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한다. 나의 고양이

in #kr7 years ago

일곱살쯤이었을까?
어느 날-아버지가 생전 안하던 선물을 주셨다.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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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사이를 벌리시는데 그 안에 고양이 새끼!
우와! 너너너넌....크기변환_굉이2.png이건 경이로운 생명체닷!!
()

아기굉이는 낯설은 내 손길을 피해 장롱 밑을 숨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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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우린 가까워졌다. 이름은 나비라고 지었다. 혓바닥의 까실한 감촉...이건 개에게선 느낄 수 없는 묘한 감촉이었다. 나비는 조금 씩 커가면서 지붕 틈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내 곁에 있는 시간보다 홀로 마실다니는 시간이 늘어갔다.
어느 날.....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크기변환_굉이5.png 나! 어때여?
최초로 쥐를 잡은 날! 쥐 가택을 털었는지 새끼쥐 새마리를 산채로 물고 내 방으로 자랑질을 하러 온것이다.
오우! 마이 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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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새끼들을 내 방에 풀어놓고 드리볼을 즐겼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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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는 잡혀먹히고 마지막 남은 한마리 새끼쥐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내 장난감 통 속으로 쑥 들어가버렸고-난 얼른 양쪽 구멍을 봉쇄했다.크기변환_굉이8.png
다음날 아침-내가 떨리는 손으로 마개를 열자-------------------새끼쥐가 용수철 튀듯 튀어나왔고--지붕 위에서 그걸 본 나비는 나비처럼 날아와서 벌처럼 쥐를 잡아챘다. 그리고.......먹어치웠다. 머리만 댕그머니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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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쳐~!!!! 나비~! 차라리 대가리도 먹어~~~! 내 눈에 안보이게 하라규~!!!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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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머릴 돌려보면 뺨에 선뜩한 무엇이 닿곤했다. 쥐머리님이다.
그래도....걍 잤다. 인간은 위대하다.
아침에 요를 털면 쥐머리가 두어개씩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려니-했다.
잠자리는 내 곁을 떠난지 이미 몇달째-
난 그래도 잘 때 옆자리에 나비가 들어올만한 조그마한 공간을 만들어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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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밤 1시-정확히 밤 한시에 부러 뚫어놓은 창호지 구멍으로 휘릭-뛰어들어와서 내가 마련한 공간으로 쏘옥 들어왔다.
그리고 10분간 그대로 있어주며 내 체온을 느꼈다. 아니...나에게 자기를 느끼게 해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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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나비가 힘이 없이 널브러졌다. 보아하니-쥐약 먹은 쥐를 먹은게다.
토하는 약을 먹이고 생난리를 했는데...
그 다음날 자기 사무실 주먹만한 수채구멍으로 빠져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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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사라졌다. 그렇게-
고양이는 자기 죽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무정한 녀석! 내 품에서 죽을 것이지. ㅠㅠ

그해 겨울이 왔다.
그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눈이 소복히 쌓인 화이트크리스마스였다.
티비에선 주말특집 디즈니영화-토마시나-를 하는데-이 영화가 하필-고양이와 소년의 뜨거운 사랑이야기네!
난 눈물을 바가지로 흘리면서 그걸 보는데...마지막 장면에서 고양이와 소년이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을 보는데.....
이야~~~~~~~~~~~~~~~~~~~~~옹!
미 야~~~~~~~~~~~~~~~~~~~~~~옹!
하는 가느런 굉이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마루로 나가서 보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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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남은 고양이 한 마리...나비가...ㅠㅠ...눈덮힌 지붕에서 나를 보며 힘없이...간신히 울음소릴 내고 있었다.
예전같으면 나비처럼 튀어서 내게 달려왔겠지만...지금은 오래 굶주렸는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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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을 내밀어 나비를 받아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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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나비는-내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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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시는 무엇도 기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은 너무나 가슴아프게 떠나가기 때문이다.
그냥 떠나는게 아니라 가슴 속으로 들어와 혼을 한뭉텅이 뜯어가는 슬픔이다.
이제 아득한 세월이 흐른 지금-문득 그대가 떠올라 혼잣말 하듯 불러 본다.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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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타타님~~~~.
오래 지난 포스팅 중 냥인것 같길래 들와 봤는데ㅠㅠㅠㅠ 그렁그렁...
나비가 고생하다 왜 그제서야 왔을까요.ㅠㅠ
맘 아프다...

왕~~~구석기시대의 제 포스팅을 보셨군요.^^ 고맙습니다.
마치 제 옛고향에서 지인을 만나는기분이네요. 나비는.....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게 분명해요. 그쵸?ㅠㅠ

그림과 같이 글을 읽으니 책한권을 읽은것처럼 맘이 찡해져오네요~
저도 어렸을때 기르던 강아지가 죽은적이 있어서 @tata1님 맘을 이해할거같아요~

오...유사체험 하셨군요. ㅠㅠ 그림과 글...이런 식으로 괜찮을까요? 그림이 넘 큰가요? 넘 많진 않나요? 글을 좀 더? (물귀신작전)

ㅠㅜ
쥐머리에 징그러웠다가
마지막에는 슬프네요~~~
저는 동물을 오래 키워본적이 없어서 정들고 헤어지고 그 느낌을 모르지만~ 고양이에 대한 글을 읽어보니 타타님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겨울에 다시 온거보니 주인의 품이 많이 그리웠나봐요~~~

지금 돌아보면....그 고양이-나비는 저에게 길러지는 존재가 아니라 독자적 존재였어요. 오히려 나를 보살핀 느낌이에요. 마지막 떠날 때도....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아... 정말 신비한 일이네요... 나비는 그래도 행복했을거에요~
제일 사랑하는 타타님 곁에서 눈을 감을수 있었으니...

로사리아님도 그렇게 떠나보낸 반려견이나 반려묘 있죠?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눈물이 핑 도네요
저희 집 고양이들이 10년이 넘었는데
가끔 이녀석들 무지개 다리 건널텐데 하는 생각이 들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ㅠㅠ

아...공감하셨군요. 고마워요. ㅠㅠ 저도 쓰고 그리며 몇차례 눈물이....
무지개다리? 그게 어딘가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도 안계시고, 고양이도 없지만요~ 그림 직접 그리신거죠? 정말 좋네요 ^^

오! 벌써 오셨군요! 벗님 방가~! 물론 직접 그린겁니다 아까.ㅎ

뭔가 옛날 얘기 듣는 것 같네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편 마지막엔 슬프기도 하구요 ㅠㅠ 나비가 좋은 곳에 갔기를 바랍니다...

이젠 옛날얘기죠. 빔바님 반가워요~!^^ 빔바님 가슴이 아직 촉촉하시네요.
나비에게 전할게요.

마치 한편의 단편 소설 같아요 ㅜㅜ
고양이의 최고의 애정표현이 먹이를 가져오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나비는 얼마나 많이 타타님을 좋아했을까요.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간 애완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말을 들은적 있어요. 저는 이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같이 먹자고 쥐를 물어왔던걸까요?^^;
아..좀 한입이라도 함께 할껄.
소계님은 언젠가 하늘빛이 아련해지는날..
마중나올 애완동물 있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ㅎ
아직은 없지만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마치 제일 마냥 슬퍼요 ㅜㅜ

웅 그렇죠. ㅜㅜ 슬픔은..............................그렇게 퍼져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때론 슬픔조차도 소중하죠. 공감의 종소리가 퍼져가게 하니...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ㅠ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더 와닿는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는 열대어 같은 감정을 섞지 않는 동물만 키우고 있네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군요. 다시 눈물이 나올려고..ㅠㅠ
열대어 키우는 느낌은 어떤걸까요. 열대어의 죽음....그건 큰 느낌이 없나요?

음.. 아무래도 한번에 여러마리를 키우는 데다 제가 애정을 줘도 물고기는 저에게 감정 표현을 하지는 않으니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오히려 손 많이 가는 장식품의 느낌이랄까요.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네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인지라..

아 쥬드님! 그렇죠. 고양이를 키우시니 그 느낌......ㅠㅠ
한번 더 예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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