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02. 유시민의 볼펜과 혁명의 서막

in #stimcitylast year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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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암호화폐는 존재도 모르고 있었어요. 연금술사가 아니라 마법사니까. 그런 건 연금술사들이나 하는 거라고 신경도 안 쓰고 살았죠. 무릇 마법사라는 직업이 세상의 법칙을 초월하는 거라 숫자놀음이나 하고 있는 건 따분하다 느끼기도 했고.."



마법사는 그랬답니다. 암호화폐는커녕 비트코인이라는 게 뭔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지난 기간 스팀잇에서 활동하던 많은 작가들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암호화폐 열풍이 불러일으킨 긍정적 효과이긴 하죠. 금융맹들에게 화폐경제와 금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말이죠.


"그게 사실 문제가 있긴 있어요. 어차피 자본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건대 그게 어떻게 동작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은 관심이 없죠. 관심이 있다고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학교 다닐 때 사회시간에 배운 게 다잖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는 뭐가 문제인지, 뭐가 난리면 왜 난리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대충이라도.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인데. 아.. 내 얘기 하는 겁니다. 나도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사업하면 망한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하는데 왜 망하는지, 왜 패가망신하는지 다들 모르잖아요. 다만 옆집 삼촌이, 아는 선배가 그랬을 뿐이지. 그래서 엄마가 장모님이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할 뿐이지. 우리가 엄마 말을 다들 좀 잘 듣잖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직관이 '이제는 경제를 공부할 차례야. 유체이탈, 공중부양은 그만하고 세상으로 내려가 돈에 대해서 공부하렴.' 하는 거예요. 근대 그게 참.."



그것은 마법사에게 몇 해 동안 계속 추동해 오던 화두였답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의 질서와 구조를 연구해 온 마법사에게 세상의 질서인 경제 공부는 커다란 장벽처럼 느껴졌다고 하는군요.


"그건 왜 그렇게 들여다보기가 힘들까요? 무슨 퍼가 어쩌고, 경제성장률이 어쩌고, GDP가 환율이 어쩌고 하는 건 들으면 들을수록 아리송하고 보험약관에 적힌 깨알 같은 글씨처럼 갑갑하게 느껴지니 말이죠. 어쨌거나 이제는 경제를 공부할 차례라고 하니 건너뛸 수는 없고, 한편으로는 공부하면 이제 빈털털이 마법사 신세 청산하고 연금술사 노릇 한번 해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죠. 그런데 계기가 있어야죠. 뭐든 계기가 있어야 시작해 보는 건대.."



그런 계기가 되어 준 겁니다. 암호화폐/블록체인의 논쟁이 마법사에게 그런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 그때가 언젠고 하니.. 2017년 여름이었어요. 한동안 못 만나던 다른 마법사 동료 둘을 만났는데, 간만에 만난 자리에서 두 마법사가 암호화폐를 두고 심하게 부딪히는 거예요. 두 사람 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태도로 격하게 논쟁을 하길래 좀 당황스럽더군요. '역시 돈 문제는 민감해..'하면서 찬찬히 들어 보려 하는데, 뭐 비트코인이 어쩌고, 비탈릭이 어쩌고 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나중에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의 입장이 왜 그 유시민 선생이랑 정재승 교수의 논쟁과 딱 똑같았단 말이죠. 이건 사기다. 아니다 미래기술이다 하는.. 그다음 해 초에 그 유명한 JTBC 토론을 보니 딱 그 모양이었어요. 그렇고 보니 그럴 만도 한 게, 한 마법사는 정재승 교수의 제자였고 다른 마법사는 현 대통령의 학교 후배였단 말이지. 그게 뭐가 옳고 그른지가 인맥 따라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 뭐 진영논린가 그런 거 말이죠."



아, 그 JTBC 가상화폐 토론, 그거 참 역사에 길이 남을 토론이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코린이들을 대거 양산해 내고 정치적 입장까지 대한민국을 딱 반으로 갈라놓았으니까요. 마법사도 그 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블록체인의 세상에 뛰어들었군요.



"네. 맞아요. 그 토론 방송이 아주 저를 자극했죠. 내용은 그렇다 치고, 그 유시민 선생의 이죽거리는 표정과 일부런지 무의식인지, 상대편에서 한참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볼펜을 떨어뜨리고는 하면서 맥을 끊는, 아주 유치하고 저열한 그 태도에 열이 쭈욱 뻗쳤죠. 뭐 그해 초반에는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등 해서 여러 가지로 공정의 문제가 세대 간 갈등으로 표면화되던 때라 '이 자식들 가만두면 안 되겠는 걸!' 싶어진 거에요.'



ㅎㅎ 가만 안 두면 뭘 어쩌시려구요. 가만 보자.. 그러고 보니 그때의 갈등은 지금 이 시점까지도 확대되고 재생산되고 있기는 하군요. 이제는 전방위적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심지어 일각에서는 그 한쪽의 진영은 정작 앞에서는 사기라고 하면서 뒤로는 열심히 코인을 줍줍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으니.. 뭐가 진실인지는 역사가 밝혀주겠지만 어쨌거나 유시민 선생이 큰 공헌을 했네요. 마법사를 코인 판에 끌어들였으니 말예요. 그랬답니다. 마법사도 그때, 유시민 선생이 어그로를 끌며 모두를 블록체인의 세상에 개안시키던 2018년 1월의 어느날, 스팀잇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음.. 그러니까 그때 두 마법사의 대화를 듣다가 스팀잇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다른 얘기는 모르겠고, 글 쓰면 코인을 주는 플랫폼이 있다길래 '아 그건 한번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다 그해 가을쯤에 이불 속에서 공중부양하다가 지루해져서 넷플릭스에서 비트코인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게 되었는데 그게 매우 흥미로웠어요. 뭐랄까? 그 반동적이고 아나키즘적인 태동과 그 뒤로 이어진 욕망과 탄압의 흐름들. 마치 혁명 느와르를 보는 듯했죠. '오호라, 이런 게 있었군!' 단지 돈과만 관련된 시스템이었으면 마법사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겁니다. 그게 모름지기 비주류의 전복과 혁명에 관한 것이라면 무릇 마법사의 피를 끓게 하기 마련이죠.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세우는 일이 마법사 멀린의 일이니까요."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 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시스템은 마치 엑스칼리버처럼, 절대반지처럼 인류에게 등장했습니다. 누군가는 파괴해야 한다 하고 누군가는 이것을 뽑아 들어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선언했죠. 세상은 둘로 나누어져 서로가 옳다고 맞섰지만, 그것이 엑스칼리버인지 절대반지인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누군가 쥐면, 그것은 쥔 자의 뜻대로 사용되어 질 뿐이니까요. 그러니 그것의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자가 그것을 쥐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내가 쥐면 장땡이니까요.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요? 우주의 균형 법칙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합니다. 쥔 자는 그것의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검은 뒤집혀 자신을 찌르게 되고 반지는 목에 감긴 채로 서서히 숨을 끊어 갑니다. 그래서 아는 이는 함부로 그것에 다가서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요. 그것에는 마법사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사람이든 마법사든 황금의 마력은 영혼을 탈탈 털리도록 매혹하니까요.



그러나 연금술사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그것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훈련합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그럼에도 빨려들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으며 돌덩이를 금으로 바꿔 냅니다. 그것은 그래서 금기의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을 꺼내 들었죠. 화폐경제의 시작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해 내 가상의 현실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상의 현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실물이 아닌 종이 쪼가리를 건네주며 이것은 쌀이야, 이것은 자동차야, 이것은 빌딩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믿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죠. 폭탄 돌리기처럼..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으니 인류는 연금술사가 되어 쏟아져 나온 매혹을 감당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을 마구 파헤쳤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떠한 보복을 감행해 오는지 인류는 압니다. 그러나 인류는 물러설 필요가 없습니다. 우주는 인류를 위해 무한한 우주를 준비해 두었거든요. 이제 우리는 이 가상의 화폐를 들고 우주로 나아가게 될 거예요. 6번의 인류가 실패했지만 7번째 인류인 우리는 아마도 대기권을 넘어서게 될 겁니다. 일론이 열고 있고 제프가 시도하고 있으니 그대가 원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은 하고, 그대는 바라만 보고 있으니 말이죠. 툰베리처럼 막아설 용기도 없으니 우리는 그저 따라만 가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들어서 있습니다. 어떤 진영에 속할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겁니다. 선택의 평행우주는 끊임없이 갈라지고 있으니까요.



마법사 멀린 역시 운명처럼, 아니 어쩌다 보니 블록체인의 세상에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스팀잇, 글이라는 인간 문명의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영속할 무기를 장착한 스팀잇. 마법사는 스팀잇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세상을 바꿀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엑스칼리버는 어느 바위에 박혀 있는 걸까요? 실은 절대반지였을 암호화폐를 무사히 모르도르 산까지 운반하여 파괴할 어린 프로도에게 사명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 거대 서사시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딸그락'



유시민 선생의 의도되고 약삭빠른 볼펜 떨어뜨리기 신공에 화딱지가 난 마법사는 그렇게 운명의 가상공간에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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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공부하시고 완전 사기인것처럼 포지셔닝한 것에대해서는 이해가는 면도 있습니다. 요 가상화폐 투자광풍이 일면 바다이야기 처럼 현 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이슈가 될 듯하여 초기에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과도한 가상화폐 사기포지션에 선 것이 아니였나 생각했었습니다.

@tipu cur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