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27. 하우스오브카드 in 스팀시티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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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수의 과잉동작


조총수 :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스팀시티]에 방해가 된다면 총수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마법사 : 음.. 총수직에서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태도는 아니죠.



공격하는 사람은 물러나게 만들 빌미를 찾습니다. 빌미를 붙들린 표적자는 물러나겠다 하며 순순히 손을 들어 버립니다. 상황은 모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책임지는 태도가 아닙니다. 수습과 피해는 남은 사람들이 모두 감당해야 하니까요.


"물론 당사자가 물러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왜 그 사람을 표적으로 삼았겠어요.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조총수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일이지만, 그것이 사퇴의 방식이어선, 이제 시작한 [스팀시티]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죠. 표적으로 삼은 이들이나 좋아할 일이지. 추대한 지 한 달 만에, 총수가 물의를 빚어 사퇴하면 [스팀시티]가 뭘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겨우 이깟 일로.. 사퇴가 책임의 방식일 경우는 사퇴하려는 책임자가 남겨 놓거나 이뤄 놓은 것이 많아, 사퇴하는 것이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스팀시티]처럼 이제 겨우 시작한 커뮤니티에서 리더십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도망치는 행위나 마찬가지죠. 권리는 없이 책임만 가득한 상황에서 책임으로부터 비켜나겠다는 말이니까요."



문제는 빌미를 주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총수의 책임은 총수단 회의에서 함께 정한 입장을 스스로 깨뜨렸다는 데 있습니다. 그날 오후 회의에서 조총수와 라총수, 마법사 세 사람은 민감해지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습니다. 결론은 일단 대응하지 않고 카드로 남겨둔다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조총수는 질러 버린 겁니다. 음주 대응을 한 것이죠.


"논쟁의 지점은 보안기술에 관한 문제였어요. 그건 마법사도, 라총수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조총수에게 물었죠. 본인의 입장이 확고하냐구요."


조총수 : 저쪽에서 공격을 걸어오는 데 어떻게 할까요? 반박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요.

마법사 : 어떻게 생각하세요? 총수님 입장은 불변입니까? 확신하세요?

조총수 : 네! 분명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고의 여지가 없어요.

마법사 : 그렇다면, 오히려 대응하지 말고 카드로 가지고 있죠. 총수님 생각이 맞다면 상대 쪽에서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테고, 그때 활용하면 되지 않겠어요.

조총수 : 음.. 그렇군요. 그럼 일단 대응하지 않을게요.


"그렇게 하기로 했단 말이죠.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밤새 난리가 났더군요. 조총수가 시연 영상까지 찍어서 반박 포스팅을 한 거예요."


조총수 : 지인이랑 술을 한잔하고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미니스트릿 스탭 중에 한 명이 단톡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응을 전해주더라구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뭔가 확 올라왔어요. 그래서 그만..



술이 올라온 건지, 참고 있던 화가 올라온 건지, 총수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기회라고 생각했던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조총수는 총수단의 합의를 깨고 대응했다가 화를 입게 된 것입니다. 새롭게 추대된 총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일거수일투족이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되고 평가될 수 밖에 없는 시간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아닌 온라인의 관계는 글로써만 사람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게 매우 왜곡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그건 자신을 감추기 용이한 가면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했다가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담백한 스타일의 조총수는 어설프게 가면을 썼다가 오히려 화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본인 평소 스타일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닌가요. 그게 가면이었을까요?) 분위기는 이미 총수추대의 시점부터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그런 사람이 아닌데.. 글로 접하게 되는 이미지는 사람의 본모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들어요. 각자 저마다 다른 이미지로 상대를 상상하게 만들죠.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온라인 관계의 한계인데 조총수는 그 희생양이 되고 말았죠.

아마도 짐작하기로는 총수 추대 수락 포스팅에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조총수가 경력이나 프로필, 학력만 보면 이를 데 없는 엘리트거든요. 게다가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은 현직 스타트업 대표라는 인상이, 스팀잇의 반기업 정서(?)로 보면 약점이지 강점은 아니에요. 실력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스팀잇에서의 실력은 뭐 스파나 평판, 그런 거죠. 사회적 배경과는 달리 조총수는 스팀잇에서 아직 뉴비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런 점이 처음부터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는 했으나, 직접 만나 본 조총수는 매우 겸손하고 소탈한 사람인 것 같아 크게 염려할 부분이 없어 보였어요. 권위 의식도 없고.. 아니 너무 없어서 탈이었죠. 회사 운영도 그렇게 해온 것 같더라구요. 스팀잇에서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 접근하며 무리 없이 포스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별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번째 포스팅에서부터 불안한 조짐이 보였죠. 갑자기 오버를 하더라구요 ㅎㅎ"



조총수는 총수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포스팅에서 과장법과 반어법을 적극 사용했습니다. 그것은 그를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릴만한 재미있는 접근이었지만, 그를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어색하고, 공격적으로까지 느껴지게 할 만한 소지가 있었습니다.


'난 얼마 전에 [스팀시티] 온라인 총수로 발탁됐어. 그뿐이 아냐. 난 스팀잇 앱 브라우저인 모이또 팀의 대장도 맡고 있어. 그러면 뭐 해, 제길, 여기서는 아무도 날 잘 몰라.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람들에게 내가 누군지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이따위 글이나 쓰고 있어. 하지만, 경고하는데, 이 글은 내 자랑으로 가득할 거야. 그러니, 밥맛없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백 버튼 누르길 바래. 진짜야! 난, 분명히 경고했어.'

_ [반말주의/밥맛주의] 스팀시티 온라인 총수로 발탁된 나를 소개한다! / 조총수


"푸하하하, 한바탕 웃고 넘어가 주길 바랬겠지만, 관객의 반응은 썰렁~ 찬 바람이 확 불었다고나 할까?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죽자고 덤벼들게 만든 계기를 제공했다고 할까? 물론 댓글의 반응은 위트로 받아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썩소였을지언정.. 당시만 해도 이제 막 총수가 추대된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스팀시티]를 우려스럽게 보는 사람들조차도, 여론의 반응에 크게 반하는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죠. 아직 뭘 시도한 게 없으니까. 그게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일단 과잉된 동작을 한 번 하고 나면 페이스도 덩달아 과장되게 되죠. 첫 동작에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게다가 아직 스팀잇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녹아들어 있지 않고, 분위기 파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잉된 동작을 하게 되면, 여기저기 공격과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거예요. 과잉이라면 [스팀시티] 총수추대과정에서 마법사가 더 과잉이었지만, 사실 그건 다 계산된 무엇이 있는 장치들이었거든요. 조총수는 마법사보다 먼저 스팀잇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법사만큼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 어떤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죠. 마법사는 여러 가지 관찰과 판단 끝에 [스팀시티]를 시작한 거라 나름의 계획이 있었고..

그러나! 마법사는 이를 철저히 통제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마법사로서도 총수들의 스타일을 알아갈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단도리를 하려고 했다면 포스팅의 방향이나 수위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점검을 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되죠. 그건 총수가 할 일이지 조력자인 마법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의견을 제시하되, 총수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마법사로서도 확인해가야 할 부분이었죠."



탐색용 정보, 판단 강화용 카드



조총수는 첫걸음에서 스텝이 꼬였습니다. 과장된 동작은 관계의 베이스가 충분히 탄탄하고, 자신의 성향이 상대에게 잘 이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입니다. 처음 만난 미팅 자리에서 분위기 조성한다고 어색한 농담 날렸다간 갑분싸를 만들기 쉽상이니까요. 아는 사람들이야 너그럽게 넘어가 주겠지만, 경계하는 사람들에게는 카드 하나를 쥐여주는 행위입니다.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는 사람'


"그건 카드예요. 판단용 정보라기보다 판단 강화용 카드. 탐색 과정에서는 그런 태도 하나만을 보고 상대를 평가하지는 않아요.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지. 한두 가지의 정보로 상대를 평가해버리면 부정확한 판단으로 자신에게 손해가 되니까요. 그러나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강화하는 데에는 매우 좋은 카드가 됩니다. 그런 과장된 접근이 말이죠. '그래, 그래서 그 사람이 그때 그런 말을 한 거야. 못 믿을 사람이라니까..' 판단의 자료로는 부족할지 몰라도 부정적 시선을 강화하는 자료로는 매우 효과적이죠. 그래서 행위가 많으면 카드를 많이 제공하게 됩니다. 말이 많고 행동이 많으면 거래에서 불리해지는 이유예요. 반면에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면 오히려 상대의 반응을 떠볼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상대의 부정적 반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의도된 과장이 상대를 덫에 걸리게 만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상황을 충분히 장악하고 있을 때에나 가능해요. 아니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자신이 유리한 입장을 가지고 있을 때.. "



마법사는 부러 그런 태도를 자주 사용해 왔습니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일으켜 지지와 견제를 구분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마법사의 포스팅에는 과장과 모호함이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스팀잇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박쥐처럼 자신을 감추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스팀잇은 특성상 교회 새 신자반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심어줘요. 모두 좋고, 모두 응원하고, 모두 지지하죠. 표면적으로 빛이 아주 강해요. 당연히 수면 아래에는 처리되지 않은 어두움이 크게 자리할 가능성이 크죠. 누가 100% 좋고, 100% 동의하겠어요. 아니꼽고 꼴사납고 손가락질하고 싶은 욕망이 억압되어 있죠. 돈 받고 댓글과 반응을 팔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어둠을 처리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단톡방인 거예요.

이건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데 매우 좋지 못한 장치예요. 빛과 어두움을 건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분리하여 처리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어두움이 증식되기 좋은 환경이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분리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헤게모니가 수면 아래, 즉 단톡방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겉으로야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온갖 암투가 벌어지죠.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대화와 토론, 논쟁과 비판은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된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 구성원의 인식이 함께 공유되고 성장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분리된 채 이원화되어 돌아가는 커뮤니티는, 수면 아래 비선 놀음에 아무런 성장을 할 수가 없어요. 거긴 목소리 큰 사람, 가짜정보, 가짜뉴스가 힘을 가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스팀시티]는 단톡방을 차단하고 공개된 커뮤니케이션을 원칙으로 했어요. 그래야 커뮤니티를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수면 아래로 유도하려는 유혹과 방해 동작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단톡방의 말들, 전달하지 말라는 데도 어찌나 열심히 옮겨 오던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공개된 공간에서 드러내는 약점과 단점은 오히려 무기가 됩니다. 동정을 일으킬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사람들에게 판단과 결정을 확정지어 주기 때문에 전복의 기회가 생기죠.

아.. 이건 좀 어려운 기술인데, 사람들은 오히려 뭘 감추고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상대가 같은 방식으로 입장을 취하고 있을 때에만 유효해요. 상대가 공개된 정보와 투명성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수면 아래에 감춰진 태도와 정보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함정으로까지 작용해요. 그러니까 강점과 약점을 모두 드러낸 채 필드를 먼저 장악하면, 수면 아래에 있던 가짜정보들은 설 곳을 잃게 된다는 말이죠. 이거 참~ 설명하기가 어렵네. 중요한데.. "



수면 아래는 빌미를 먹고 삽니다. 빛 속에서 볼 수 있는 드러난 정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수면 아래로 끌어내려 져서 왜곡된 이미지로, 뒤바뀐 서사로 덮어씌워져 버리면, 하루아침에 물어뜯기고 씹히는 대상으로 변해 버립니다. 그런데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 아닙니다. 왜곡된 정보는 적이 명확할 때는 힘을 발휘할지 몰라도,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때, 기회인지 사기인지 모를 때는, 판단을 흐리는 나쁜 소스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법사의 모호한 태도와 방식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 것은 일종의 카드 패 경쟁이었던 겁니다. 서로 더 많은 패를 쥐려는..



그것은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수준인지,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을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러니까 역정보를 흘리는 것이죠. 아니 역효과가 발생할 때, 그것으로 사람들의 태도와 정체성을 확인해 보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우스오브카드


"온라인에서 만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겠다 모인 겁니다. 이중에는 동지도 있고 친구도 있고 후원자도 있겠지만, 화상 전화 속 박순열도 숨어 있는 것이죠. 누가 압니까? 연쇄살인범이 위장하고 있는지? 포스팅과 댓글은 얼마나 자신을 포장하기 용이합니까? 그러나 직관을 따라 이곳까지 이르게 된 마법사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태도와 성향까지 빠르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어요. 누군가는 장대 위에 올라 상황을 살펴야 하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죠. [스팀시티]에 반응하는 모두가, 실은 자신을 노출하는 상황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거예요. 논쟁적 의견에 대응함으로써 말이죠. 영리한 사람은 이런 상황을 활용하여 자기 어필을 하기도 하죠. 이걸 일부러 조장하기도 어려운데, 운 좋게 조총수의 과잉된 포스팅이 포문을 열었죠.

[스팀시티]를 런칭해서 빨리 돈도 벌고, 일적으로 성공하려고 했다면 이런 건 다 불필요합니다. 기능적으로만 점검하고 물의를 일으켰으니 물러나라고 하면 그만이죠. 그러나 [스팀시티]는 커뮤니티이고 커뮤니티는 사람 없이 할 수 없는 것이죠. 사람, 사람이 필요한데, 어떤 사람들이 [스팀시티]에 합류하는가, 어떤 사람들이 [스팀시티]를 경계하고 있는가, 그것을 모르고서는 [스팀시티]가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총수들이 어떤 사람들인가이죠. 일단은 소동이 일어나야 했습니다. 한 번 커뮤니티가 흔들려서 모두가 쓰고 있던 가면 뒤의 실제 모습을 살펴볼 기회를 얻어야 했어요. 그런데 일부러 일으키기도 어려운 걸, 조총수의 과잉동작이 모두의 가면을 슬쩍 벗겨버렸죠."



마법사가 여러 제안을 했지만, [스팀시티]의 총수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스팀시티]의 프로젝트가 정해집니다. 그러면 그 프로젝트들 중에는 기존에 스팀잇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서비스와 겹치거나, 경쟁 관계에 들어서는 프로젝트들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스팀잇에서의 모든 프로젝트들이 결국 서로의 자산을 상승시켜주는 좋은 시도들이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견제심리가 발동하고 질투가 나거나, 발목을 잡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죠.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들의 선택지가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이 이끄는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테니까요. 그걸 선의의 경쟁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것은 커뮤니티의 성숙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가 일천한 스팀잇의 커뮤니티 역시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 있습니다.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고, 그중에서도 누가 [스팀시티]와 호응을 이룰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드러나는 댓글과 포스팅으로는 모두들 [스팀시티]를 응원하는 지지자들 같고, 모든 문제에 공정하고 정의롭게 대응하는 민주주의 화신들 같았습니다만(논쟁과 토론을 철저하게 구분하여 사용하는), 들려오는 수면 아래의 말과 느껴지는 뉘앙스는 매우 비겁한 쫄보들의 협잡 수준이었습니다.


"조총수가 개발하고 있는 MOITTO는 콘텐츠 포털 앱이었지만 결제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마침 kr 커뮤니티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예비 증인이 하는 결제 서비스와 겹쳤던 거에요. 논쟁은 그 지점에서 발생했고, 심지어 토론이 아닌 논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말 그대로 꼬투리를 잡혀서 태도 논란에 휩싸였어요. 태도라니.. 누가 누구의 태도를 지적합니까? 총수의 태도라는 것이 정해져 있나요? 논쟁이라는 말을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 '싸움박질', '시비걸기'로 사용했다고 태도 운운을.. 하고 반응을 하면 조총수처럼 프레임에 딱 걸려드는 것이죠. ㅎㅎ

덕분에 마법사는 많은 카드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조총수가 흥분하면 어떤 실수를 하기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조총수는 총수단 합의를 깨고 단독대응을 하다가 여론에 밀리는 바람에 마법사와 라총수에게 빚을 지게 되었죠. 심지어 사퇴하겠다고까지 했으니.. 게다가 스팀잇의 역학 구도를 뼈아프게 깨닫게 되는 바람에 마법사가 왜 고래펀드를 중지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마법사로서는, 일단 앞에서는 지지한다고 하는데, 저게 진짜 지지인지, 빌미를 찾고 있는 중인지 알 수 없었던 모호한 사람들의 정체를, 대번에 캐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면 아래 단톡방 루머의 정체와 근원, 배포자들의 윤곽까지도요."



카드는 이후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덕분에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조총수의 과잉동작에 휘말려 오버페이스를 하다가, 결국 소리소문없이 서비스를 종료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스팀시티]의 반대편에 서서 자신을 지지하던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든 채..



그러나 무엇보다 큰 소득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마법사의 직관에 대한 조총수의 절대적 신임을 얻게 된 것입니다. 왜 고래펀드를 하지 말자고 했는지.. 왜 대응을 하지 말자고 했는지.. 조총수의 실책으로 카드로 쥔 그들 또한 본격적으로 [스팀시티]를 흔들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마법사 역시 카드를 잔뜩 쥐게 되었죠. 카드를 쥐었으니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야겠죠. [스팀시티]의 하우스오브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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