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기다리는 음악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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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손에 열쇠와 열쇠고리를 쥐여 주었다. 이제 자물쇠를 열자.


새해는 음악과 함께 시작되었다. 늘 음악을 듣고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일들이다.


우선 정초부터 꾼 꿈에는 기리보이가 나왔다.

꿈속에서 선물을 사기 위해 낯선 가게에 들렀다. 여러 가지 소품과 옷가지를 파는 그 가게는 2층에 있었는데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도착해서 문을 여니까 기리보이와 그의 친구들이 소파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를 살펴보니 거긴 그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다. 기리보이가 그 가게의 주인인 것 같았다. 천천히 가게를 둘러보는데 진열된 물건들이 하나같이 멋졌다. 기리보이가 불쑥 곁에 다가와 내 손을 잡더니(?) 물었다.

“뭘 찾고 있어요?”

“선물이요. 커다란 러그를 선물 받았는데 여기서 샀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에게 줄 선물을 찾고 있어요.”

이 사실은 대화 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선물 받은 그 커다란 흰색 러그에는 검은색으로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었는데 누구의 얼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군요. 그분은 어떤 사람이에요?”

“음으로 일기를 쓰는 사람이에요.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만들어요.”

그러자 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그 사람에게 줄 선물도 못 샀고, 기리보이에게 그 사람을 소개해주지도 못했는데 꿈에서 깨어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온종일 그 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길래 꿈 밖에서라도 소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리보이에게 인스타로 디엠을 보내기로 했다. 첫 줄에는 이렇게 썼다.

시영님, 안녕하세요.

한참 망설이다가 이어서 썼다.

기리보이의 음악을 좋아하니까 ‘팬’이 맞는데, ‘팬’이라고 말하니까 어쩐지 겸연쩍어지네요.

허지혜라고 합니다.

좀 뜬금없지만… 새해 첫날 꾼 꿈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메시지를 적고 있어요.

시영님께서 이 글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꿈을 꾸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선명히 생각이 나니까 꼭 전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는 꿈 이야기를 하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그 사람의 유튜브 채널 링크를 덧붙였다. 메시지를 쓰면서 기리보이와 그 사람을 동시에 떠올렸는데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기리보이는 팔로워가 백만이다. 과연 그는 나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또 얼마나 마법 같은 일일까?


그리고 어제는 새해를 맞아 바다를 보러 간 친구가 인스타에 바다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해 질 녘 아무도 없는 바다

야도 찍고 돌아오기
🌊
올해도 바다처럼 Antifreeze

그리고 번개처럼 조휴일이의 노래가 떠오른 것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검정치마 안티프리즈'라고 치니까 두 번째에 썸네일에 바다 사진이 박혀 있는 영상이 리스트업 되었다.



영상을 재생했다. 오백 년 만에 듣는 노래다. 어쩐 일인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친구들에게 허겁지겁 울면서 링크를 보내고, 이후로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 꽤 오래 울었다. 그리고 안티프리즈를 2021년의 테마곡으로 선정했다. 벅차오른 감정은 거기서 그치질 않고 급기야 울면서 인스타에 바다 사진을 올린 그 친구에게 편지까지 쓰게 만들었다. 요약하면.

커다란 영감을 던져주어 고맙다. 너는 짱 멋있다. 짱 멋있어서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 놀러 와라.

우리 동네 특산물을 사다가 편지와 함께 보냈다.


그리고 오늘 낮에는 소수점님(@sanscrist)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할 영상을 보여줬는데 띠용. 영상 주제가 '음악'이 아닌가!? 나는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리고 말았다. 영상이 너무 재밌어서 킥킥 거리면서 보다가 마지막에는 기리보이와 기리보이에게 소개한 그 사람과 조휴일과 안티프리즈를 떠올렸다. 친구들과 잔뜩 술을 먹고 코인노래방으로 달려가 어깨를 걸고 안티프리즈를 부르고 싶었다.


아아! 음악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인스타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음악은 한결같이 좋은 것이다. 그렇게 아름답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을 기다리는 음악이 기도가 된다. 당장 떠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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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일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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