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4 months ago

지난 겨울은 갈 길을 잃었다
일찍 오겠다고 토끼처럼 뛰어오던 봄은
낮잠을 자다 길을 잊었다

사월 꽃송이에
꽃비인 양 앙큼스럽게 눈이 날릴 때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봄

상추 심고 쑥갓이라도 심어 먹다
철 지나면 꽃이라도 볼 생각에
묵은 밭에 쓰레기를 치운다

갈퀴 끝에 달려나온 컵라면 지붕 밑에
모래별꽃 젖니가 눈부시다

올 봄은 술래였다
밤마다 설계도를 그리는 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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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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