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89. 피터, 다시 불길 속으로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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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예언



피렌체 인근의 플로렌스 플라토 언덕에 위치한 '마시의 집'은 올리브 농장이 근사하게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저택이었습니다. 글쓰기 유랑단은 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탄성을 지으며 당장 예약을 연장하자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 유랑단은 원래 캠핑을 하기로 하지 않았었나요?


우리는 가서 그냥 글을 쓸 겁니다. 책을 읽을 겁니다. 별다른 프로그램도 일과도 없습니다. 눈뜨면, 머물게 되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그대들을 떨궈줄 겁니다. 그대들은 하루를 온전히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는 머무는 캠핑장에 모여서 소고기를 먹고 와인을 마실 겁니다. (유럽은 소고기가 싸고 와인이 쌉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읊을 겁니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출 겁니다. 그날 읽은 책에 관해 말할 겁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그리고 자연의 품에 누워 잠이 들 겁니다. 그걸 매일 반복할 겁니다. 그리고 그대들은 글을 쓰겠죠. 소설을 쓰는 이도, 시를 쓰는 이도, 에세이를 쓰는 이도, 일기를 쓰는 이도, 편지를 쓰는 이도 있겠지요. 그걸 포스팅하고 묶어서 책을 낼 겁니다. 아무도 안 살 겁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겁니다. 그게 답니다.

_ [스팀시티] 글쓰기 유랑단을 모집합니다



"음.. 고단하고 지친 순례자 피터에게 풍찬노숙이 웬 말이겠습니까? 이왕에 모시는 거 제대로 모시게 되어서 다행이었죠. 마시의 집은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었어요. 올리브 농장이 내려다보이는 저택의 위치도 그랬지만, 마시 형제의 손님 대접이 어찌나 극진한지, 심지어 숙소에 묵는 동안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식재료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니까요."



별이 총총히 박힌 플로렌스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글쓰기 유랑단은 쉬고 먹고 글을 쓰고 잠이 들었습니다. 일정을 미룰 수 있는 대로 미루고, 마시의 집에 예약이 가능한 대로 일정을 확보해서, 글쓰기 유랑단은 깊은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순례의 여정 중에 뜻밖에 만나게 되는 오아시스는 우주가 순례자에게 제공하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


이태리의 산촌석양山村夕陽 숙소의 겉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장소도 겪어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풍경, 주인, 그리고 일행이 함께하여 일으키는 감흥은 예정된 일정에 행복한 변수를 발생시킨다.

_ [피렌체 여행기] 잡설(雜設)과 STEEMIT의 인스타그램 / 피터



"모두들 그 집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요. 풍광도 풍광이지만, 형제가 함께 대를 이어 가꾸어 가는 농장과 저택의 역사에 더 감명을 받았죠. 거실에 걸린 액자에는 마시네 집안의 가계도가 나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었는데, 이 집의 역사를 한눈에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어요. 무척 인상적이었죠. 요즘은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변화하는데, 이렇게 한 자리에서 뿌리를 깊이 내리는 일은 그럴수록 더 귀하고 소중한 일인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한 [스팀시티]이지만 우리는 그런 지향을 가지고 있어요. 백 년, 이백 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소수여도 깊은 관계 속에서 역사를 이어가는 커뮤니티 말이죠."


호스트의 집은 계곡 바로 옆(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이 계곡인데 식생의 천이가 두드러진다. 계곡을 중심으로 활엽수가 우거져 있고, 주택이 형성된 뒤 배경은 침엽수림이다. 침엽수는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고 다른 식생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침엽수림 앞으로 주택이 위치한 완사면에는 올리브 군락이 형성되었다. 인간이 개간하여 땅이 척박해져 침엽수 군락이 들어선 것일까? 아니면 침엽수 군락을 개간하여 집을 짓고 올리브 농사를 지은 것인가? 침엽수 군락이 있는 뒷동산이 호스트의 소유라고 한다. 그는 여기서 자랐고 지금의 주택도 여러 번 개조하였다고 한다. 본업이 보트 모터와 관련된 회사 엔지니어라고 한다. 농사는 취미인데 집 군데군데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일머리가 있는 호스트인 것 같다. 태양열 지붕도 설치하였다. 나는 생태농업에 마음을 두고 텃밭 농사를 시작한 지 7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일머리가 제로다. 호스트가 부럽다.

_ [피렌체 여행기] 잡설(雜設)과 STEEMIT의 인스타그램 / 피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피터에게 커뮤니티,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골방 수행을 오래 해온 그가 세계로, 관계 속으로 나아올 때는 분명 어떤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물론 그것은 생각을 넘어 인연과 운명의 때가 이른 것이겠지만요.


만레사는 내게 특별한 곳이다. 어머니가 임종 직전 남긴 “로욜라 불러와!”라는 한마디 때문에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인연은 복선을 남긴다. 어머니가 불러오라고 했던 로욜라는 바로 예수회를 창설한 이냐시오 성인이다. 이냐시오 성인은 11개월간의 동굴 수행을 통해 <영신수련> 을 집필했는데 그가 수행한 동굴이 바로 바르셀로나 근교의 작은 도시 만레사에 있다.

<영신 수련>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배척하는 신흥 종교에 빠진 여자친구와 종교적 갈등을 겪었을 때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영성 서적들을 탐독하다가 어느 수도자가 영신수련 과정에서의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그때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내용이 갑갑하고 따분했다. 20여 년 전에는 이성교제와 사회적 성공에만 정신 팔렸었다. 시간은 여러모로 사람을 변화시킨다. 앞일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고, 상황은 언제나 변하니 매사를 섣불리 단정 짓는 행동이 어리석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도 같다.

_ 피터 <배낭영성>



"피터를 영성의 세계로 이끈 건 아이러니하게도 옛 여자친구였어요. 종교적 갈등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강력하게 작용하죠. 세상에 넘기 힘든 장벽이 세계관, 특히 종교관의 차이니까요. 그래서인지 그의 영성에 대한 태도는 무언가 연인을 놓고 신과 벌이는 결투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러니까, 자신의 연인을 빼앗아 간 연적戀敵의 허위와 한계를 파헤쳐 보겠다는, 뭐 그런 결연한 자세? 그래서 그의 글에는 연인을 빼앗아 간 신에 대한 조롱도 엿보입니다.

'에이 거짓말, 그거 저기 다른 경전에도 다 있는 내용이라구요~'

수련의 세계에 뛰어들어 영력으로 그것을 격파하기보다, 지적 탐구에 관심이 많은 피터는 그 논리적 헛점을 찾아보려 하지 않았을까요? 덕분에 우리는 그의 균형 잡힌(?) 영성의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되었죠."



인생의 한계에 부딪히면 사람들은 종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현실과 논리의 너머에 종교가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죠. 피터에게는 장벽 같은 현실이 관계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넘어서기 위해 찾은 도구가 영성이었습니다. 상실의 시대를 영성으로 통과해 내려 했던 것이죠.



피터의 상실의 시대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의 자유를 찾아 제멋대로 여행한 지 벌써 13년이 되어갑니다.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아마도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구성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 그물망에 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 수 있을까요?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그물은 한없이 중첩되어 있어 촘촘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나와 이웃이 함께 만들어 가는 관계의 그물은 시시각각 계속 덧붙여집니다. 때로는 팽팽하고 때로는 느슨하지만 결코 끊을 수가 없습니다. 성가시고 괴롭기만 합니다. 아마도 사회적 관습, 문화, 종교 등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그물망 때문일 것입니다.

_ 피터 <배낭영성>



상처를 감정으로 안는 사람들이 있고, 상처를 이성과 논리로 거부해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감정으로 안는 사람들은 울고 또 울고 다시 울고 하면서 눈물로 그것을 닦아내지만, 이성과 논리로 거부해 내는 사람들은 도그마의 철옹성을 짓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며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논리의 성을 상실의 감정 위에 쌓아 올립니다. 그러다 삐딱해지고 이상해져서 신흥 종교를 창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터는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세상의 모든 신과 대면하고 날을 세우다 자신만의 균형감각을 찾게 되었습니다. 도그마의 철옹성에 스스로를 유폐시키지 않고 골방의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낸 것이죠.



자발적 고립으로 빠져들어 세상의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우월감 속에서 폐인이 되는 영성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피터는 골방에 갇히지 않고 한발 한발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곱씹으며 세상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고립으로 인생을 점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피터의 글에 등장하는 영성가들, 아빌라의 테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이냐시오 데 로욜라, 프란치스코 등등 그들은 모두 자발적 고립의 시간을 거쳤으나 자신만의 철옹성에 갇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자신들이 몸담은 커뮤니티를 개혁한 인물들이었어요. 아빌라의 테레사는 제약이 많았던 여성의 몸으로 가르멜 수녀회 개혁에 앞장섰고, 로욜라는 이단 시비를 견뎌내며 예수회를 창설했으며, 프란치스코는 맨발로 걸으며 작은형제회를 만들었죠. 봉쇄 수도원에서 평생을 기도로 헌신하는 수도자들 역시 귀하지만, 가르침을 자신 안에 가두지 않고 세상으로 펼치는 일은 영성의 또 다른 본질이기도 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을 욕되지 않게 하는 일이니까요. 자식이 집에만 갇혀서 나가 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관계를 느슨하게 하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1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사회적 구속을 벗어나 마음을 쉬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도망친 것입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거든요. 직장 생활과 머슴살이의 차이를 전혀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뜻대로 삶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시대 불문하고 회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자본주의는 돈이 알파이고 오메가입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정당화된다고 할까요? 물론 모두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삶이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돈이나 엄청 많이 벌었다면 차라리 후련했겠지요. 이것은 자신의 능력과 사회적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얻게 되는 인연의 결과물일 뿐인데 이를 이해하거나 저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요.

_ 피터 <배낭영성>



피터의 어머니는 임종 직전에 로욜라를 불러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문 하나를 유산으로 주었죠. 어머니의 스마트폰. 피터는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스마트폰에 접속하여 스팀잇에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스팀시티]를 만났으며, 글쓰기 유랑단에까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웬일일까요?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순례를 떠나게 될 것을 알고 계셨을까요? 자신의 아들이 세상 속으로, 관계 속으로, 다시 용기 있게 진입하게 될 것을 바라고 계셨을까요?



"이냐시오와 피터의 인생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둘 다 막내이기도 하고 어머니를 여의었죠. 물론 이냐시오는 7살에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피터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이냐시오를 유언하신 건 좀 의미심장하죠. 피터가 청년 시절에는 이성과 사회적 성공에만 관심이 팔려있었다고 한 것처럼, 이냐시오 역시 무예와 자신의 명성을 쌓아 올리는 일에만 관심을 두었다는군요. 특히 이냐시오는 아서 왕 전설, 롤랑의 노래와 같은 무훈담에 깊이 심취해 있었다고 하니, 역시 마법사를 만날 운명이었을까요? 혈기왕성했던 이냐시오는 종종 분개를 참지 못하고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빈번히 다툼을 벌였다는데, 피터의 성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하 그건 뒤에서 얘기하고..

피터는 30대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상 신세를 져야 했는데, 이냐시오 역시 30대에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고 병상에서 요양하다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우연히 집어 든 책이 그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예수의 생애와 성인들의 행적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게 되고 결국 그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신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하죠. 마치 피터가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달래려 우연히 집어 든 이냐시오의 책이 그를 영성의 세계로 이끈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냐시오는 만레사의 동굴에 들어가 수행을 하고서는 성지 순례를 떠나게 됩니다. 마치 글쓰기 유랑단의 피터처럼.."


이냐시오 성인은 원래 기사를 꿈꾸었던 혈기 왕성하고 화려한 귀족 청년이었다. 젊은 기사는 무엇을 꿈꾸었을까? 칼과 방패를 든 용맹스러움, 전쟁에서의 승리, 명예, 아름다운 여인과의 뜨거운 사랑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이러한 기질도 금金의 성정과 관련 있다. 칼은 전쟁의 도구이기 때 문에 오행에서 치열한 경쟁이나 전쟁을 상징하는 화의 속성으로도 해석 한다. 쇠는 불로 단련할수록 빛이 난다. 역학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금화 교역金火交易이라는 말은 금과 화가 만나交 변화易가 일어난다는 뜻으로 사람 이 태어나서 변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보통 자본주의 하이테크 문명을 금화교역의 시대라고 표현하는데 모든 것이 전자화되고 단단한 하드웨어 속에 묻혀 사는 삶, 화려하면서 전쟁같이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를 은유적으로 금과 화가 만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금의 속성은 순화되면 정의로움이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거칠고 충동적인 폭력의 아이콘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금화교역이란 양날의 칼과 같다. 거칠고 오만 방자했던 사나이 이냐시오의 삶이 겸손과 사랑을 지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으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고통과 시련의 계기가 있어야 했다. 금을 불로 강하게 다스려야 예리하고 쓸모 있는 기물이 완성되듯이 청년 이냐시오는 톱날 같이 견디기 힘든 잔혹한 시련 속에 숨겨진 사랑의 손길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_ 피터 <배낭영성>



금화교역의 세계, 그리고 우주가 내리는 에어드롭



어머니가 남기고 간 스마트폰은 피터를 골방에서 금화교역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자본주의 하이테크 문명'의 첨단에 서 있는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세계로 말이죠. 금金 같은 이냐시오의 성정을 변화 시켜 낸 불火은 무엇이었을까요? 세상의 모든 인간을 단련시키는 고통과 시련은 '관계'일 것입니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이니까요. 피터 역시 그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와 갈등에 지쳐 골방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금金은 불火로 다루어져야 하는 법. 관계 속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로욜라를 소환하셨듯이, 피터 역시 관계의 불火 속으로 소환되어 온 것입니다.


깨닫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람의 번뇌 소멸(해탈)로 인도하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만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천국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수행을 한다는 것이다. 수행의 최종목적은 홀로서기가 아니라 함께서기이다. 모든 사람에게만 국한되어서도 안 된다. 생명, 나를 둘러싼 우주까지도 여기에 포섭된다.

_ [스페인 여행前記] 동굴이 왜 수행자들의 공부방이 되는가?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피터



"골방의 끝에서, 그는 이제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서기'의 국면이 자신에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걸까요? 어머니가 남기고 간 스마트폰으로 스팀잇에 접속하고, 그곳에서 미래도시 [스팀시티]를 만난 건 운명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그가 고통 속에서 외면하고 도망친 '관계의 그물망', 바로 그것이니까요. 그것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관계의 수도회'이니까요. 그리고 시작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죠. 그것은 불火이니까, [스팀시티]의 총수들과 <위즈덤 러너>들을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서도록 만드는 불火이니까요. 그 불길을 통과해낸 이들이 [스팀시티]의 시민이 되는 겁니다. 21세기 금화교역의 시대, 자본주의 하이테크 문명의 전사들이 되는 겁니다. 물론 용기 있게 도전한 그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질 금화金貨는 우주가 내리는 에어드롭이구요."



플로렌스의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이 금화로 변하여 팝콘처럼 쏟아져 내리면 세상 모든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겠죠. 그러나 그 웃음이 울려 퍼지려면 먼저 커뮤니티의 불길 속으로 지나가야 합니다. 관계의 지옥 불길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것을 아빌라의 테레사는 잘못된 권위와 맞서며 관계의 한복판에서 이루어냈고, 성 요한은 부패한 수도원의 현실에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로구나'하고 현실을 외면하려다, 테레사의 개혁에 감명을 받아 관계의 그물망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반대하는 동료 수도사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눈을 가린 채 독방에 감금되어 짐승처럼 매를 맞으며 박해를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루어 냈습니다. 불길을 이겨내고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를 창설해내었습니다. 피터의 영혼의 나툼, 이냐시오 역시 계몽파 이단이라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투옥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미소를 띄우며 "저는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결박되기를 원합니다. 이만한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 그는 예수가 걸었던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과 함께 '예수의 동반자'라는 뜻의 '예수회'를 창설하게 됩니다. 그들 모두 체험한 자들이며 수행한 자들이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세상을, 관계를, 초월해 버릴 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세상 속으로, 관계 속으로, 나아왔고, 세상을, 관계의 그물망을, 변화시켰습니다. 이것이 영성입니다. 위대한 '영혼의 물화'는 '관계의 불길' 속에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는 왜 [스팀시티]에 그토록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요? 우리는 모두 좀 의아해했어요. 외면하고 이상하게 여기고, 심지어 미쳤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유독 강력하게 [스팀시티]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거든요. 그들의 편에 설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 지지를 넘어 언제나 참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죠. 여기 유럽에까지 와서도 말이에요. 아마도 골방을 떠나 이제 세상으로 나아 온 그에게 [스팀시티]는 그래도 감당할 만한 불火로 느껴졌는지 몰라요. 그가 연인을 빼앗겨야 했던 그 신흥종교에 비하면. 그러나 불火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나는 마법사로서, 그가 좀 더 확실한 '관계의 불길' 속으로 용기 있게 뛰어들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의 금金이 화化하여 우리에게, [스팀시티]에게, 인류에게, 금화金貨를 쏟아내어 줄 테니까요. 물론 불火 중에 가장 강력한 불火은 장미의 전쟁입니다."


<대학>과 <중용>에서 설명하는 공자의 철학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태극 문양은 에너지가 안으로 수렴하여 응축되었다가 다시 바깥으로 펼쳐지는 모습이다. 태극에서 안으로 수렴하는 모습은 내적 정신 수양의 핵심인 중용의 윤집궐중允執厥中2을 상징한다. 이를 바탕으로 쌓인 내적 에너지를 밖으로 펼치는 모습은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실천 사상을 의미한다. 수행의 목적은 내적 성취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안으로 향했던 에너지는 다시 밖으로 향해야 한다. 데레사 성녀의 7궁방 역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나의 이웃도 하느님과 현존하게 만드는 사랑의 실천을 나타낸 것일까? 안쪽 궁방에서 바깥 궁방으로 돌 때마다 수도원 마당 바깥의 아빌라 성곽과 마을로 시선이 향했다. 이 육신을 저 세상의 천국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천국이 되도록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이 일어난다. 어느덧 해가 지고 십자가상에 다가와 앉아 묵주기도를 하는 여인의 얼굴에 석양 빛이 비췄다.

_ 피터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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