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 인도 코친의 노을

나른한 하루의 끝자락에 우리는 작은 배를 타고 번화한 마을로 나갔어. 공원의 벤치를 뜯어다가 옮겨놓은 듯한 의자가 두 줄로 늘어서있는 작고 낡은 배였지. 이 때가 2015년이니 아마 7번 째 인도를 갔던 때였나봐. 남인도는 처음이었는데 작은 항구도시 '코친'은 다시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어. 10분 정도 배를 타고 간 곳은 코친의 도심에르나쿨람이었어. 사실 이름은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기억나지 않아서 사진에서 슬쩍 찾아봤어.

아마 우리는 도사를 먹었을 거야. 얇은 전병 안에 마살라와 감자등을 볶은 속을 넣어 돌돌 말아 먹는 도사는 남인도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거든. 사실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아.

돌아오는 길에 본 노을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거든. 바다를 등지고 앉은 한 청년과,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두 청년 덕분에 사진도 제법 그럴싸하게 나왔어.

돌아오는 배 안에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 없이 분홍색에서 보라색, 군청색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그라데이션을 볼 수 있었어. 내가 본 중 가장 짙고 아름다운 지는 해의 여운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