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15탄 "꼬레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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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리뷰를 올려봅니다. 전공서적만 주로 보다보니, 책이란 매체 자체를 좋아하는 동시에 또한 지독하게 싫어져서 그게 사랑인지, 미움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많네요. 최근에 어디선가 들어본 표어,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뭐 이런 책들도 챙겨봐야 하겠지만,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책 한권이 나올 때마다 딱 그만큼의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시간이 갈수록 더 바보가 되어간다는 거죠.
(바보엔 NMH type의 좋은 바보가 있고, PKH type의 좋지 않은 바보가 있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물론 제가 말하는 바보는 PKH type입니다.)

가장 똑똑하다고 믿는 철학도들이 자신의 학문, 자신의 전공만이 특수하고 위대하다는 미신과 독선에 빠지는 이유를 이제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지식과 정보란 것도 돈이나 물과 같은 것이어서 자꾸 돌고 교체되면서 더 깊어지는데 자신이 아는 것에만 한정되고, 고집은 점점 세지고 틀린 게 있으면 순간적으로 버럭하며 기어이 그걸 바로잡아놔야 하는 결벽증세가 더더 강해지는게 아닐까 싶네요. 요새 부쩍 버럭하는 제 모습이 이런 잘못된 훈련의 결과인가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공부도 잘 해야된다는 걸 느낍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로마자 국호는 Korea이다. 그런데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때 Corea라고 쓰인 응원띠가 등장하고… 우리나라의 로마자 국호를 Corea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 이렇게 지내기를 5년, 어느덧 내 책상 위에는 1,200년이 넘는 시간의 편린들이 수북이 쌓였고, 끝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여 펴내자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오인동이란 의학도가 쓴 이 책은 참고하고 소개한 자료의 영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나의 관점으로 구하기 쉽지 않은 자료들을 한 자리에 모아둔 것만으로도 그 자료의 분석이나 해석, 방법론은 차치하고라도 사실, 이 분야의 박사논문으로 제출해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질과 양이다.

어원이나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밝혀지지 않는 하나의 디테일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분석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에 있어서나 과정에 있어서 이런 오랜시간 동안 객관적인 근거들을 수집하고 그 결과물을 내어놓은 선례를 일찍이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었던가 싶다.

저자는 KoreaCorea의 첫글자 하나의 차이란 문을 통해 자신의 전공도 아니고 아마도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큰 실적도 남기지 못할 것임도 불구하고 긴 시간을 저 글자 하나에 매달려 온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사실 저자는 이미 남북한 분단극복을 위해 이전에도 많은 연구활동에 매진한 역사가 있는데 이를 위해 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하는 열정을 보여주었으며, 관련 소논문들을 발표한 바가 있다. 분단국가의 정상이 세번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지금 그의 열정은 달리 보일 수 밖에 없다.

C와 K는 사실 유럽언어에 있어서 흔하게 혼합되어서 쓰여지는 철자다. 이 사소한 차이에 대해 독자들은 오히려 매우 너그러워 질지도 모른다. 저자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흥미를 우리는 아마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옛날 자료들을 만나는 대목에서는 누구라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1800년대 후반 독립신문
북측학자가 일본의 외교자료집성을 근거로 발표한 논문,
독립선언서
고려사
용비어천가
오륜행실도

등의 한국 고대사 자료는 물론,

송 왕흠약의 ⟪책부원귀⟫
⟪강희자전⟫
중국어 학습서 ⟪노걸대⟫
중국어 학습서⟪박통사⟫
대만의 근대 사전 ⟪사해⟫

등 중국의 근대 자료들,

지석영의 ⟪자전석요⟫
최남선의 ⟪신자전⟫

와 같은 우리나라 근대 학자들의 저술과 사전,

12세기 유럽 수도사 카르피니의 서한과 ⟪몽골인의 역사⟫
13세기 프랑스 학자 보배의 ⟪몽골의 역사⟫
13세기 루브룩의 ⟪몽골제국 여행기⟫
14세기 이슬람 라시드 앗 딘의 ⟪몽골제국 연대기- 집사⟫
16세기 오스만 제국 학자 아크바르의 ⟪키타이 서⟫
16세기 포르투갈 피레스의 경제활동 보고서 ⟪동양요록⟫
16세기 조선 선교사의 빌렐라의 선교관련 서한,
16세기 예수회 프로이스의 ⟪일본사⟫

등의 서양 선교사 등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의 역사, 문화, 왕조, 지도 등이 기록된 저술들

카탈루니아 지도,
아르놀뒤스와 헨리퀴스의 동인도 지도
15세기 발표된 2세기의 프톨레마이 오스 지도
에레라의 서인도 제국도
루케시의 아시아 지도
헤클루트의 ⟪주요항해기집⟫에 있는 라이트의 1599 지도
당빌의 중국전도

등의 쉽게 들어보기 어려운 근대 지도 자료들.

위의 간단한 목록들은 이 책이 제시하는 자료의 십분의 일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어렵게 찾은 것들도 아니다. 수백 페이지짜리의 이 단행본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매 장마다 K와 C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동서양의 고-근대의 자료들이 쏟아지듯 소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로 학교에서 정제된 교과서를 통해 역사와 지리를 배운다. 거기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중요한 단편들은 지면과 시간의 부족을 이유로 보통사람들의 관심의 무대에 서 보지도 못하고 흘러가 버린 채 영원히 잊혀진다. 그 중요도와 상관없이 기록유산들은 먹은 나이만큼 소중하다.

K와 C의 차이를 발견해 낸 저자의 관점도 좋다. 또한 그 통로를 통해서 의미있었지만, 생소해져버린 자료들에게 한 번 둘러쌓여보는 경험, 어떨까.


오인동, ⟪꼬레아, 코리아-서양인이 부른 우리나라 국호의 역사⟫,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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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이책추천해드립니다 시리즈

14탄 ⟪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13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12탄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11탄 ⟪송 오브 아리랑⟫
10탄 ⟪대한민국은 왜? 1945-2015⟫
09탄 ⟪육식의 종말⟫
08탄 ⟪문명의 충돌⟫
07탄 ⟪공부기술⟫
06탄 ⟪르 몽드⟫
05탄 ⟪이제 당신 차례요, 미스터 브라운⟫
04탄 ⟪런던통신 1931-1935⟫
03탄 ⟪번역의 탄생⟫
02탄 ⟪그레이트 게임⟫
01탄 ⟪조선상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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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주사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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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호의 역사라.... 재밌을듯 하네요! 저도 시간내서 읽어봐야 겠네요^^

그쵸? 독거노인님~^^

전공자도 아닌 저자가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한 분야를 깊이 파고 든 것에 대한 감탄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렇죠? @dozam님 팔로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흥미로운 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sulasid님^^ 태국 사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재밌겠네요.
일본이 순서 J 뒤에 배치하려고 K 로 뒀다는 얘기가 있는데, 루머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K고 프랑스어나 많은 언어들이 C로 쓰는 걸로 아는데, 이 책을 읽으면 확실히 알 수 있겠군요!

@nand님~~ 맞아용~ 그 이야기도 나와용~ 루머인걸로… 저자의 정성이 많이 들어간 책인 것 같습니당^^ 와주셔서 감사해용~~

  ·  last year (edited)

코레아! 꼬레아~ 봐야갰습니다. 감사합니다. @soosoo님~

넵~ 재미있는 책 일독권장드립니당~

밤을새워 일독함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고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