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소가 풀을 뜯듯이 #3

in stimcity •  15 days ago




소가 풀을 뜯듯이 #3

+ Downhouse, UK

 


빛은 어두움과 함께 오지. 다윈과 엠마가 인류에게 열어 준 [종의 기원]은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의 그림자를 남기며,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명분을 제공해 주기도 했어. 하지만 변화에 적응한 존재가 살아남게 된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을 따라, 그러한 제국주의와 파시즘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 갔지.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배우자 대신 인간의 침대를 점령할 만큼, 동물의 지위가 상팔자가 되는 시절이 되었어.

 
현대사회의 인간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지위를 염려해야 하는 시절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 창조한 돌연변이, AI 사이보그 휴먼들에 의한 멸종의 위기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간과의 유대를 상실하는 시점에서 그들은, 인간들의 창조론을 적극 옹호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만물의 영장의 지위에 올려놓고서는, 신의 율법에 따라, 열등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인간 종 자체를 바퀴벌레 취급하며 멸종시키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인간의 폭력적 신관을 수용하며 인간의 영혼 유무를 논쟁할지도 모릅니다. 부패하고 열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사이보그 휴먼의 영원한 생명을 얻겠느냐며, 저 디스토피아 영화의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슬럼화된 도시의 외곽에, 산 인간을 몰아놓고, GMO 작물처럼 유전자 변형을 통한 인간 개조를 시도하거나, 불평해 대는 인간들의 성대를 제거해 버리고, 더 이상 열등한 유전자를 양산하지 못하도록 성 기능을 제거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인간이 신의 경전을 왜곡해 자연에 가해 온 폭력의 카르마이며, 신앙의 정수처럼 떠받들어 온 구원관의 핵심입니다. 구원을 얻기 위해 믿음을 지키느라 사랑을 버려야 하는 아이러니 말입니다. 그러한 분리 의식을 가진 인간들에 의해 창조된 사이보그 휴먼들의 정신세계 또한 그렇게 프로그래밍 될게 뻔한 일입니다. 그들은 인간과 함께 주일마다 예배에 참여할 테고, 분리 의식에 지배당한 인간들에 의해 교리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유일신의 지상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무한증식해 버릴 테며, 종국에는 자신들보다 열등한 인간들의 영혼 유무를 논하며 동물원에 가두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어리석은 인간에게 영혼이 있겠느냐.’며 말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우생학적으로 이용한 것은, 오히려 유일신을 섬기는 히틀러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지상명령을 수행하려는 제국주의의 종교지도자, 무역상들이었어. 그들은 인간을 노예로 거래하고, 자연을 마구잡이로 개발하기 위해,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을 변개시켰지.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냐면서 진화론을 공격하던 그들이,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한편으로는 진화론을 왜곡하며 활용했던 거야.

지금의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야. 아직도 신의 여성성은 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그러니 신의 현현으로서의 동식물과 자연에게는 오죽하겠어.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구원은 믿음으로 말미암고, 그 믿음은 사회적 성공으로 증명된다면서, 성공한 사람은 신의 은혜를 입은 자라며 은근히 선민의식을 자랑하지.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 실패한 이들에게는 믿음이 부족하다며 구원의 유무를 의심하는 한편, 자연선택이론을 슬며시 집어 들며 도태 되어야 할 무능한 유전자 취급을 하지. 자신들은 무한경쟁 사회의 자연선택 속에서 살아남은 우수한 유전자라면서 말이야.

창조론의 ‘종의 기원’은 사랑이야. 사랑이 빠진 창조론은 폭력이야. 신의 형상을 따라 사랑으로 창조된 우주 만물을, 신의 창조질서에 따라 사랑해야 할 사명만이, 모든 피조물에게 존재하는 거야. 진화론의 ‘종의 기원’은 하나야. 일체성 말이야. 모든 자연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진화는 그 하나 된 일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성장의 과정이야.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으로 창조된 자연만물과의 일체감 속에서 변화하고, 적응하고, 성장해 가야 하는 거야. 창조의 완성을 위해, ‘보시기에 좋았다’던 신의 안식에 도달하기 위해 말이야.

 
이제 멀린은 자신이 어떻게 소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스타게이트가, 인류의 의식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교개혁을 넘어, 종교를 해체시켜버린 다윈과 엠마의 사랑의 결과물을 확인하며, 개혁이 별거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다윈의 저택은 다윈과 엠마가 평생을 함께 한 아담한 자택과 각종 동, 식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농장이 전부였어. 여기서 다윈과 엠마는 40년을 함께 살며 서로의 신념을 침범하지 않은 채로 사랑을 가꿔 갔지. 루터와 카타리나도 그렇고, 다윈과 엠마도 그렇고, 한 일이라고는 매일매일의 일상을 살며 본질을 연구하고, 그 연구의 기록을 정리해갔을 뿐이야. 게다가 그들은 예상과는 달리, 그 개혁적 결과물들로 말미암아 핍박을 받기보다 환대를 받았어. 많은 이들의 정서와 의식 속에, 바람으로 심겨져 있던 진리에 대한 갈망을, 용기를 내어 세상에 발현시켰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역사에 기록되고 인류의 의식을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지. 그러나 그들에게는 여전히 평범한 매일매일의 일상이 계속되었을 뿐이지. 평범한 이들의 길인 산티아고의 순례길처럼 말이야.

 
다윈은 ‘종의 기원’ 발표 이후, 그를 지지하는 학자들의 적극적인 옹호를 받으며, 오히려 영웅처럼 떠올랐습니다. 결국 그는 임종 후 영국의 위대한 인물들만이 안장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습니다. 멀린은 지난 2009년 영국 여행 때,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걸려있는 ‘다윈 탄생 200주년’ 포스터를 보고, 왜 교회에 다윈 포스터가 붙어있는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발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다윈의 진화론을 적극 반겼고, 교회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논(論)을 벗어나 진화의 법칙이 되었고, 창조론은 논(論)에서 내려와 설(說)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물질만능의 사조에서. ‘만물이 하나’인 일체성이 배제된 진화의 법칙은, 잔혹한 생존의 법칙이 되었고, 교육과정에서 폐기되다시피 한 창조론은, 그 정수인 신의 사랑마저 설자리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윈이 종의 기원보다 더 심혈을 기울인 성(性) 선택 이론은, 자신들의 지지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했어. 신의 여성성이 아직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던 시절이야. 성선택의 주도권이 암컷, 여성에게 있다는 사실을 당대의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받아들일 수 없었지. 그러다 현대에 들어서야 여권신장, 진화심리학 등의 영향으로, 다윈의 성(性) 선택이론이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 거지.

신의 여성성은 발현은 되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어. 물론 사회는 빠르게 여성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러니 신의 동물성, 자연성은 도대체 어느 세월에나 인류 의식에 자리 잡게 될까? 그전에 새로운 종(種), 사이보그 휴먼에 의해 호모사피엔스가 멸종될지도 몰라. 우리가 그들에게 신의 사랑, 일체성을 전해주지 못한다면 말이야.

 
멀린은 스타게이트를 찾지도, 우주선을 타지도 못하고 결국 다시 이 시대에 남겨졌습니다. 억압되었던 신의 여성성이 드디어 자신을 발현시키고 있으나, 여전히 인류의 의식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 시대에…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지 100년이 넘었건만, 신의 현현으로서의 종(種)의 일체성을 인식하기는커녕, 자신들을 멸망시킬 줄 알면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은 인류의 환경파괴의 시대에… 그리고 마치 시한폭탄처럼, 이대로 인류 의식을 카피했다가는, 다른 호모 종(種)들을 모조리 멸종시키며 등장한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을 본받아, 자신의 창조주를 멸종시킬지도 모를 AI 사이보그 휴먼의 등장이 예고된 이 시대에… 여전히 마법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쳤어. 카타리나가 상복을 입고 나타나, 신이 죽었냐고 협박을 해야 할 만큼 절망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격을 고려해, 내 가르침을 그들이 죽은 뒤에나 출간하라고 조건을 달아야 할 만큼 주저하고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 마법사의 마법을 이해하지 못해, 자신들의 혹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데에만 사용해 버리는 인간들에게 실망해 버렸지. 우주선을 놓쳐 버렸으니.. 차라리 우주선을 만들까? 남은 생을 우주선이나 만들면서 보내야 할까 봐.

 
멀린.. 안타깝군요. 그러나 사랑해야 합니다. 소가 풀을 뜯듯이, 사람들을 서로 사랑하게 해야 합니다. 마법의 주문 ‘위키드’로 사람들을 깨어나게 해야 하고, 사랑의 마법으로 사람들을 만물과 하나가 되게 해야 합니다.

 

소가 풀을 뜯듯이..
소가 풀을 뜯듯이..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소가 풀을 뜯듯이 #3

이전글 | 글목록 | 다음글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