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topia #4] 올해 첫 큰 소리: 중성행동의 기준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Apr. 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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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학년 아이들과 불국사에서.


오늘, 처음으로 저희 반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를 냈습니다.


‘큰 소리’ 라 함은 무섭고 엄격한 표정과, 크고 단호한 목소리로, 혼을 냈다는 뜻입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때렸기 때문이죠. 따돌림을 포함한 학교 폭력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겪으면 겪을수록 초반에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아이들 눈에서 눈물이 나올만큼 혼쭐을 냈습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판단은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성행동에 관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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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기시미 이치로


기시미 이치로는 그의 책,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에서 행동을 세 가지로 규정합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이로운 행동과 손해가 되는 해로운 행동, 그리고 이롭지도 않지만 남에게 해롭지도 않은 중성행동입니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해로운 행동 뿐만 아니라 중성행동까지도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제는 중성 행동에 관대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중 3때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한 적이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고, 그 색깔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학교에 갔습니다. 방학식 날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집에 돌아왔지만 제 초록 머리를 보시던 모든 선생님들의 놀란 시선이 떠오릅니다. 당시 저의 행동은 중성행동이었을까요, 아니면 해로운 행동이었을까요? 제가 머리를 초록색으로 하든, 빨간색으로 하든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므로 중성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반면에 저의 초록머리가 면학 분위기에 해를 끼치므로 해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즉, 사람마다 중성행동과 해로운 행동을 가르는 기준은 다릅니다. 바로 그것이 제 고민의 시작입니다.


저희 학교의 여학생들은 대체로 5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합니다. 5학년 2학기쯤 되면 틴트를 바르기 시작하고, 6학년 1학기부터는 비비크림과 팩트를, 2학기에는 아이쉐도우와 아이라인을 그리는 아이도 서너명 생깁니다. 화장품을 보이는대로 압수하고, 혼을 내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솔직히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 화장을 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화장을 하지 않도록 설득했지만 본질적으로 설득일 뿐, 강압은 아니었죠. 학교폭력은 제 머리 속에 해로운 행동으로 명확히 분류되어 있지만, 화장은 애매한 경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저의 애매모호함은 화장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존재했습니다. 어떤 행동을 중성행동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그 해 학급 운영은 엄격해질 수도 너그러워질 수도 있는데, 저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선생님들 중에는 그런 저의 교육방침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도 계셨고, 지지를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 우려와 지지 속에서 저는 1년동안 제 기준에 해로운 행동이 아닌 이상은 가능한 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제재라는 것은 아이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중성행동을 막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사춘기의 호르몬이 폭발하는 6학년 저희 반 아이들은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켰고, 산만했습니다. 그래서 학기 말까지도 아이들이 똑바로 앉아서 네! 라고 대답하고 한 줄로 똑바로 복도를 걸으며 이동하는 엄격한 선생님네 반을 보고 솔직히 부러운 적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저희 반 아이들은 저에게 말하고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고민이 생기면 한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빛내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했고,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이런 저런 문제가 터져나올 때면 아예 중성행동부터 막았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슬금슬금 들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은 4학년을 맡아 4월까지 온유하게 흘러왔지만, 아무리 천사같은 아이들이라도 앞으로 중성행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할 일은 분명히 또 생길 겁니다. 저는 그 때마다 무엇을 지나쳐보내고, 무엇을 짚고 넘어가야 할까요.

고민이 많은 밤입니다.


+) 사족

아들러 심리학은 제가 느끼기에 상당히 개인주의적입니다. 그래서 제가 더 끌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는 매우 민감하지만 그렇지 않는 한 개인의 삶과 자유에는 터치하지 않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컸거든요.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올해는 아이들에게 협동이나 공익의 가치를 억지로라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아이들이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담임 선생님이라면 화장하는 여학생들에게 어떻게 하실런지요. 저는 학부모님들과 화장 문제로 상담을 했을 때 오히려 저보다 더 관대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워낙 조르기도 하고, 틴트정도라도 바르지 않으면 찐따 취급을 받는 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다는 분도 계셨고,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분도 계셨습니다. 여러분(특히 자녀가 있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쏭블리 Edu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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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지만, 미움받을 용기에서도 그렇고, 지금 언급하시는 내용도 그렇고 공감 되는 내용이네요 :) 언제 한번 구해봐야겠어요.
저도 중3 때 화장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봤자 시작 할 당시엔 파우더에 색 있는 립밤, 아이라이너용 펜슬 정도였지만요. 학교에서는 아니었고, 학원이나 놀러 나갈 때였던 화장을 했던 듯 해요. ㅋ

저희가 어릴 땐 피부가 상하느니 뭐니 하면서 화장품을 다 압수 하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뭐 어릴 때 피부가 상하면 얼마나 상하나 싶기도 하고(한참 회복력도 빠를 때고 무슨 80년대처럼 막 납 성분이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화장한다고 해서 공부 하는 아이가 안할 것도 아니고.. 저는 중성 행동이라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또다시 이런 저런 문제가 터져나올 때면 아예 중성행동부터 막았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슬금슬금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songvely님이 열정이 넘치시는 것 같아요. :) 그러니 경계선에서 외줄 타시는 기분일 듯도.. 아예 모든 행위를 금지 하셨으면 아이들은 획일화 되고 @songvely님과 친해지지 않더라도 본인은 편하셨을 텐데, @songvely님은 아이들도 맞춰 주면서 그래도 바른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셔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희 때에도 @songvely 님 같은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정성들여 의견 남겨주신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고민스러워서 남긴 글에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까지는 강압적인 방법이 통하기도 하고, 그것이 가장 쉽게 학급을 운영하는 방법이긴 합니다. 학기 초에 한 번 확 잡아두면 말 그대로 1년이 편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게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거나 창의적/비판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복종하고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만들겠지요. 우리 나라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한계를 보이는 게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나라 교육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을 틀에 가두는 교육방식은 바꿔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실수를 거듭하고 있는 사람인데 칭찬해주시니 부끄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성 행동이라는 개념은 처음 들어보네요.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저 같은 경우에는 남에게 피해줄 때만 간섭을 하고, 나머지는 내버려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살다 보니 결국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되더라고요. 전혀 안 그럴 것 같이 자란 애도 갑자기 딴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이 봤고.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간섭이 많아질 수록 사람을 시들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안되더라도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잖아요. 유년 시절에 혼나고 어른들이 뭔가를 시킨 기억 밖에 없어서 아름다운 기억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 고등학생 때 삭발하고 등교했다가 맞은 기억이 나네요. 사회 불만 있냐고... 전 불만 없었는데 말이죠. 그때 저에게 왜 삭발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들어준 선생님은 없으셨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내는 것도 큰 잘못이 아니라면 다른 아이들이 보는 곳에선 않는 걸 추천 드려요. 잘못한 거 인정도 못하겠는데 친구들 보는 곳에서 혼나면 자존감이 엄청 무너지거든요. ㅎㅎ 온전히 제 경험입니다. 화장은 아직 자식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늘 고민하시고 공부하시는 훌륭한 선생님이십니다 :)

저 고등학교때도 (여고) 삭발한 친구가 벌점 먹고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머리를 귀밑 3cm까지 자르라더니 또 그것보다 짧게 자르면 반항한다고 뭐라고 하고... 하아...

아이들 앞에서 혼내지 않는 것은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훈육 방식 중 하나입니다. 잘못을 반성하는 것과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그리고 설사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안다고 해도 자존심을 건드리면 오기로 반성하지 않고 마음에 큰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지요. (저도 제 경험입니다. ㅋㅋ) 따로 불러서 먼저 이야기를 듣고 납득을 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년 저희 반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 혼돈의 도가니 ㅋㅋㅋㅋㅋ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지라 초딩 아이들의 화장하는 문제들 많이 지켜봐왔습니다. 심지어 6헉년 아이들은 저에게도 화장을 좀 더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구요.ㅎㅎㅎㅎ 왜 출근해서랑 점점 얼굴이 달라지냐며...ㅋㅋ 항상 말하는 직업이라 쉽게 지워지는 립스틱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제가 이상해보였나봐요. 아이들 화장을 아예 못하도록 하기에는 이젠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도 최소한의 화장 정도만 하도록 많이 유도할 것 같아요. 실제로 아이들의 수수한 모습이 지금 어설프게 진한 화장을 한 모습보다 훨씬 예쁜데... 그런 비교 영상들이나 실제 아이들 얼굴을 찍어 이미지로 만들어 한번 수업을 해보는건 어떤가 생각이 드네요.

중성행동은 있는그대로를 관심의 표현을 해주는게 좋을 것같고 그아이가 갖고있늣 장점이나 긍정적요소를 칭찬해주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자녀가 없어서 잘모르겠는데 친척동생을 보면 친구들중에 한명이라도 하면 안할수가 없는거 같아요 ㅜㅜ

중성행동이란는 걸 처음 알게 되었네요.
타인에 대한 관대함, 너그러움으로 이해되지만 송블리님 처럼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엄청 고민되시겠어요;;;
아이들은 주변 환경이나 지적이라던지 지시에 굉장히 민감할수 있으니깐요!

글 잘 보고 가요 ^^ 저는 아들러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주의를 표방한 이기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기적인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어서요 생각하면서 읽게되네요!!

아, 선생님이시구나.

포스팅 잘읽고 갑니다 ^^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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