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18탄 "심플한 정리법"

in #kr6 years ago (edited)

물건. 일본발 미니멀리즘이 살짝 유행이 지나는가 싶더니 소수를 중심으로 다시 조금씩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에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 #집안 정리하기 등의 연관검색들을 해 보면 불필요한 물건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나름의 수많은 방법들이 제시된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지 적은, 혹은 단순한 소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지만, 그 중심에는 거의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자유로움이다. 엄청난 물건들로부터의 자유.

예전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박한 삶’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뭔가를 아끼고 저장하는 것이었다면, ‘미니멀 라이프’는 소유물들의 관리와 소유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인 태도와 미니멀 라이프는 때로 정반대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소유하는 건 그 물건이 쓰일 때를 대비해 저장해 두는 것이지만, 대개의 물건들은 쓰임새보다 훨씬 많은 삶의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 그러면, 그리고 대개의 경우 물건들은 필요할 때 집밖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다. 물건들이 넘치고 쏟아진다. 언젠가 쓸 때를 대비해서 쟁여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다.

바야흐로, 얼마나 더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까가 아니라, 얼마나 불필요한 것을 버릴 것인가가 핵심이다.


“냉동고는 시간을 멈추는 기계가 아니다... 냉동실 안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냄비는 최대 네 개면 충분하다. 가스레인지에 동시에 네 개 이상 올려둘 일이 없기 때문이다.”

”벽장은 다시는 입지 않을 옷이나 한 번도 메지 않은 핸드백을 넣어두는 곳이 아니라 사용 가능성이 있는 ‘유효한’ 물건들을 위한 공간이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 중


프랑스의 수필가인 도미니크 로로의 책 [심플한 정리법]은 표지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실천편”이라고 씌여져 있다. 그러니까 이 작가의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이 한 권 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도 초반에 물건을 대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그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서 정리하고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결심이 충분히 서지 않을까 싶다.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문학테라피


지인 중에 집을 정리하고 이사를 떠나며 잡동사니를 주고 떠났다. 처음엔 신이 났다. 신기한 물건들, 또 쓸만한 새 물건들. 두어달 방 한 구석에 나름대로 깨끗하게 쌓아두었는데 두어달 동안 단 한 번도 거기서 아무 쓸모도 없이 있었다. 그리고 먼지가 수북히 쌓여갔다. 그 중 펜들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펜은 까만색,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샤프, 연필, 색인필, 붓펜, 보드마카... 어림잡아 100여개는 되었다. 파란색, 빨간색... 종류대로 분류해서 작은 지퍼백에 넣었다. 한동안 “볼펜 걱정은 없겠군.”

좀 귀찮긴 하지만 볼펜 몇 개 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사실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러 사람이 왕래하는 공간, 혹은 혼자 있는 공간이라도 어디 필통에라도 들어 있지 않은 이상 늘 우리곁에서 사라진다. 그러다보니 막 10개씩 사다놓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많으면 그 중 하나가 얻어 걸릴 뿐 쓸 때 찾으면 없기는 마찬가지. 오히려 딱 하나만 있으면 훨씬 제자리에 둘 가능성이 높아진다.

빠른시간내에 소모되는 물건이 아니라면 여분의 절반은 대개 쓰레기로 버려진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다 써도 인생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그 반대로 마음은 훨씬 가벼워지고, 내 인생의 가용시간도 훨씬 늘어난다.

원래 나의 성격인지, 아니면 유년시절을 겪으며 형성된 것인지 모르지만, 내 물건에 대한 집착과 욕심은 보통이상이다. 뭔가를 구매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또 언젠간 쓸 미래의 한 장면을 추측하면, 작은 것 하나도 버리는게 마치 가족과 이별하는 기분이 들만큼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한 5년쯤. 나는 내 성격에 반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려고 대단히 애쓰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잘 버릴 수 있게 되는 능력도 많이 생겼고, 딱 그만큼의 편함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본 이 책은 이 주제를 다룬 책들 중엔 가슴에 가장 와닿는 책으로 스티미언들께 추천드린다.


”우리가 가진 짐들, 소중히 쌓아둔 추억의 물건들, 이 모든 과거의 유물이야말로 현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들을 붙잡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 중


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시리즈


#17 ⟪세계도서관 기행⟫
#16 ⟪인기없는 에세이⟫
#15 ⟪꼬레아, 코리아 - 서양인이 부른 우리나라 국호의 역사⟫
#14 ⟪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13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12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11 ⟪송 오브 아리랑⟫
#10 ⟪대한민국은 왜? 1945-2015⟫
#09 ⟪육식의 종말⟫
#08 ⟪문명의 충돌⟫
#07 ⟪공부기술⟫
#06 ⟪르 몽드⟫
#05 ⟪이제 당신 차례요, 미스터 브라운⟫
#04 ⟪런던통신 1931-1935⟫
#03 ⟪번역의 탄생⟫
#02 ⟪그레이트 게임⟫
#01 ⟪조선상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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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냉장고는 일단 집어넣으면 묶혀먹는게 일상이죠ㅎ

그러게요 쑤셔넣다보면... 1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것들이...

정리만 잘해도 온집안이 깨끗하지요.

최저기온-최고기온 차이가 50도에 달하는 환경에서 적게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긴 하죠 ㅠㅠㅠ

참 정리 안되는 남자입니다. 저는...

ㅋㅋㅋ 정리는 어렵죠. 저도 그렇답니다 ㅋㅋㅋ 이 책의 핵심은 정리라기 보단 버리기죠. 버리는 건 더 힘듭니다 ㅠㅠㅠ

ㅎㅎㅎ 꼭 저처럼 장기간 여행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요 ㅎㅎㅎ
얼마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여행을 잘하는 요건 중에 하나이기도 하거든요 ㅎㅎㅎ

@rbaggo님 여행자에게 정리도 의미가 있겠군요. 뭐 물론 여행은 떠나면 무게 때문에 절로 내려놓게 되긴 하지만 말입니다. 가장 멋진 삶을 살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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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정리하는법은 저는 그냥 어질지 않는법입니다
그게 제일 심플한것 같습니다

공감해요.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의 핵심을 버리거나 소유하지 않는 다는 부분도 있지만, 필요할 때 사용할 만큼만 소비한다는 '시간'의 중요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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