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 이벤트 615. 정답 발표.

in #steemzzang9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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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 비가 오면 조금이라도 땅을 식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위는 한 풀 꺾일 거라는 생각에 비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구름은 산을 덮고도 남을 만큼 크고 탐스러워도 정작 비는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날은 푹푹 찌고 닿는 것마다 끈적거립니다. 처서가 지나면 더위도 물러갈 줄 알았지만 그도 아닙니다. 이제는 처서매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길에서 만났습니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자 ‘사람들이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합니다. 그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합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소리로 듣는다는 참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절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시기의 정서를 잘 드러냅니다. 이제 자연의 순리는 여름을 밀어냅니다.

처서 때는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아직 남아 있는 따가운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합니다. 차츰 가을의 높은 하늘이 다가옵니다.


정답은 처서, 풀입니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그렇게 덥다가도 처서(處暑) 무렵이면 더위가 한풀 꺾여 주저앉으며 새벽엔 잠자리마저 선득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며 풀들도 한해살이를 마감하게 되는데, 풀꽃이 이울고 비틀려 돌아가는 걸 의인화해서 울며(泣) (땅속으로) 돌아간다(歸)고 재치 있게 표현한 속담이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무르던 씨앗이 차츰 영글기 시작하므로 처서가 지나고 얼마쯤부터 슬슬 벌초가 시작됩니다. 풀이 생장을 멈추고 풀씨가 덜 영글었을 때 벌초하면, 풀이 더 자라지 않아 성묘 때 웃자란 풀을 만나지 않으며 영글지 못한 씨는 다음해 봄에 풀싹을 내지 못해 일거양득이라 벌초의 적기라고 합니다.

벌초는 제사처럼 매우 중요한 일이라서 옛날에는 일가친척이 한날한시 집결해 성들을 공략하듯 손에 손에 낫을 들고 조상님들의 봉분을 하나씩 깎아 나갔지요. 예초기의 등장으로 품이 줄어 요즘은 적은 인원으로 벌초가 가능해졌다지만, 제각기 바빠서 시간 맞추기 어려운 시절이다보니 날짜 잡는 게 더 큰일입니다.

묘지기에게 벌초사래(벌초 값으로 부쳐 먹는 논밭) 주던 옛날마냥 알바를 구해 지번을 일러주고 결과를 사진으로 받아보지만, 남의 손에 맡긴 죄스러움과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한 건 아닌가 싶어 편한 게 아니라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입니다.

매장보다 화장과 수목장이 늘어나는 때입니다. 좁은 국토를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묘소를 관리할 후손과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라는 이유를 숨기고 있습니다. 조상을 기리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후손의 마땅한 마음가짐이겠지만, 벌초 때 다가오면 전화기 너머로 바쁘다 울상을 짓고 있을 목소리와 한숨을 주고 받으며 흐지부지 전화를 끊기도합니다.

  • 정답자 선착순 10명까지 1steem 씩 보내 드립니다.
  • 반드시 댓글에 번호를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616회에서 뵙겠습니다.

대문을 그려주신 @ziq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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