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in #steemit11 months ago (edited)

혼란스럽다./cjsdns

혼란스럽다.
뭔가 잊은 것 같은 생각에 나사가 빠진 거 같은 느낌에 막연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외출할 때 분명 불을 끄고 나갔는데 들어와 보니 불이 켜져 있고 선풍기는 조용한 자태로 돌아가고 있다.

뭐지, 약속시간을 맞춰 나갔는데 30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아 웬일이지 하고 전화를 하여 야 30분이 지나도 코백이 가 하나도 안 보여하니 뭔 소리야 우리 약속 시간이 3시가 아니라 5시잖아 하는 소리에 그래하는 힘없는 대답을 하고 카톡을 살펴본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다.
아침운동 간다며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휴대폰 안 가지고 가요 한다. 그 말에 주머니를 확인하니 있어야 할 휴대폰은 만 져지 지를 않고 충전한다고 꼽아놓고 듣던 목소리가 잠자리 옆에서 여전히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책을 읽어주고 있다.

덤벙댈 때는 덤벙대서 그렇다지만 지금은 매사에 덤벙댈 때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잘 잊는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습관화 돼 가는 거 같은 느낌에 은근히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 잘 잊는 게 행복한 거라잖아 세상 모든 일을 다 기억하면 머리가 빠개져 못 사는 거야 라며 위안을 하고 지내왔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위안이 다가오지를 않는다.
그냥 불안하다.
이 불안의 기운은 꼭 집어내어 이거요 하고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은 없으나 분명히 있다.

운동장에 오니 저 앞서 반대쪽 트랙에서 나랑 걷기 친구 하는 할머니가 걷고 있다.
그 옆에는 영화감독인 갑장 친구가 동무를 해드리며 걷고 있기에 나는 모른척하고 걸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엄지를 운동시키며 혼란스러움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밝힌다고 밝혀질 것들이면 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니 늘 그렇듯 아 주저리주저리 끌어다 대어 보지만 시계 속에 기어처럼 톱니가 맞아 돌아가는 게 딱히 없다.
그렇다고 프레스 금형에 수놈과 암놈처럼 맞는 것도 없다.
금형이야기 가 나와 그런데 다듬어 끼어 맞추는 건 정말 잘했다.
내 청춘이 한때는 그것에 매진한 적도 있었다.

요즘 읽어주는 소설을 자주 듣다 보니 그때 그야 기도 희망을 주는 소설로 아니 자서전을 쓴다면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올만하다.
그러나 지금 자서전이나 소설을 쓸 것도 아니고 스쳐가는 생각에 만족해야지 생각하는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걷기 친구 할머니와 갑장 친구가 운동장 트랙 옆에 설치된 관람석 벤치에 앉아 쉬면서 나를 향해 얼굴 보고 가려 기다렸다고 한다.
벌써 다 두 사람은 운동장을 다 돈 것이다.

할머니는 다섯 바퀴 갑장 친구는 열 바퀴를 다 돌고 쉬면서 나를 기다린 것이다.
그래서 웃으며 고맙지요 화답하며 많이 보세요, 하며 그들 앞에서 열사흘 달처럼 원을 그리며 이야기를 했다.

얼굴 봤으니 간다며 일어서는데, 나 내일 아침에 못 나와요 하며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왜요? 하는데 건강검진받으러 가요 하는 말이 스스럼없이 말이 나온다.

감사합니다.

2023/08/22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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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워서 그래요 그래도 좋은 친구가 있어 하루가 힘이됩니다
고맙습니다 ^^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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