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ur: USA] 비 오는 날의 캠핑

in #photokorea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Mar. 22. 2018.



팟럭디너이야기를 쓰다 보니 스모어가 생각나고, 스모어를 떠올리니 처음 스모어를 맛보았던 친한 친구네와의 캠핑이 기억났습니다. 추억의 연쇄반응에 따라 오늘의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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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비와 우박이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당시에 가평에서 제가 살던 곳으로 영어 캠프를 온 한국인 학생들이 10명 남짓 있었는데, 그 중 두 명이 제 친구인 제나 집에 홈스테이 중이었습니다. 한창 캠핑 시즌이었던 7월, 두 가족과 한국에서 온 여중생 두 명은 날씨와 상관없이 당일치기 캠핑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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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홈 베이킹 믹스 에 푹 빠져있던 저는 직접 만든 초코 머핀과 애플 쥬스 두 병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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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곳이라 오전에 우박이 내렸는데도 하늘은 어느새 다시 푸른 빛을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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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슴가족들이 자주 횡단하는 곳이라 조심히 다녀야 했던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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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하늘이 심상치 않아서 실내 캠프파이어 장소 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저희 말고도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사진 속 꼬맹이는 제나네 큰 아들입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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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와 큰 화덕이 있는 실내 캠프파이어 장소. feat.햇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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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왔으니 일단 소세지부터 구워봅니다. 길쭉한 삼지창 같은 금속 꼬챙이에 소세지를 서너개씩 끼우고 모닥불 위로 돌려가며 구웠습니다. 세상 무섭다는 중2 여학생들도 꺄르르 꺄르르 웃으며 해맑기만 했던 날입니다. 친구네 셋째 아들도 누나들 사이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친구네는 아들 넷이 있는 아들 부잣집입니다. 그 날 둘째 아들은 할머니댁에 있었고, 넷째 아들은 1년 뒤쯤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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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올려 굽는 것과 이렇게 불을 직접 닿아 구워먹는 건 차원이 다른 맛입니다. 7월인데도 비때문에 쌀쌀해서 햇님군의 바람막이를 뺏어 입었습니다. 모닥불의 훈기가 기분 좋게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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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구운 소세지와 피클을 빵 사이에 넣고, 케첩과 머스터드를 뿌려 먹으니 별거 없는 핫도그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해먹으면 왠지 이 맛이 나질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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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소스를 찾아 손을 뻗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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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포스팅했던 스모어도 만들어먹었습니다. 마시멜로우가 말랑말랑 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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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비닐 봉지 위에 턱 턱 올려놓고 먹었습니다. 이렇게 핫도그에 스모어까지 캠핑보다 캠핑 스낵에 더 열을 올리는 동안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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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다’는 표현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내린다’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퍼붓는’ 또는 ’쏟아져 내리는’ 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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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좋아하는 저는 온 몸으로 그 풍경과 소리를 감상했습니다. 비록 당시 갖고 있었던 구형 아이패드로 찍은 사진이라 노이즈는 많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지붕에 고여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치 커튼같았고, 그 뒤로 펼쳐지는 나무와 산, 모든 것들이 금빛으로 빛났던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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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곳은 해발 1800미터 정도 되는 상당히 높은 지대여서 지금 내 머리 위를 어떤 구름이 지나가느냐에 따라 날씨가 갑작스레 바뀌곤 했습니다. 비를 잔뜩 머금은 검은 구름이 오른쪽으로 물러가고, 다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비는 금새 잦아들었습니다. 제게는 짧고도 강렬한, 자연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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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보면 내가 꿈을 꾸었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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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가 오기 전에 우리는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출발부터 어른들을 앞지르더니 어느새 초록을 향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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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의 숲은 더욱 향기로웠습니다. 진한 흙내음이 짙은 초록 사이로 스며나왔습니다. 호수의 물결은 잔잔하고, 온통 고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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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만든 그늘때문에 밝고 어두운 두 가지 모습의 숲을 동시에 보면서 한가로이 산책을 했습니다. 정말 걷고, 이야기 하고, 또 걷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밤산책을 나온 사슴가족들을 조심하면서 다시 그 길을 내려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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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비와, 친구와, 여유가 그리운 날입니다.



+) 사족

지금 제 감정이 슬픈 것은 아닌데 글이 쓸쓸하네요. 🌿

일단 오래 전 사진을 꺼내보다 보니 저녁부터 새벽감성이 올라온 탓입니다. 아, 이럴 때 꼭 이불킥 하는 글을 쓰게 되던데 말이에요. (밤에 쓴 연애편지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읽어보라는 말이 있죠.)

두번째로는 지금 제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번 키보드에 손을 올리니 좔좔 말은 흘러나오는데 방전 상태라 에너지가 실리질 않네요. 어제도 보팅은 스무개 정도 한 것 같은데 댓글은 딱 하나 썼습니다.

내일 저녁을 기다립니다. 원기 충전 후 스팀잇에서 하얗게 불태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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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정말 한장한장...전부 예술이네요 ^^

스모어 참 오랜만에 보네요. 스모어를 처음 먹었던, 옐로우스톤에서 캠핑을 했던, 지인집에 초대되어 미국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일이 10년이 넘는 시간이 무색하게 생생히 떠오릅니다.

빗방울이 마치 커텐같았다는 송블리님의 표현에 감탄했어요! :) 오래 전 사진을 꺼내보는 그 마음.. 어떤지 참 알 것 같아서 저까지 마음이 흔들흔들..

와..비오는날..캠핑이라니..부럽네요..^^
보팅 꾹 누르고 갈께용ㅎㅎ

쓸쓸함도 소중한 감정이니까, 감정이 담긴 소중한 글이네요 송블리님ㅎㅎ

오늘도 큐레이팅 슥-
사진예술 잘 보고갑니다 :D

소중한 자연속에서의 여유를 느끼셨네요.^^

쏭블리님 캠핑 너무 분위기 좋네요~
자연이 정말 아름 다워요~
푹쉬시면서 원기 충전하세요~^^

캠핑도해보고 싶고 저곳하늘도 바라보고 싶어지네요^^
송블리님 원기충전!!! 꿀잠주무세요 ㅎㅎ

두번째로는 지금 제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번 키보드에 손을 올리니 좔좔 말은 흘러나오는데 방전 상태라 에너지가 실리질 않네요. 어제도 보팅은 스무개 정도 한 것 같은데 댓글은 딱 하나 썼습니다.

어쩜 제상태랑 너무도 똑같으신.. 없는에너지 끌어모아 제 댓글에 포스팅해주셔서 영광이고 감사드립니다. 반말하다 갑자기 존대하니 이렇게 어색할수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지붕에 고여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치 커튼같았고, 그 뒤로 펼쳐지는 나무와 산, 모든 것들이 금빛으로 빛났던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아 좋네요 사진도 글도 아주 좋아요

사진에서 보이는 음식들도 맛있어보이고, 환한 햇살과 운치있는 빗방울,파란 하늘, 푸른 녹색빛의 나무들도 다 너무 멋지네요 :) 저도 송블리님이 있던 그때의 그 장소로 가고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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