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소가 풀을 뜯듯이 #2

in stimcity •  17 days ago




소가 풀을 뜯듯이 #2

+ Downhouse, UK



챨스 다윈이라.. 그가 영국 사람이었던가? 난 뭐 진화론 빼고는 아는 게 없었어. 그래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폭풍 검색에 들어갔지. 아, 그런데 숙소에서 멀지 않은 런던 외곽에 ‘다운하우스(Downhouse)’라고 챨스 다윈이 생전에 살던 저택과 기념관이 있는 거야. 여기구나. 여기를 가봐야겠어. 다윈은 죽고 없겠지만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멀린은 더 잠들어 있을 수 없습니다. 한스와 잭이 깰까 조심조심하며, 동이 트자마자 숙소를 나와 ‘다운하우스’를 찾아갑니다. 마침 ‘다운 하우스’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숙소 앞에 있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자동차 없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싸게 구하느라 런던 외곽에 잡은 숙소에서 ‘다운하우스’를 찾아가기가 오히려 쉬웠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듯..

 


다윈이라.. 진화론, 종의 기원.. 이게 다 무슨 연관이 있지?

 
‘다운하우스’로 가는 런던의 명물, 이층버스의 이층 맨 앞자리에 앉아, 멀린은 생각에 잠깁니다. 2000년에서 2017년까지 활성화된다는 스타게이트는 이제 닫혀버린 걸까? 2017년의 하지가 지나버렸으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기회는 더 이상 없는 걸까? 그러면 이제 앞으로 남은 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다윈은 이 시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줄 건가? 생각이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고 보니 챨스 다윈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냥 막연히 창조론을 부정한 배교자. 기독교의 원수 또는 새로운 기원을 연 현대 과학의 영웅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교회에 열심히 다닐 때는 원수였고, 학교에서는 달달 외워야 할 생물학의 기본 중의 기본. 그러고 보니 다윈이 한 일이 보통 용기 있는 일은 아니었겠네..

 
그렇지 않겠습니까? 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셈인데, 엄청난 저항과 핍박이 있지 않았을까요? 순교를 당하지 않은 것이 신기하네요. 어쩌면 이전의 종교개혁은 다윈의 진화론에 비하면 새 발에 피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챨스 다윈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막연한 동경과 무지한 적대감만 있을 뿐입니다. 챨스 다윈,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인 챨스 다윈은 한때 성직자를 꿈꾸던 신학생이었습니다. 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다니던 다윈은, 진통제 없이 진행되는 잔혹한 ‘해부학’등의 실험에 혐오를 느끼고 학교를 자퇴합니다. 대신 신학을 공부하기로 한 다윈은, 케임브리지 대학 신학과에 입학합니다. 케임브리지에서 다윈은 식물학자인 헨슬로우 교수를 만나게 되는 데, 그는 다윈에게 신세계를 열어 주었습니다. 평소 곤충 채집과 식물 채집에 취미를 가지고 있던 다윈은 헨슬로우 교수를 따라다니며, 박물학과 지질학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헨슬로우 교수의 추천에 따라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그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와 남미, 오세아니아의 대륙과 섬들을 항해하며 수많은 표본들을 수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이 채집해 온 표본들을 20년에 걸쳐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집안은 큰 부자였어. 게다가 그의 아내는 웨지우드라는 지금도 유명한 도자기 회사의 딸이었어.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운 좋은 사내였지. 그런데 다윈은 결혼을 하기 전에, 이 결혼을 해야 할지 말지 매우 망설였다고 해. 그래서 결혼의 장단점을 종이에 적어갔지.

 

결혼을 하면 :
돈을 위해 일해야 하는 의무감 느낌. 여행도 못하고 책도 못 읽음. 포로처럼 살아야 함. 자식들, 영원한 반려자, 노년의 친구, 집을 돌봐줄 그 누구. 여자의 수다. 하지만 끔찍한 시간 낭비. 일만 하다가 아무것도 남는 것 없이 평생을 보내야 함.

결혼을 안 하면 :
자유. 친척들 방문과 모든 사소한 일 간여를 강요당하지 않음. 걱정과 책임감, 아이들 양육비용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부담감 없음. 집 사고 꾸미는 데 드는 끊임없는 비용과 문제들, 시간 낭비 등 신경 쓸 필요 없음. 하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성격이 유연해지고 활기 넘치게 된다고 함.

 
이런저런 고민 끝에 다윈은 결국 결혼을 선택합니다. ‘어쨌든 애완견보다는 낫겠지’, ‘행복한 노예도 있다던데..’하며 마지못해 한 결혼이었지만, 무엇보다 망설였던 것은 아내가 될 엠마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윈은 자신이 연구해 갈 분야를 아내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 결혼을 망설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일단 숨기고 결혼부터 하라고 충고하였지만, 다윈은 정면돌파를 시도합니다. 그래서 신부가 될 사람에게 오히려 자신의 파격적인 생각들을 모두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엠마는 오히려 그의 그러한 진실된 태도에 감명을 받고, 다윈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다윈의 아내가 된 엠마는 그에게 신앙을 강요하기 보다, 성서를 진지하게 읽어줄 것을 부탁하며, 예배도 남편이 산책하는 사이에 아이들과만 보았다고 합니다.

 


다윈은 자신의 연구결과가 독실한 신앙인인 아내에게 충격을 줄까 봐 매우 조심했어. 심지어 엠마가 죽은 이후에 출간하려고도 했었지. 결국 미루다 미루다, 20년 만에 [종의 기원]의 원고를 완성하고는 최종 검토를 아내에게 부탁하였지. 그리고 아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발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원고를 읽어 본 엠마는 마침내 다윈에게 이렇게 말했지. “어려운 부분만 덜어낸다면 이 책은 대박이에요!” 그렇게 [종의 기원]이 독실한 신앙인인 아내 엠마의 최종 검토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지게 된 거야.

 
신앙 때문에, 신념 때문에, 헤어지는 커플도 있고 부부도 있습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는데, 많은 이들이 믿음에서 걸려 넘어집니다. 다윈은 아내를 사랑했고 엠마도 남편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다윈은 자신의 일생일대의 연구결과를 포기할 수 있었고, 엠마는 자신의 신앙을 부정할 수 있었습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에나 나오는 사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기원을 자연에서 분리하지 않고, 신성의 본질 안으로 복원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윈은 신을 부정했던 게 아니야. 오히려 신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자연에게 마구 행패를 부리는 인간의 폭력을 부정한 거야. 신의 창조가 인간 따로, 동물 따로, 식물 따로 일 필요가 있나? 인간만 신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것이 아니잖아. 보시기에 좋았다던 그 세상은, 모두 신의 형상을 따라 신의 의지에 의해 지어진 것이지. 그러므로 우리는 신으로부터 나왔고, 신으로부터 진화되어 온 거야. 신의 창조세계를 더더욱 확장시켜 가고 있는 중이란 말이지.

 
여성의 영혼이 존재하는가를 놓고 논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절까지도 여성의 지위는 동물의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신의 여성성의 회복으로서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고, 앞서 수많은 마녀들의 희생을 통해 여성의 영혼은 복원되어 왔습니다. 이에 다윈은 신의 현현을 남성성과 여성성을 넘어 동물성, 식물성 나아가 자연만물 모든 수준에까지 확장시킨 것입니다.

 


아! 이것이구나. 스톤헨지의 늙은 소가 다윈이 자신들의 현자라고 얘기한 이유가 말이야. 다윈으로 말미암아 동물들조차, 신의 피조물로서 인간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지. 인간이 원숭이의 후손이냐고 비난을 받았지만, 인간 역시 피조물에 불과할 뿐이야. 그리고 모든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모든 동식물에게도 영혼이 있는 것이지. 그것들 모두 신의 현현일 테니까.

 
그렇게 다윈을 통하여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과 자연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의 현현으로서 이들 모두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신의 일부이고, 신의 형상입니다. 3차원의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 안에서만 세상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편견과 제한된 이해를 갖는 것 또한 이해 못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신이 시공간에 갇힐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신은 신이 아닌 것입니다. 신은 하늘 위 저편에만 계신 것이 아닙니다. 신이 없는 곳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공간에 갇힌 신이 신이겠습니까? 무소부재(無所不在) 하다는 신은 만물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의 창조세계는 모두 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신의 외부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은 만유(萬有)의 주재(主宰)이면서 또한 만유(萬有)의 만유(萬有)이지. 그러나 인간은 3차원적 사고 밖에 할 수가 없어. 공간에 갇힌, 분리된 신만을 상상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 신은 하늘 위 저편에 음성으로만 존재하고, 여기 하늘 아래 이곳에는 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부르는 거야. 신을 불러대는 거야. 휴대폰을 손에 쥐고 휴대폰을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신의 내부에 있으면서 신이 어디 갔냐고 불러대는 거지. 심지어 신의 부재를 틈타 악마가 활개를 치는 거야. 우리는 그 악마를 기도로 물리쳐야 되는 거야. 낮잠 자는 신을 깨워야 하고, 다른 이들의 기도를 듣지 못하게, 24시간 깨어서 기도를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인류는 인간과 신을 분리해 왔어.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도 분리되고, 인간과 동식물이 분리되고 자연은 더더욱 분리되어야 했지. 그러니까 제 몸인 줄도 모르고 파괴한 거야. 제 몸 죽이는 줄 모르고 죽여왔던 거야.

 
인류의 의식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여성을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 받아들인 지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마녀들이 화형대에서 불에 타야 했습니다. 여성을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위해 루터와 카타리나는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 사랑의 결과로 여성은 영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식물과 자연이 영혼을 가지기 위해서, 믿음을 넘어서는 엠마와 다윈의 사랑이 있어야 했습니다.

 


다윈은 진보적 지식인으로, 그의 할아버지 대부터 노예제를 반대해 왔어.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학대에도 괴로워했지. 그래서 종종 동물을 학대하는 이웃들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어. 노예제, 동물학대 모두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해, 만물의 영장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생겨난 못된 분리의식이야. 분리된 존재에 우열을 지우는 것은 지배권력의 손쉬운 통제방식이지. 선민의식으로 사람과 자연을 분리하고 마구 파헤치지.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 뻔뻔하게.. 결국 그러한 분리로 말미암은 자연파괴의 결과를 고스란히 후손들이 받아내야 하는 거야.

 
분리되지 않은 사랑, 믿음을 넘어서는 사랑. 엠마는 천국에서 다윈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병으로 어린 딸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엠마와 다윈에게 천국은 몹쓸 곳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그곳은 천국일까요? 인간의 신이 만든 천국에는, 믿는 자만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천국에 가기 위해 사랑을 버려야 할까요? 사랑하는 자들은 이 땅 지옥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확장되고 확장되어 동물과 식물, 자연만물에 걸쳐 하나 됨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의 전사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믿음을 증명하라고 다그치며, 자신들만의 천국을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그 천국은 어디에 있습니까? 평면 지구 너머 궁창 위에 있습니까? 삼위일체 신만이 거주하는 교회 지하의 무덤 속에 있습니까?

 


신에게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지. 하루살이에게 하루가 백 년 같고, 백 년이 하루 같은 것처럼 말이야. 그러므로 3차원만 벗어나도 시공간은 그 경계가 허물어져 버려. 모든 시간은 순간으로 존재하고 공간은 하나의 점에 잠들어 있지. 3차원을 늘려놔 봐야, 저 높은 곳에서 보면 하나의 점일 뿐이야. 그러므로 창조의 여섯째 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야. 보시니 좋았더라던 그 여섯째 날은 지금도 진행 중인 거야. 그리고 인류의 의식이 차원을 벗어나 신에게 이르는 그날, 비로소 신은 창조를 마치고 휴식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사랑의 분열로 시작된 창조가 모든 분열된 존재들의 거대한 융합에 이르러야, 창조는 마무리될 수 있는 거야. 이제 그 융합이 인간과 자연의 융합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되었어. 다윈과 엠마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말이야.

 
앗! 이것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 준다던 스타게이트. 그것이군요. 의식의 다른 차원, 자연으로부터, 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의식의 진화를 거듭해 온 인류가 마침내 자연과의 합일, 모든 창조세계와의 융합을 이루어내야 할 지점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그것은 스톤헨지의 마법사 멀린과 아더 왕의 원탁의 기사들이 찾아낸 성배의 비밀이며, 마녀들이 화형대에서 불타면서까지 지켜 낸 신성의 현현입니다. 루터와 카타리나가 목숨을 걸고 교회로 가지고 들어온 신의 여성성이며, 다윈과 엠마가 사랑으로 드러낸 창조의 신비인 것입니다. 인류는 드디어 그 문을 열었고 그 좁은 문을 통과해 들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소가 풀을 뜯듯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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