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개암사,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변산자락에 개암사란 절이 있다. 내소사에 가려서 개암사는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절이다. 능가산에는 내소사만 있는게 아니라 개암사도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변한의 수도로 정했던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 소개가 있어서 찾아 가보기로 했다. 잘못하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그야말로 평범한 길에서 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는 길이 무척 멀었다. 그냥 걸어서는 갈 수 없을 정도로 먼 길었다. 주말이 아니어서 그런지 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차창밖으로 무성한 여름 나무들을 구경했다. 푸른 색은 언제 보아도 좋다. 한참을 가다 보니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끝이 난다. 승가산 개암사라고 쓰여진 일주문이 나왔다. 그제야 점심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나서 주변에 식당을 둘러보았다. 식당이 몇군데 있진 했는데 다들 문을 닫았다. 주말에만 장사를 하고 평일에는 문을 닫는가 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한옥으로 지어진 집에 가보았더니 문을 열려 있는데 주인은 어디 가고 없다. 식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중에는 농사를 짓는 가보다. 집 마당에 농기계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물 한잔 마시고 식사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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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근처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들어가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차밭이 사천왕문 주변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절입구에 차밭이 있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냥 정겨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사람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차밭은 손질이 잘 되어 있었다. 스님들의 공덕이 많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진왜란때 불탔던 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천왕문 막 조성된 것 같았다. 별로 넓지 않은 터에 변한의 수도를 세우려고 했다니 변한이라는 나라도 그리 크지는 않았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에 들어가자 마자 제일 먼저 절 뒤에 버티고 서 있는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산위에 높이 서 있는 바위는 항상 경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아마도 그 바위때문에 이곳을 변한의 수도로 정했던 곳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웅전으로 올라갔다. 이 대웅전도 임진왜란때 불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임진왜란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 같다. 조금 번듯한 건물들은 모두 임진왜란 때 다 불타고 다시 지었으니 말이다.

사천왕문은 얼마전에 만들어져 아직 단청도 칠해지지 않았다. 대웅전 만들어진지가 수백년전인데 이제야 사천왕문이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일주문도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듯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대웅전이다. 바로 대웅전 구경을 했다. 대웅전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대웅전 기둥은 두꺼웠다. 다시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염원이 그 기둥에 서려 있는 듯 했다. 안에 용이 가득이다. 대웅전 전후좌우에 모두 용이 만들어져 있다. 물론 대웅전 밖의 장식에도 용이 많이 조각되어 있다. 절에 용을 만든 것은 불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일종의 염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개암사는 다른 절보다 용이 훨씬 많았다. 그 많은 용들을 보면서 갑자기 서러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대웅전개암사.png

다시 내려와서 보니 개암사는 죽염을 만든다고 한다. 9번을 구워서 죽염을 만드는데 약효가 매우 좋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죽염을 만들어 왔단다. 우연히 죽염파는 곳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죽염을 조금 주신다. 먹어 보니 짭짤한 소금맛과 함께 묘한 향기도 있는 것 같았다.

범종루 옆에서 차를 덖은 후에 말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엽전처럼 둥글게 만들어 말리고 있었다. 이렇게 차을 만들어 파는가 보다.

개암사는 마치 시간이 늦게 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길고 긴 길을 따라 들어와서 절 마당 앞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그냥 세상 일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지나가는 듯 같이 느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아래 한쪽 구석 응달에 앉아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것을 즐겼다.

갑자기 배가 고픈 것이 생각났다. 느리게 가는 시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절을 내려왔다.

추가할 내용
대웅전 뒤의 바위와 함께 느껴지는 장엄함
그리고 대웅전의 용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비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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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보아도 여유와 푸르름에 가득한 절이네요.^^

옛 터를 보며 변한이라는 나라의 크기를 유추해보시다니 참 깊이 있게 여행을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저 풍경이 좋구나 에서 그칠 때가 많거든요. ^^

그저 풍경이 좋구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요.
모든 것은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니까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때 절에 자주가는데
올드스톤님의 산사여행 잘 읽고있어요.

감사합니다.

개암 죽염 많이 들어봤습니다. 죽염 중에서 유명한 것 같더라구요^^;

일주문이 참 아름답습니다. 녹차밭 사진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개암사에 대해서 찾아보니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언급되어 있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절이더군요 :)

들어가는 초입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Great location ❤😊❤ Really good atmosphere of the temple ❤ this is just impressive shot; so very beautiful article! wonderful post my friend oldstone.

Thank you so much

most welcome my friend oldstone ❤ and your fatty up vote inspire me for good work. many thanks, ❤

작은 나라지만 한 나라의 수도가 될 자리였다니 뭔가 특별한 기운을 품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많은 절을 아는 게 아니라 올드스톤님이 올려주시는 사찰 중 아주 유명한 곳이 아니면 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네요.
개암사에 가려면 속을 미리 든든히 채워야 한다는 팁까지!! ^_^
올드스톤님 남은 일요일도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들들님도 잘 보내세요

대웅전이 개암사에 있었군요
대웅전은 들어봤는데 개암사는 처음 들어보네요^^

대웅전은 절마다 다 있는 곳이구요
개암사는 오래된 절입니다

앗 그런건가요? ㅎㅎ 무지가 하늘을 찌르네요^^;;;

아주 조용히 산책하며 즐기기에 딱 좋은 장소인듯해요..
요즘같은 가을날씨 연인이나 가족들이랑 가기 좋을듯해요..

그렇지요 거기서 차한잔 하시면 참 좋습니다

좋은 날씨에 가셨네요 ㅎㅎ
뭔가 농사를 지으며 운영하는 카페라니 호젓하군요

아 저 그리고 스파업했습니다! 여전히 돌고래 밖에 되지 않지만...

카페가 아니라 식당입니다. ㅎㅎ
스파업 축하드립니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쁘게 이것 저것 하다보면 시간은 빨리 가는데, 지나고 보면 별로 한 게 없더라구요. 느릿한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삶이라는 것이 다 유한하고 거기서 거기니까요
그래서 느리게 가는 것을 소중하게 느끼는 정도면 고수인 듯 합니다

오늘도 포스팅해주시는 사진덕분에 눈호강하네요
이번주도 즐건 시간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씨네 님도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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