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3-5. [UAE] 루브르 아부다비 #1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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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아부다비는 2017년 11월 11일에 개관한 루브르 박물관의 첫 분관으로, 경매 사상 최고가를 갱신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가 전시될 예정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상설 갤러리와 특별 전시관으로 나뉜다. 상설 갤러리에는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소유한 작품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에서 빌려온 작품을 볼 수 있고, 특별 전시관은 1년에 4번 색다른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루브르 아부다비에 대한 글은 상설 갤러리 3회, 특별 전시회 1회로 나눠 쓸 예정이고, 그 이후에는 루브르 박물관이 위치한 사디얏 아일랜드를 소개할 예정이다. 상설 갤러리의 작품의 경우 시대 순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티켓 구입

  • 현장 구입 가능하나 줄이 길 때가 있으므로 웹사이트를 통해 사는 것을 추천

관람료

  • 성인 : 60디르함 (18,000원)
  • 청소년 : 30디르함 (9,000원)
  • 아동 : 무료

한국어 지원 여부

  • 안내 책자 : 지원
  • 멀티미디어 가이드 : 미지원

내가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게 된 것은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방문하면서부터였다. 그전에도 한국에서 미술관을 가거나, 칸딘스키나 피카소 같은 거장의 특별 전시회를 관람할 기회는 있었으나 배경 지식이 없어 그냥 눈으로 보기만 했다.

신혼여행 때 한국분이 진행하시는 우피치 투어를 신청했는데 그날따라 신청자가 나와 남편밖에 없어 개인 투어가 진행되었다. 덕분에 우피치를 걸으며 종교 미술과 르네상스, 바로크 미술에 대해 역사적 사실이 담긴 설명을 듣고, 피렌체 거리를 걸으며 메디치가의 흔적이 남은 건물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정말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여행을 갈 때마다 꼭 그곳의 유명한 미술관에 들렀는데,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미술 수업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 고등학생일 때의 미술 수업은 대부분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 주가 된 실기 수업이었다. 사실 미술 전공생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생각해보면 미술 교과서에 유명한 그림도 많이 실려 있었는데, 이론 수업을 통해 미술이 발전하게 된 그 배경을 그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었다면 많은 학생이 조금 더 미술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다른 이유로 루브르 아부다비에 자주 다녀왔다. 이곳의 연간 회원권은 1장 구매 시 1명 동반 입장이 가능한데, 제대로 읽지 않아 남편과 각자 회원권을 1장씩 샀기 때문이다. 그 바보 같았던 행동 덕분에 한동안은 주말마다 지인들을 데리고 이곳을 방문했고, 그들에게서 커피나 점심을 얻어먹었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 겨울에는 꼭 1장만 구매하려고 한다.


외관


루브르 아부다비 입구



바다와 맞닿은 루브르


내부


예술은 영혼에 묻은 일상의 먼지를 씻어준다 - 피카소


대부분의 미술관이 그렇듯 루브르 아부다비도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며, 물은 소지할 수 없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티켓 오피스와 멀티미디어 가이드를 빌려주는 곳이 있으며 이후 상설 전시관, 특별 전시관, 그리고 내부 음식점으로 갈 수 있다. 특별 전시관은 다른 건물에 위치하는데 기존에 표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 전시관 입장 시 또다시 표 검사를 하므로, 박물관을 떠나기 전까진 표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


메인 전시관


이곳의 메인 전시관은 석기시대의 유물에서 시작하여 현대 미술까지 시대순으로 잘 전시되어 있다. 유럽의 미술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종교화,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그림의 수는 적지만, 대신 중동, 인도의 미술을 접할 수 있으며, 근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0. 현관

처음으로 들어서는 방에서는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문화의 유물을 비교 전시하고 있다. 유럽의 박물관(또는 미술관)이 주로 유럽의 역사를 대변한다면, 이곳에서는 유럽, 중동, 아시아, 나아가서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유물을 함께 전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루브르 아부다비의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위의 유물도 그중 하나로, 이 셋은 모두 만들어진 연대가 다른 터키, 중국, 인도의 물 주전자다. 하지만 그 모양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아있다.


1. 석기 시대


항아리, 아랍 에미리트, 기원전 5500

BCE 5500년 즈음 만들어진 이 토기는 아랍 에미리트에서 출토되었는데, 놀랍게도 이곳에서 1,000km 떨어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도 해상 무역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다.


2. 청동기 시대 : 초기 문명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6대 문명 중 황하, 그리스, 이집트 문명,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BCE 2333년에 고조선이 건국되었다.



라가쉬 왕국의 구데아 왕, 수메르(이라크), 기원전 2120

머리의 장식, 팔의 근육, 옷 주름 등이 꽤 정교하게 다듬어진 석상이다. 이러한 석상이 4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석상의 뒤로 보이는 어두운 방은 이집트 문명의 유물 및 미라 등이 전시된 곳으로, 다른 공간에 비해 어둡고 서늘한 편이다.



람세스 2세, 이집트, 기원전 1279~1213

이렇게 이집트 유물을 관람하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그들에겐 빼앗긴 유물일 것이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제사용 그릇, 서주(西周)(중국), 기원전 1100~1000

그릇 내부에 쓰인 글자가 아직도 깨끗하게 남아 있다. 이 글자들이 그 시대를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팔찌, 지비에(이란), 기원전 800~600

상설 갤러리에는 군데군데 작고 어두운 방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 제2 전시관에 딸린 작은방에는 금으로 만든 화폐와 귀금속을 볼 수 있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위의 팔찌였다. 2600년 전 것이라고 하지만, 동시대의 카르티에 팔찌라고 소개되어도 의심 없이 믿을 것 같다.


3. 문명과 제국


스핑크스, 그리스 문명(그리스/이탈리아), 기원전 600~500

기존엔 기하학 양식을 띠고 있던 그리스 미술이 동쪽의 소아시아, 이집트 미술의 영향을 받아 사람 형상을 띠는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진 않다.

위 사진은 그리스의 스핑크스인데, 수수께끼를 내는 스핑크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이집트의 스핑크스와는 별개이다.



암포라(항아리), 그리스, 안도키데스, 기원전 530

왼쪽에 있는 항아리는 왠지 미술 교과서에서 본 것만 같다. 2500년 전의 도자기인데, 본명인진 알 수 없으나 이 도자기에 화가의 이름, 안도키데스가 적혀져 있다고 한다.

도자기의 그림을 보면, 주위를 꾸민 기하학적 무늬와 함께 사람이 등장한다. 이 사람들이 정면을 보는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그러면 도자기의 불룩한 면 때문에 뭔가 이상한 그림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마치 < > 모양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측면 그림을 그렸을까?



소크라테스(기원전 469년 출생)가 활동했던 기원전 5세기 즈음, 그리스 철학의 주제는 '자연'에서 '사람'으로 옮겨왔으며[1], 그리스의 예술도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스와는 달리 나머지 나라들은 동물을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날개달린 용, 춘추전국시대(중국), 기원전 475~221

어딘가 기어오르려는 용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뒷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우리 집 고양이가 생각나는 게, 당시 중국인에게도 용은 무서운 존재가 아닌 친숙한 존재였을까?



이집트 양식의 석관, 페니키아 문명(레바논), 기원전 450



그리스 양식의 석관, 페니키아 문명(레바논), 기원전 450~400

그리스와 레바논, 이집트와 레바논 모두 꽤 거리가 있지만, 그 당시 이집트와 레바논 지역은 아케메네스 제국에 의해 통치되었고, 그리스와 아케메네스 제국 간의 전투도 잦았으므로 자연스럽게 양쪽 문화 모두 전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테나 여신상(복제품), 이탈리아(?), 기원전 100 또는 기원후 100~200

그리스는 기원전 146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기원전 5세기에 시작된 인본주의적인 예술은 계속되어 실제 사람의 모습과 거의 흡사한 조각상을 만들어냈다. 이제까지 봤던 그리스-로마 대리석상 중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라오콘 군상인데, 뭔가 이 세상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부처 두상, 파키스탄, 기원후 100~300

눈매가 굉장히 선하면서도 사연있을 것 같이 잘생긴 이 부처의 두상은 파키스탄에서 만들어졌다.

석가모니와 공자도 역시 기원전 5~6세기에 활동했는데, 이처럼 이 시기에 인간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철기의 보급으로 인한 농법의 발달로 생활이 윤택해져서라는 의견도 있다.



성경의 내용으로 꾸며진 석관 측면, 로마(이탈리아), 기원후 300~350

로마의 박물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슬람 국가인 이곳에서 성서의 내용이 담긴 유물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신선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타 종교를 허락하며 외국인의 경우 타 종교를 믿는 것을 인정하기에 이런 유물이 전시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이후 전시실에 대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퀴즈 : 이 그림은 언제 무엇으로 그린 그림일까요?
(예제 : 21세기, 색연필). 맞추시는 분께는 약소하지만 풀봇하겠습니다.

[1] 그리스철학 - 두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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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Louvre Abu Dhabi - Abu Dhabi - United Arab Emirates

관련 링크
https://www.louvreabudhabi.ae/


여행을 추억하다. [UAE] 루브르 아부다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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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행을 가면 꼭 그곳에 있는 미술관을 들린 답니다.
그러면서 그림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요.
여행 일정 중 반 이상은 미술관에서 보내는 것 같아요.ㅋ

얼마전부터 한국 티비 프로 중 알쓸신잡 시즌3이 시작되었는데, 거기서 피렌체를 갔더라구요.
두오모는 물론이고 메디치가와 우피치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어요.
저는 피렌체는 가보지 않아서 그걸 보고 너무 여행이 가고 싶어진 요즘입니다.ㅜㅜ

아부다비는 전에 모스크 소개한 것도 그랬는데, 현대적이고 약간 차가운 느낌의 건축을 구사하는 것 같아요.
특색있어 좋으네요.

피렌체 정말 좋아요. 로마는 너무 넓고 택시도 막 바가지 씌우고 해서 싫어하는데, 피렌체는 조용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꼭 가보시길 추천해드려요.
작년에 어머니랑 다녀왔는데, 얼마전에 알쓸신잡 보시더니 이거 보고 갔으면 좋았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보신 김에 다음 여행지로!! :) (가을에 가게 되시면 포르치니 버섯이 들어간 스파게티 꼭 드셔보세요)

아부다비랑 두바이가 건축물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요. 아무래도 석유 자원은 계속되기 힘드니 관광지로 부상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아요.

아부다비의 루브루는 뭔가 느낌이 다르군요 ㅎㅎ전 미알못이라...가면 슝 하고 돌다 나올것같은기분이...

저도 미알못이라 미술관 가서 도슨트 분 설명 듣는걸로 만족했었는데요, 유럽에서 한번 한국어로 역사와 함께 설명 듣고나니 더 관심이 가서 이후부터는 자료도 찾아보고, 설명도 유심히 읽어보고 있어요.
누구나 처음엔 미알못이니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 저는 "이 미술관 그림 중 집에 걸어놓고 싶은 그림 한 점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구경할 때도 많아요. ㅋㅋ 그러면 또 재밌더라고요.

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루브르 아부다비 도 루브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멋지네요~! 언젠가 루브르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아부다비도 꼭 가고 싶네요~^^ 멋진 여행기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기온과 상관없이 구경하실 수 있으니 유럽 여행 가시는 길에 들러보세요!

그 오랜 옛날에도 해상무역이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게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과는 꽤나 먼 거리였을 텐데요 ㅎㅎㅎ 과거의 배 만드는 기술과 무역술을 출토된 도자기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게요 ㅎㅎㅎ

제가 아부다비를 여행하였을 때는 9월 너무나 더운 시기라서 정말 정신 없이 다니느라 이 전시관에는 가보지 못했는데, 안 간게 후회되네요.

루브르 아부다비가 개관한지 11개월째라 아마 여행하셨을 땐 아직 오픈 전이었을 거예요. ㅜㅜ 말씀대로 이곳은 9월도 너무 덥답니다.

아 그렇다면 제가 여행했을 때는 개관하지 않았을 때네요 ㅠㅠ

역시 사진은 배워서 찍어야하나 봅니다.... ♡-♡

아앗 +_ + 스팀잇 덕분이죠. 어두운데서 찍느라 ISO를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게 아쉽긴 해요.

이렇게 아부다비의 루브르를 둘러보니 너무 좋아요 써니님 ㅎㅎ
아부다비에 이런 미술관이 있다니!+_+

작년에 생겼어요 :) 근처에 구겐하임도 짓고 있는데 언제 오픈할 지 모르겠어요.
조만간 오픈해서 눈호강할 기회가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D
저도 여행가면 꼭 그 지역의 박물관에 들리고는 해요. 가서 실질적으로 잘 이해는 못해도 여행지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게 여행지에 대한 예의 같다랄까요. :)

전시실 이야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퀴즈의 답은 19세기 색연필로 한 번 찍어봅니다. :)

아앗! 드디어 문제를 풀어주시는 분이 생겨서 기쁩니다. ㅠ_ ㅠ

오.. 저도요! 예전에는 여행 가기 전에 관련된 책도 읽고 그랬는데, 요샌 그렇게까지 열정적이진 않아서 박물관이라도 가려고 해요.

유물들도 멋진데 건축 너무 멋지네요. CG인줄 알았어요! 저는 18세기 흙가루(도자기 유약느낌이...)로 하겠습니다.

Jean Nouvel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건축은 더더욱 몰라서..) 시간에 따라 빛이 다른 방향으로 들어오는게 포인트라고 들었습니다. 답도 접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사진들이 예술입니다.
배우고가요 @realsunny

앗,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에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직접 그리셨네요.ㅎㅎㅎ 혹시 파워포인트로...? 전 파워포인트로 한 땀 한 땀 찍었었는데, 와 어려웠어요.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첫번째 사진은 뭔가 분위기가 미래틱(?)한데, 박물관이라니 굉장히 센스 있게 보여요.

ㅎㄷㄷ 강을 직접 그린건 아니예요.
구글맵은 복붙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https://www.openstreetmap.org 여길 이용하게 됐는데요, 여기서 tigris river를 검색하니깐 표시를 해주더라고요. 티그리스랑 유프라테스랑 이미지 만들어서 포토샵에서 합성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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