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11. 불리할 때만 탈중앙화

in #stimcity11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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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는 무슨


"DPoS 시스템은 이미 역중앙화입니다. 탈중앙화를 외치고는 있지만, 현실의 시스템을 블록체인 위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어요. 효율성 때문에 본질 자체를 희생시켰는데 그 효율성이란 것이 이미 있는 것, 심지어 그만도 못한 것이라면 왜 이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죠? 비탈릭은 DPoS 시스템은 결국 부자들에게 종속될 것이라고 했는데, 스팀의 DPoS는 부자도 아닌 닌자들에게 종속되었죠.

네 뭐,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뭐든 좋습니다. 어차피 똑같다면 창작자의 입장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유리한 면이 있으면 되니까요. 떠난 사람은 그런 것이 부족하다 느껴서 떠났을 테고, 남은 사람은 아직도 무언가 나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이겠죠. 뭐 대부분이 떠나긴 했지만요.

탈중앙화라고는 하지만, 이미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스팀잇에서 역중앙화는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오히려 문제는 자기 유리한 대로 '탈중앙화'를 들먹이는 행태예요. 이미 탈중앙화를 벗어난 플랫폼에서, 뭔가 제재가 들어오거나 비판이라도 나오면 '탈중앙화라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방어를 해대는 모습이 우스웠어요. 탈중앙화라니, 뭐가 탈중화죠? 중앙화 중의 중앙화고, 심지어 현실보다 못한 부패와 폐해가 난무하는데 무슨 기대들을 하는 건지. 어차피 블록체인/암호화폐는 1인 1표도 아니잖아요. 1코인 1표니 부자들만의 리그, 이미 닌자마이닝으로 잔뜩 코인을 쥔 시스템 설계자들의 레고동산일 뿐이죠. 견제도 받지 않는.. 오히려 기존의 사회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한가? 인류가 이룩해 온 사회질서가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구나. 새삼 감탄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어쨌든 현실 제도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이 그걸 넘어서 보고자 나온 것이니, 시작은 현실로부터겠죠. 현실의 한계가 반복되어도, 시스템과 기술이 그것을 극복해 줄 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죠. 창작플랫폼으로써의 스팀잇은 그런 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부에 관한 인간의 욕망을 적절히 활용하여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창작자나 독자나 좀 더 적극적으로 창작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유인해 주는 기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죠. 잘만 활용하면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읽는 행위, 감상하는 행위에까지 소득이 발생하니까. 게다가 부의 이동의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부를 이전시킬 수 있는 투자 효과까지 가지고 있으니, 전환과 전복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탈중앙화의 되도 않는 정치적 어젠다는 차치하고, DPoS 시스템을 명분 삼아 제대로 역중앙화를 시도해보자 했던 거죠."



스팀잇 운영의 핵심이 결국 증인이듯, 역중앙화의 핵심은 커뮤니티의 중심이 될 리더십입니다. 그러나 스팀잇의 증인은 이미 편재되어 있고 공고했습니다. 게다가 여타의 블록체인과 달리, DPoS의 증인은 투표로 선출되니 돈만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문제였습니다. 기존 증인들 간의 담합구조로는, 심지어 슈퍼고래가 된다 해도 리더십으로 진입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탄핵도 하고 그러겠지만, 이미 짬짬이가 끝난 스팀잇은 네드가 지분을 팔고 떠나가기 전에야 무너뜨릴 수 없는 고인물이었죠.



역중앙화 시스템의 총수, 콘텐츠 플랫폼의 총수


"그건 말해 뭣하겠어요. 이미 초창기부터 @freedom 계정 등의 꼼수들을 지적하며, 이건 이미 시작부터 틀린 시스템이라고 떠나가는 스티미언들도 있었어요. 그런 걸 따지면 처음부터 발 들일 곳이 아닌 거죠. 그런 판단을 하는 분들은 진입도 하지 않았고, 진입했다가도 금방 실망하고 발을 뺐죠. 그러면요. 그렇다고 대의제가 잘못인 건 아니잖아요? PoS와 DPoS의 우열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테고, 현실 제도에서도 두 가지가 공존하니 문제는 시스템의 방식이 아닐 수 있어요. 물론 탈중앙화라는 게 대의제의 한계를 기술로 넘어서 보겠다고 등장한 개념이니 그건 기다려 봐야죠. 하지만 DPoS는 이미 시작부터 아니죠. 대의제로 타협했으니 탈중앙화는 이미 물 건너 간 거에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대표자로 선출할 것인가, 문제는 리더십인 거죠. 어떤 리더십이냐가 문제지. 지도자 없는 민주주의가 가능한 곳이 아닌 거잖아요. 이미 스팀잇은?

그런데 왜 하필 총수인가 하면, 아직 스팀잇 시스템에서의 리더십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주어보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총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총수. 그리고 커뮤니티에 대응 시켜 보자. 그러면 리더십의 권한을 어떻게 어디까지 제한하고 보장해야 할지, 스팀잇 구조하에서의 리더십의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을 넘어, 콘텐츠 플랫폼으로써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는 스팀잇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콘텐츠 창작자들의 리더십은 어때야 하는가? 고민해 보자는 거였죠. "



세상에 많은 시스템이 존재하고 조직과 단체가 있지만, 각자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리더십의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대와 동호회 총무의 리더십이 같을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스팀잇, 그중의 콘텐츠 창작자들을 견인할 스팀방송국의 총수는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할까요? 그건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므로 일단은 모든 권한과 모든 책임을 가진 채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커뮤니티에 수용되면 수용되는 만큼, 거부되면 거부되는 경계에서, 리더십의 모델이 정립될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걸까요?



간섭 없이 각자각자


"하하 그건 총수추대위원인 마법사와 F가 부여하는 것이죠. 스팀방송국의 구성원은 둘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디까지나, 여기까지의 생각도 마법사만의 생각이란 말이죠. 이걸 F와 합의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 시간도 없었고 그런 과정을 거칠 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스팀방송국이란 게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설립하라고 미션을 누구한테 받은 것도 아니고, 단지 마법사와 F가 댓글을 나누다 이런 거 한번 해보면 어때요? 했으니 둘이 시작하는 거죠. 그 시작에서 둘 다 리더십으로 나서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그럼 혹이라도, 누구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총수라는 권한과 책임을 주자고 한 거죠. 뭘 딱히 줄 것도 없지만 말이에요.

총수라는 제안은 마법사가 했고, 그 총수는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걸 합의하지는 않기로 했어요. 이런 건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이니, 댓글로 또는 메신저로 뚝딱뚝딱 얘기해서 합의 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일단 성격은 방송국이라고 하고 있지만, 방송국의 내용과 정의, 범위와 특성에 대해서는 서로 이해가 다를 수 있죠. 게다가 스팀잇에 대한 이해와 판단도 다를 수 있고, 총수라는 명칭에 대한 이해도.. 뭐 맞추자면 맞춰 보아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테니, 그런 작업을 모두 하고 시작하자면 어느 세월에~가 될테니까요. 또 직접 실행해 보기 전에는 각자의 생각, 심지어 자신의 생각조차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일단 총수로 선정되는 이의 생각과 성향을 기준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것도 마법사의 생각이니, 총수를 찾는다는 공고부터 합의 없이 각자 하자. 그리고 이견이 있거든 각자 포스팅을 하고 댓글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와 소통하자는 거였죠."


우리는 총수 지원 기간이 종료할 때까지, 일정에 대한 정리 이외의 논의를, 사적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운명적으로 만나서 일을 시작하였지만, 결국 참여하는 스티미언 모든 분들이 함께 주도해야 할 일이므로, 총수가 추대되기까지는 각자 스티미언의 일원으로서,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앞의 포스팅들과 같이, 본 포스팅과 당분간의 포스팅은 모두, 사전 합의되지 않은 작성자의 개인 의견임을 밝혀드립니다.

_ [스팀방송국 (3)] 총수는 바지가 아니다. 날개다. / @mmerlin



자칭 총수추대위원인 마법사와 F는 총수 추대의 시작에서부터 아무런 합의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스팀방송국이란 걸 해보자. 그걸 나서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이끌어갈 총수를 뽑아보자.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을 포스팅으로 제시해 보자. 그러면 그것에 관한 커뮤니티의 반응이 있을 테고, 그 반응과 상호작용하며 의견을 조율해 보자 했던 겁니다. 물론 총수가 뭐냐? 탈중앙화의 블록체인에서 역중앙화는 웬 말이냐? 며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고, 아무도, 아무 반응도 없이 싱겁게 불발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험이지, 반드시 해야 할 미션이 아니기에, 마법사는 최대한의 자유도를 갖고 실험에 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의견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 자체가,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스팀잇의 리더십 모델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kr을 커뮤니티라고 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조율할 수 있는 뚜렷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였어요. 한국인 증인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kr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죠. 한국인일 뿐이지. 스팀잇 전체의 의사결정권은 증인들에게 있다 해도, kr을 커뮤니티로 한정 짓고 그 안에서 나름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려면 리더십 선출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누구랑, 누구까지, 참여해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거예요. 소속과 명부를 확정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뭐든, 어떤 모둠이라도 분명한 커뮤니티가 확정되고 나면, 각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따라 나올 테고, 그런 커뮤니티들이 리더십을 선출해가는 과정이 있으면, kr 나아가서 스팀잇의 증인 선출에 관해서도 어떤 모델이 제시될 수 있겠다 싶었죠."



물론 그 시점에도 이미 kr-art, kr-pen, kr-craft 등 관심사별 다양한 서브 커뮤니티들이 있었지만, 아직 조직을 갖추고 리더십을 선발하는 과정까지 나아가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스팀잇의 증인 구조가 매우 강고하게 자기들의 이너써클을 확립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에 대응할 서브 커뮤니티들은 아직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시스템 자체로 1/N의 탈중앙적 의사결정 구조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면, 이 시스템에서는 대의제에 대응하는 영향력 있는 서브 커뮤니티의 대의 구조가 나와야 상호견제가 가능해지는 것일 겁니다. 그것이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도를 해 본 겁니다. 스팀방송국의 총수추대 말이죠.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총수추대위원인 마법사와 F 간에서도 이견이 발견되기 시작했어요. 총수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이해의 차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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