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29 days ago

넘치는 물결위로
파도처럼 출렁이던 갈매기들

어쩌다 밥 때를 놓친 갈매기가
손에 들고 있던 새우깡을
날쌔게 채간다

밥을 먹고
잘 먹었다고 인사도 없이
팔뚝에 똥을 갈기고 날아가는 녀석

사람은
밥 해주는 사람을 밥으로 아는데
외포리 갈매기들은
똥을 밥값보다 후하게 친다

image.png

객짓밥 /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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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 갈매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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