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3 months ago

처음 누가 봄이라고 말했을까

바람이 버드나무의 머리를 빗기는 곁에서
냉이꽃이 숨어서 핀다
제비를 기다리느라
입술이 파랗게 떨던 제비꽃

진달래는 어느 사이
혼자 붉은데

발을 멈추고 서서
불러도 대답할 틈이 없다
보고 있느라,
보아야 할 게 너무 많아
눈을 뗄 수 없어서

봄은 이제까지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고
앞으로도 눈을 돌릴 수 없다는 말의
이슬방울처럼 또렷한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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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의 詩 /천양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을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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