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가 하는 일

파출소가 하는 일/cjsdns

며칠 전이다.
그러니까 지난주 주중 어느 날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니 지닥 거래소라며 안내 전화란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거래소가 영업을 중단하니 출금을 하라는 것이다.
거기에 뭐가 있지 싶은데 원화 잔고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카카오톡 인증을 한 것이라 이메일 인증을 해야 하고 그래야 휴면계좌 상태를 풀어 준단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많다.
그런데 거래소 인증도 그중 하나다.
사실 이것저것 하라는데 그게 내 걸음으로는 다라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것들이 내게는 버겁다.
그렇다 보니 나는 문자나 카톡 혹은 메일로 오는 링크된 사이트도 절대로 안 열어 본다.
혹시라도 해킹이나 보이스 피싱 이런 것이 조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닥에서 문자로 링크를 보내 줄 테니 열어서 이래 저래하라는데 확실한 곳의 전화 안내이니 안 할 수 없어하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데 내 생각에는 지니치게 절차가 많아 보인다.

여하튼 시도는 해봐야 하기에 해보는데 잘 안된다.
이틀은 끙끙대며 한 거 같다.
특히 신분증 인증을 하라는데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데 잘 안된다.
잘 찍어져 되는가 싶으면 면허증에 비번이 안 맞는다고 한다.

동그라미 쳐진 부분이 비밀 번호인데 사진에 찍힌 것이 안 맞는다고 계속 다시 인증하라고 한다.
이 글자 저글자를 다 넣어봐도 도대체 안된다.
정말 답답했다.

인증을 해야 계좌가 휴면 상태에서 풀리고 그래야 다시 비번을 바꾸고 이메일 인증으로 내 계정에 접근이 되는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도 없다.
그런 와중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게 비밀 번호라면 파출소에 가서 조회를 해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갔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동네 파출소에 갔다.

파출소에 가서 면허증 비번을 알려고 왔다고 하니 바라보는 눈이 편하지 않다.
아니 면허증에 무슨 비번이야 하는 눈치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라고 해서 이야기를 해보니 의아해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금방 이해를 한다.
지닥 거래소가 문을 닫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암호화폐 투자를 하냐고 물으니 그럼요 한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달라고 하더니 시도를 해보는데 역시 그곳에서 막힌다.

처음에는 면허증에 무슨 비번이 있냐며 보이는 대로 쳐보더니 어, 안되네 그런다. 그리고는 상당히 긴 시간 이자가 무슨 자네 하면서 하는데도 안된다.
결국은 주민 번호를 대라고 한다.
조회를 하려면 본인 인적 사항이 들어가야 하고 조회 사실이 기록으로 남는단다.

한참만에 아 이거 앞자리가 아라비아숫자 0이 아니라 알파벳 o이라며 알려준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인증절차를 도와준다.
덕분에 무사히 인증을 하고 출금하려니 본인 인증 후 72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혹시나 해서 열어해 보니 마찬가지로 안내 문구가 뜬다.
자세히 보니 그냥 72시간이 아니라 영업일 기준이라고 되어있다.
영업일 기준이라면 금요일에 했으니 월요일 화요일 오후나 수요일에나 될 거 같다.

이번 기회에 신분증을 모두 신규 발급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되다 보니 사진으로 찍으면 제대로 읽히거나 해독이 안되는가 보다.
그리고 새삼 알게 된 것이 파출소가 못하는 일이 없구나 안 하는 일이 없구나 싶으며 민생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정부 기관이 파출소가 아니가 싶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출금이 완료되면 음료수라도 들고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2024/07/08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