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낯선 거리의 쇼윈도우에 서 있던 옷처럼
어색한 자리를 위해
옷장을 열고 하나씩 걸쳐본다
얼마전까지 잘 입던 옷이 품이 끼는 것 같고
잘 어울린다는 매장 직원의 찬사를 떠올리며
거울앞에서 비춰보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옷들을
다시 옷장으로 들여보내고
가장 친한 옷으로 간택한다
마음먹고 장만한 핸드백도 두고
그동안 정이 든 걸 손에 든다
편치 않은 자리
편한 차림에 의지하게 된다
밥 그릇 국 그릇
손에 들고 먹으면 안 된다는 말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국밥/이재무
매번 고인께는
면목 없고 죄스러운 말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이 좋더라
시뻘건 국물에 만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괜스레 면구스러워 슬쩍
고인의 영정 사진을 훔쳐보면
고인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국밥이니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을 찡긋, 하더라
늦은 밤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나서면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더라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장례식당 음식을 안 먹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죄다 쓸어 먹고 옵니다.
고인의 영정 한번 쓰윽 쳐다보면서요. ㅎ
그러고보니 @dozam님
저와 통하는게 있습니다.
저도 특별히 급할 때만 아니면 잘 먹고 옵니다.
고인이 다시 태어나는 생일잔치라는 생각이 들어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