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겨울 바다를 찾아갔다
바람이 시지프스의 영(靈)을 외투처럼 걸치고
물결을 둘둘 말아
모래밭에 눕혀놓고 돌아가기를 되풀이 한다
벌서 오래전 모래밭에 새겨둔 글씨들이
머리를 털고 일어나
무릎을 세우고 걷기 시작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글씨들의 표정이 밝아지다 어두워진다
내일이 없는 연인들의 얼굴처럼
석양이 바람의 등을 떠밀었다
글씨들도 그렁그렁한 눈을 감는다
눈물 방울에 작은 글씨들이 빛난다
‘이제 오지 않아도 괜찮아’
새로 태어난 글씨들이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도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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