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month

체격은 작아도 마당발이라는 사람
이사 온지 얼마 안 되면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눈이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
입이 그 다음에 인사를 하고
상대의 손을 덥석 잡고
언제 커피라도 한 잔 하자며
이를 훤하게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나 같은 커피 공화국에 살면서도
같이 커피를 마신 적은 없었다
언제라는 말은 원래 힘이 약했다

장마철 꽃받침을 놓치고 떨어지는 능소화처럼
길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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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늦은 밥/ 임경숙

바쁘다는 핑계로
서두르며 뱉던 말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무성했던 말치레

언제 밥 한번 먹자

수없이 오가던 가로수 길
이팝나무 고봉으로 피고 졌어도
잊고 지나쳤던 그 길에
조등 하나 켜졌다

낯선 얼굴 틈에 끼어서
눈시울 붉혀가며 떠 넣는
빛바랜 약속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때 늦은 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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