모와 아기 예수, 프랑스, 1500
우: 코란, 맘룩 왕조(시리아), 1250~1300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슬람 국가인 이 나라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유물이 함께 전시되어있다는 점이다. 전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타 종교를 믿는 것을 허용(무슬림에게 타 종교를 포교하는 것은 위법이다.)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슬람교는 신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조각상 대신 코란이 전시되어 있으며, 또한 같은 이유로 이후에 소개할 이슬람 문명의 예술 또한 기하학 패턴, 식물 문양, 캘리그래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5. 교역로


실크로드

다섯 번째 전시실의 주제는 <교역로>로, 중국과 서역, 인도, 한국, 일본 등을 잇는 교역로를 통해 서로의 문화가 전파된 것을 볼 수 있다. 실크로드의 이용은 기원전 2세기부터 였으며, 당대(唐代: 618~907)에 이르러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었다[1].


비단, 향료 등의 사치품뿐 아니라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 또한 실크로드를 통해 약 2000년 전에 중국으로 전해졌다.[2] 이후 372년에는 중국을 통해 고구려에도 불교가 전파되었다.[3]


좌 : 부처 두상, 굽타 왕조(인도), 400~500
우 : 부처 두상, 동위-북제(중국), 530~580

위 사진은 둘 다 부처의 두상으로, 인도의 부처는 인도 사람 같이 큰 눈에 두꺼운 입술을 가졌지만, 중국의 부처는 눈도, 코도, 입도 작고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인도인과 중국인이 다르게 생긴 것도 그 이유겠지만, 그들의 미의 기준도 달라서인 것 같다.



화장합, 당(중국), 700~800

나무, 거북이 껍질, 자개, 호박으로 당나라에서 만들어진 이 화장합은 당시 무역로를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으며, 쇼소인 컬렉션(756년 쇼무왕이 죽은 후 명복을 빌기 위해 왕비가 도다이지에 헌납한 600여 종의 애장품)[4] 중 하나이다.


종교 의식에 주로 사용되었던 몰약, 유향 등 아라비아산 분향료와 침향, 단향 등의 동남아산 분향료 또한 실크로드와 그 외 교역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었다. 유향의 경우 불국사의 석가탑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5].


좌 : 십자가가 있는 향로, 모로코, 500~600
중 : 산 모양의 향로, 남송(중국), 1127~1279
우 : 향로, 오만, 1100~1300



향로, 이탈리아, 1350~1400

고딕 양식의 성당을 본떠 만든 것 같은 정교한 이탈리아의 향로도 멋있지만, 마치 화산에서 연기가 피어 나오는 모습일 것 같은 모습의 중국 향로가 더 마음에 든다.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 향로에 십자가가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로마 제국에 지배당했던 2세기에 기독교가 전파되었으며, 이슬람 국가가 된 것은 7세기 후반이라고 한다[6].


중국의 도자기 또한 실크로드에서 교역된 인기 물품 중 하나였기에, 페르시아에서도 중국의 도자기를 모방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좌 : 수탉의 머리가 있는 주전자, 페르시아(이란), 1100~1300
우 : 봉황 머리가 있는 주전자, 당(중국), 600~900



용 장식이 있는 접시, 원(중국), 1300~1400



국화 문양 상감청자, 고려, 1100~1300



물고기 문양의 그릇, 이란, 1300

위에 소개된 닮은 꼴의 주전자와 물고기 문양의 그릇이 그 예로 그릇의 경우 금과 염료를 이용해 이슬람 특유의 문양을 그렸지만, 녹색의 그 빛깔은 중국의 청자를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화 문양 상감청자는 루브르 아부다비에 있는 단 한점의 한국 예술품인데, 색이 단조로운 중국 청자와 염료로 채색한 이란의 그릇과 달리 상감 기법[7]을 통해 색을 표현하면서도 따로 염료를 덧칠한 것 같은 이질감이 없어서 이곳에 전시된 도자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중국에서 14세기 초부터 만들기 시작한 청화백자는 실크로드를 통해 페르시아로부터 수입한 코발트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이 역시 각국으로 전파되었고 특히 당시의 오스만 제국(터키)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8]. 한국에서는 조선시대인 15세기부터 청화백자를 생산하였다.[9]


식물과 꽃 문양의 접시, 중국, 1300~1400



캘리그래피로 꾸며진 약제용 병, 시리아, 1300~1400



사자 문양의 그릇, 베트남, 1400~1500


6. 지중해에서 대서양까지

5번째 전시실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교역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6번 째 전시실은 중세시대의 유럽 회화와 유물을 소개한다.


지난 글에서 아래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재료를 퀴즈로 냈는데, 아쉽게도 아무도 답을 맞히지 못했다. 19세기, 18세기, 9세기까지의 답변이 나왔는데, 사실 내가 이 그림을 보면서 의아했던 것도 이 그림이 중세의 회화보다는 오히려 19세기의 후기 인상주의[10] 유화에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225~250년 경에 로마 제국의 통치를 받던 이집트에서 그려진 파이윰 미라 초상화[11] 중 하나로, 안료와 밀랍을 섞어 채색한 것이다. 답을 알고 나서 그림을 다시 보면, 이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로마의 의복 같기도 하고, 손의 모양도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이후에 서양의 미술은 얼마나 더 발전했을까?


약 500~1500년까지 중세 시기의 예술은, 아름다움 그 자체보다는 오직 기독교 교리를 설파하는 데 사용되었다. 금속 활자도 발명되지 않았으며, 문맹률도 높았기에 많은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웅장한 교회를 짓고 군데군데에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림, 또는 조각으로 나타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세 시기의 음악 또한 교회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으로, 오늘날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의 출생연도를 살펴보면 조반니 비탈리(1632년), 안토니오 비발디(1678년), 헨델(1685년), 바흐(1685년) 등 모두 중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성모와 아기 예수, 프란체스코 트라이니,이탈리아, 1325

위 그림은 1325년 작으로, 앞서 소개한 그림보다 1000년이 지난 후의 그림이지만, 템페라 기법(안료에 계란 노른자 등을 섞어서 사용[12])을 통해 피부 표현이 부드러워졌다는 것 이외에는 크게 발전하지 않은 듯 보인다. 빛의 방향 때문에 그림을 정면에서 찍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여전히 원근법에 의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당시 그림 중에는 유독 금박을 사용한 그림이 많은데, 이는 성모나 예수의 후광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당시 기독교의 부가 어느 정도였는지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예수의 몸과는 달리, 성모의 몸은 편평하게 그려졌는데, 이는 시대 분위기상 성모의 그림을 성적인 느낌이 나도록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4세기 흑사병의 창궐로 유럽 인구의 1/4 정도가 사망하자, 더 이상 신과 사후 세계가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보는 르네상스 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이의 근원지는 이탈리아의 피렌체로 그 당시 은행업으로 막강한 부를 거머쥔 메디치 가문에서 여러 예술가를 후원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13]


성모와 아기 예수, 조반니 벨리니, 베네치아(이탈리아), 1480~1485

1480년도 후반에 그려진 성모와 아기 예수는, 약 150년 전의 그림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15세기의 서양 회화에는 두 가지 발전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원근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고, 두 번째는 유화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전의 그림과는 달리 비록 옷감에 한해서지만 성모의 몸도 입체감을 갖기 시작했다.


8세기 경, 모로코를 비롯해 북아프리카를 지배했던 이슬람 세력은 바다를 건너 이베리아반도마저 정복했다[14]. 이슬람 세력에 의한 스페인의 통치는 1492년 기독교 세력인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의 연합군이 스페인을 탈환할 때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에[15] 스페인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럽과 이슬람이 혼합된 특유의 문화를 가질 수 있었다. 1492년은 스페인에 있어 또 하나의 의미가 있는 해인데, 그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자 문양의 분수, 스페인, 1100~1300

사자 문양의 분수는 배를 통해 들어온 물이 입으로 나가는 형태로, 자세히 보면 이슬람 양식의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문장과 아랍 글자를 모방한 무늬의 그릇, 스페인, 1415-1430

이 그릇의 중앙에 있는 문장은 유럽의 것이면서도, 주위를 둘러싼 패턴에서는 아랍을 느낄 수 있다. 얼핏 보면 아랍어를 써 놓은 것만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의미 없는 반복적인 그림일 뿐이다.



보압딜 왕의 검, 나스르 왕조(스페인), 1475-1525

기독교 세력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낼 때 마지막까지 버틴 곳이 바로 보압딜 왕이 있던 그라나다였다. 보압딜 왕은 결국 1492년에 항복하고 모로코로 돌아가는데,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에서 떠나야 했을 그를 생각하니 어쩐지 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이후 전시실에 대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ference

[1] 실크로드
[2] 불교의 성립과 전래
[3] 삼국의 불교 전래와 일본 전파
[4] 쇼소인
[5] 유향
[6] History of Morocco
[7] 상감청자
[8] Blue and white pottery
[9] 청화백자
[10] Post-Impressionism
[11] 파이윰 미라 초상화
[12] 템페라
[13] Renaissance
[14] 이슬람세계로 변한 이베리아반도와 지중해
[15] 스페인의 중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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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Louvre Abu Dhabi - Abu Dhabi - United Arab Emirates

관련 링크
https://www.louvreabudhabi.ae


여행을 추억하다. [UAE] 루브르 아부다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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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 이런곳이 있다니 놀랍군요~

루브르 아부다비는 작년 가을에 열었고, 구겐하임도 짓고 있어요. 얼마전엔 워너 브라더스도 오픈했고요.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관광 문화 도시로 탈바꿈하려고 노력중이예요.

아부다비의 루브르, 구겐하임이라니 대단하네요. 궁금하게...

한마디 듣는 것과 안듣는 차이는 엄청나죠.. 걍 보고만 다니는 한사람..
멋진 안내 잘 받았습니다.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겐하임도 들어오고나면 한번쯤 놀러오세요!

확실히 우리 나라 사람인지라 고려 청자가 제일 반갑네요ㅎㅎㅎ

ㅋㅋ 우리 정서에 맞는건지 저도 고려청자가 제일 좋아보여요.

헙... 중간에 이콘이 가장 반가운 저는 한국인이 아니었나봅니다...
-ㅅ-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무 종교도 믿지 않아 그럴 수도 있어요. ㅋㅋ 근데 그걸 떠나서도 저는 종교와 관련되지 않고, 밝은 색이면서도 차분한 그림을 좋아해요.

몬드리안 어떻습니까. 밝고 아주 정적일 정도로 차분한데...

진품을 살 수가 없어서...

아.. 진품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똑 같은 작품이 없는 게 좋아서요.

사진과 글을 읽다 보니 써니님의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박물관 구경을 한 것 같습니다~
퀄리티가 느껴지는 포스팅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음편도 열심히 써볼께요!

써니님이 큐레이팅을 너무 잘 해주셔서 꼭 박물관에 온 기분이에요.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써니형!
완전 박물관 도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
진짜 홀린 듯 스크롤 내렸어~
이런 글 넘 멋지다!! ^_^

재밌게 읽었다니 고마워! 여기가 다 좋은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서 좀 아쉽더라고. 그래서 자료도 찾아가며 자세히 적어봤지만, 빼먹고 지나간 작품도 많아. ㅋ

생생한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같은 용도의 물건을 시기와 나라별로 함께 모아 놓은것이 인상적이네요. 중동 국가다 보니 적어도 서구 중심적인 사관이 중심적이지는 않아 보여서 좋습니다.

저도 그런 점이 좋았어요. 유럽에서 미술관에 가면 당연히 그들 작품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에 미술 역사도 마치 유럽에서 다 이룬 양 설명이 되는데 이곳에서 아시아의 작품들을 함께 접하니까 다르더라고요.

기다리던 루브르 아부다비의 두 번째 이야기!! :)
멋진 사진들과 차분한 설명에 큐레이터와 함께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일단 사자 분수는.. 왜 제 눈에는 웰시코기나 시츄.. 가 보이는지? ㅋㅋㅋㅋ 귀엽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박물관에 가면 깊이 있는 감상보다는 제 눈에 예쁜 것들(주로 귀금속...?)을 좋아했는데 접시와 향로, 화장합 모두 너무 너무 예쁘네요. (감상의 수준이 예쁘다 를 넘어서질 못 하는 듯...) 마지막 칼은 왕좌의 게임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 담겨있을 법한 칼이네요.^^

부처의 얼굴이 인도와 중국이 서로 다르게 묘사된 것도 신기해요. 확실히 중국 부처상의 얼굴은 옛날 중국 미인도에 나온 얼굴과 눈매 등이 비슷하네요.

저도 이곳의 용, 사자를 볼 때마다 집에있는 고양이가 떠올라요. 멋있어 보이라고 만든건지, 귀여워 보이라고 만든건지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박물관의 귀금속이라니!! 생각해보니까 저도 특별전시회에 있던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한참 쳐다봤었어요. 과연 사진으로 있을지..
여행다니면서 박물관 미술관을 꽤 다녔는데, 사진으로 남긴건 아시다시피(?) 올 봄부터라, 앞으로 지난 여행기 쓸때마다 아쉬워할 것 같아요.

부처 비교는 재밌죠 ㅎㅎ 중국에서 건너왔을 불상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선 넙적하고 인자한 얼굴이 된 것인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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