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cjsdns (88)in #steem • last year

돌다리/cjsdns

어제 가본 산길이 너무 좋아 같아 가자고 했는데 잊은듯하다.
하여, 옆구리릴 쿡 찔러보니 아하, 한다.

한 시간쯤 물소리를 들으며 산속 계곡 옆으로난 길을 걸어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같이 걷는 산길이 나는 신나는데 아내는 힘이든지 별로라는 표정이다.
그러나 발에서 열이 난다며 신발 벗고 양말 벋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는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리 깊은 계곡이 있다니 늘 입구를 지나쳐 다녔어도 상상을 못 했다고 한다.
허긴 나도 어제서야 깊이 들어가 봤지 그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몇 년 전에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할 때 경매 물건이 나와서 보러 왔었기에 입구는 와 보았다.
그런데 크게 매력이 있어 보이지 않아 관심을 끊었는데 어제 골짜기 끝까지 걸어 들어와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진즉 들어와 봐서 그곳을 잘 알았으면 경매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가늘고 긴 고구마같이 생겨 별로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경매를 받아서 자그마한 전원주택을 네 채를 예쁘게 지었다.
예쁘게 지어진 집을 보니 이렇게도 쓰일 수 있었네 하는 생각도 들고 골짜기 안에 암자라고 해서 작은 암자로 생각하고 가보지도 않았었는데 가보니 제법 큰 사찰이 있어, 그렇다면 큰길에 붙어있던 입구 땅은 문학관 자리로도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다 지난 이야기 그랬었다는 이야기이고 다시 돌아 나와서 동네에 오니 시내에서 구 청평으로 가는 곳을 가로질러 흐르는 조종천에 놓여있는 돌다리가 보인다.
산책을 할 때면 나는 일부러 돌다리를 건너는데 아내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하여 일부러 돌다리 건너라 했다.
돌다리만 보면 황순원 님의 단편소설 소나기가 생각이 나서 늘 돌다리를 건널 때면 나는 남자 주인공이 된다.
오늘도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를 돌다리로 건너라 했다.
나도 반대쪽으로 가서 중간에서 만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아내는 왜 돌다리를 건너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진 찍어주려고 하고 말았다.
소나기 놀이, 징검다리 놀이 낭만이 있을 거 같은데 그 마음 몰라주는 아내는 그냥 야속함이다.

이런 거 보면 큰일이다.
난 늘 어딘가 허기진 그래서 뭔가 자꾸 채우고자 하는 개구쟁이 소년 같은데 아내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있는 거 같다. 아내를 소녀는 몰라도 새색시로 돌려놓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일전 꽃반지를 만들어 주니 이젠 이런 거 말고 다이아 반지를 해줘 하던데 아내 말대로 다이아 반지를 사주면 소녀가 되려나 새색시가 되려나 모르겠다.

허긴, 나는 여태껏 생각하기를 군대서 쥐꼬리 보다도 적은 사병 월급을 3년간 모아서 해준 금반지에 난 아직도 자부심도 사랑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자들은 안 그런가 보다.
그 반지 어디 있냐고 물으면 얼버무리며 딴 이야기를 하는 거 보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거 같다.
이사나 해야 나올지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오늘 돌다리 건너는 아내는 그래도 좋았나 보다.
그건 아래 사진이 증명해 준다.
혹시 아내도 내 생각을 읽었는데 내가 몰랐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