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볼수 없는 풍광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광/cjsdns

수도작, 다시 말해 벼농사 기술은 대한민국에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쌀이 차지하는 부분이 경제적인 것을 넘어 국민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여 쌀 증산을 위한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시행되었다.
다수확을 위한 품종 개량이나 쌀의 품질을 높이는 연구 개발은 물론 수리시설 농토의 경지 정리 그 외 기계화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는 이제 전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을 갖는 쌀 쌀생 최고의 선진국이 되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전국토의 약 70퍼센트가 임야인 관계로 농지, 특히 논으로 사용하는데 따른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근래의 통계를 보면 보면 우리가 공부하던 시절 하고는 좀 다르다.
임야가 63.3%이며 논이 11.1%, 밭이 7.5%, 도로 부지가 3.4%, 건물이 들어섰거나 지을 수 있는 토지인 대지가 3.2%다.
여기에 하천도 2.9%나 된다.

결국 농수산 용지로 사용가능한 토지는 20퍼센트 남짓으로 보인다.
이러하니 끝없이 펼쳐진 뜰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쉬운 말로 10시간을 버스로 달리는데 밖을 바라보면 산이 별로 안 보인다.
말 그대로 대 평원인 땅이 눈앞에 떡하니 펼쳐져 있는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벼농사를 제아무리 잘 지어도 1년에 한 번 다시 말해 1 모작이다.
기껏해야 다른 농작물 마늘이나 보리 등을 끼어 넣어야 2 모작이 가능하다.
그것도 남부지방의 이야기다.
중부지방 위에서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제아무리 품종 개량을 하고 기계화를 해도 벼농사는 일 년 농사이며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사이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변해서 가장 힘들다던 벼농사가 어느 사이 가장 편한 농사가 되었다. 모판을 만드는 일부터 해서 논 갈고 써레질하고 모내고 하는 것이 모든 것이 기계화되었고 심지어 수확까지도 기계화되어 어느 날 갑자기 그 넓은 논의 벼가 도둑맞은 듯 사라진다.
벼를 수확하는 것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 복잡한 단계가 다 생략되었다.
콤바인이 한번 지나가면 모든 게 끝이다.

거기에 널어 말리고 걷어드리고 하던 것도 이젠 없다.
수확과 동시에 건조기를 통해서 저온 저장고로 들어간다.
그리고 난 다음에 필요할 때 말만 하면 버튼 하나 눌러서 방아를 찧는다.
다른 말로 정미를 하는데 정말 티 하나 돌하나 없이 하얀 쌀을 깔끔한 포장지에 포장해서 준다.

한쪽에서는 모내기를 하려 써레질을 마친 논이 보이고 한쪽에서는 벼가 한창 자라는 것이 보인다. 보내오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그곳에서 확인했지만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풍경도 있다.

우리처럼 봄에는 모내고 여름이면 김매고 가을이면 벼를 수확한다는 그런 개념은 그곳에는 없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모내고 벼를 수확할 수 있는 축복의 땅이다.

그나저나 오늘 엄청 춥다.
이곳은 영하 19도라고 한다.
엊그제까지 거닐던 해변가가 그립고 마냥 걷던 록세마웨에서 메단 쪽으로 향하던 그 길이 생각난다.
특히 오늘 그 길이 생각나는 이유가 있는데 이야기하자면 길고 길다.
그래서 여운을 남기며 여기서 안녕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2023/12/21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