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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만 되면/cjsdns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이맘때만 되면 너무 힘들어 지금 생각하니 그래서 그런 거 같아...

이만 때만 되면 어머니는 반은 돌아가신 분이다.
기운도 없는 데다 몸이 아파서, 어머니 말씀 그대로 빌려오면 갱신을 할 수가 없다신다.
그렇다고 병원에 가도 특별한 병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잘 잡수시고 기운 차리시면 되지 싶은데 잡수시는 것도 영 시원치 않으시다.

그러신대도 며느리가 농사 지어 수확해온 것을 이것저것 마무리를 건사를 하신다.
힘든데 그걸 왜 하세요 하면 이거라도 해야 살 거 같아 그런다 이리 말씀하시면 그다음은 말이 막혀 더 할 말이 없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할리 없다. 맏이인 나로서는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스물한 살 정월에 시집오셔서 그 추운 섣달 중순에 나를 낳으시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시지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서는 가슴에서 울컥하는 그 무엇이 올라온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어릴 적 기억 속에는 어머니 곱던 새댁 때의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이웃 아주머니들이 새댁이라 부르는 우리 어머니는 참 왔다. 가난만 가득한 살림이라도 불만 없이 늘 희망을 말씀하시면서 뭐든지 싫은 기색 없이 열심히 하시던 분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이맘때만 되면 더욱 힘들어하시는데 오늘도 너무 힘들어하시면서 또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이맘때 애는 낳았는데 벼는 베어 논에 깔아놓았고 눈은 오고 하니 산호 조리는커녕 가을걷이에 나서야 했고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 너무 힘들었던 것들이 이제 늙어서 나타나는지 해마다 이맘때면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하신다.
그렇다고 큰 아들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안타까움만 커지고 때론 못 들은 척하기도 하는데 평생을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눈가에 뭔가 맺힌다.

우연인지 오늘 아침 산책을 하는데 아내가 물어온다.
어제 창작교실 선생님이신 이영춘 선생님이 숙제를 내준 것이기도 하다.
작품은 경험에서 나오는데 살아오면서 가장 크게 슬펐거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어 작품으로 써오라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이른 아침 산책을 하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데 물어온다.
여보, 당신은 살아오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사건이 뭐야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아픈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여러 개의 아팠던 기억이 있지만 그중에도 지금도 가끔 생각하는 것이 어린 동생을 병으로 잃었던 기억이다. 당시에도 지금의 코로나 같은 돌림병이었다고 생각된다. 어머니가 논밭으로 일 나가시거나 개을로 빨래를 하러 가시면 내가 바로 아래 동생과 둘이서 어린 동생 둘을 돌봐줘야 했다.
그런데 그때 동생 둘을 잃었다.
그때 얼마나 울었는지 나중에는 아버지한테 꾸지람까지 들어야 했다.

살아오면서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동생들이다.
큰아이는 여자 아이로 이름도 재 옥이였다.
작을 애는 이름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갔다.
그런 동생을 잃어버린 게 내게는 가장 큰 아픔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니가 이맘때면 너무 힘들어하시는 게 사실을 그때 그 동생들의 산달이다.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신 이유이기도 하지만 자식 둘을 가슴에 묻어야 했고 그게 아무래도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이 무렵 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힘들어하시면서도 당신의 큰 며느리 하고는 늘 정겹게 대화를 하신다.
세상에 우리 큰 며느리 같은 사람 없다며 당신이 못한 산후조리나 당신이 며느리로서 아쉬웠던 것들을 당신의 며느리들에게는 누리게 하신다. 당신이 너무나 부러웠던 것들을 못했던 것들을 당신의 며느리는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어머니다.

그래 그런지 친정어머니보다 시어머니랑 더 살갑게 지내는 아내다.
그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고추장 담그는 일로 지금 주방에서 대화가 한창이다.
며느리만 보면 힘이 나시는지 아픈 것도 사라지는지 대화가 엿듣는 내가 봐도 정겹고 유쾌하다.
우리 어머니의 보물 1호는 큰 며느리고 아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시어머니란다.
물론 내게도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은 늘 이야기하듯 어머님이시다.

이야기가 하다 보니 줄줄이 사탕처럼 나오는데 아내의 평소 말로 정리를 해야겠다.

"어머니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당신의 고생을 며느리들에게는 안 시킨다는 분은 있으나 생각대로 며느리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어머니는 당신이 마음먹은 거 흐트러짐 없이 며느리 사랑을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시어머니로는 물론이고 어른으로서 존경하고 자랑스럽고 감사한 분이십니다.
그리고 자식이 어머니를 인생의 큰 스승으로 생각하는 그런 어머니는 결코 불행한 분이 아니십니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아오신 분이고 가장 행복한 분이십니다."

감사합니다.

2022/11/11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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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cjsd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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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저도 부모인데 어머님께서는 그 고통을 어떻게 참고 이겨냈을까요?
천운님도 참 힘들었을 듯 합니다.

여생은 좀 건강하게 맛난 것 잘 드시고 마음 편하게 지내시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어머니께 전화 더 자주 해 드려야 겠어요.

La mère en difficulté et le fils en difficulté, la mère sacrifie toujours tout ce qu'elle a pour élever ses enfants, elle doit donc être nourrie et soignée dans l'appréciation de sa beau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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