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3-11. [UAE] 실수로 참석한 새해맞이 호화 파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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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대부분의 새해는 집에서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 맞이했다. 제야의 종소리 전후로 양가에 전화를 드린 후, 비록 매번 실패하더라도 남편과 나, 고양이 두 마리의 가족 셀카를 시도하며 즐거워했다.

작년 연말도 집에서 오붓하게 보낼 계획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곳에 온 후 공휴일마다 바쁘거나 한국에 돌아가서 한 번도 불꽃놀이를 보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2018년 아부다비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포인트는 총 세 곳이었는데, 고민하다가 가장 화려할 것 같은 에미레이츠 팰리스를 선택했고 연말에 길에 갇히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아 그 근처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예약


처음에는 근처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텔에 전화를 걸어 "에미레이츠 팰리스의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방이 있나요?"라고 물어봤지만, "여기는 에미레이츠 팰리스가 아닙니다."라는 퉁명스러운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기분이 상한 나는 자초지종을 남편에게 설명 후 "우리 아부다비에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데 이참에 에미레이츠 팰리스에서 묵을까?"라고 슬쩍 던져 봤는데 남편이 덥석 수락했다.

곰이 그려진 모 사이트에서 가격 비교 시, 이상하게도 조식 포함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 났다. 이후 싼 가격을 제시한 모 사이트에서 예약을 진행하는데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새해맞이 갈라 디너에 참석하겠냐는 '체크 박스'가 있었다. 남편과 나의 반응은 '대체 누가 저렇게 비싼 갈라 디너에 가냐'는 거였다. 2017년 마지막 저녁은 호텔 근처에 있는 일식집인 TOKI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호텔 방에 돌아와 오붓하게 창밖의 불꽃놀이를 볼 예정이었다.


체크인


12월 31일. 새벽부터 출근해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즈음이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왜인지 체크인 속도가 매우 더뎠고, 그 이유는 우리 차례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직원 : 오늘 갈라 디너 예약된 거 아시죠?
나 : 네? 저희 예약 안 했는데요?
직원 : 예약되어있어요.
나 : 호텔 요금에 포함된 거예요?
직원 : 아뇨. 따로 요금을 지불하셔야 해요.
나 : 저희는 예약한 적이 없는데요?
직원 : 호텔 예약 확인서 좀 보여주시겠어요?

나는 당당하게 휴대폰을 건네줬고, 조금 후에 직원이 예약 관련 몇 개의 메일 중에서 "There will be a mandatory New Year's Eve Gala Dinner..."라는 문구가 적힌 메일을 찾아냈다.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갈라 디너에 대한 메일도 따로 한 번 왔었는데, 바쁜 남편은 개인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기준엔 그 '체크 박스'는 '라디오 박스'여야 했다.

그제야 직원은 천천히 갈라 디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오후 7시부터 1시간가량 중앙 홀에서 간단한 핑거 푸드와 샴페인이 함께하는 스탠딩 파티가 있고, 8시부터 공연과 함께하는 식사가 새벽 1시까지 제공된다. 코스 요리일 경우 알레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같아 메뉴를 물어봤더니 해산물도 있지만 내가 앉을 좌석 정보를 총괄 셰프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1월 1일 브런치도 포함이었는데, 결국 우리가 처음 보았던 조식이 포함되었다는 가격은 갈라 디너와 브런치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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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연히 일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물론 집에 가더라도 남편에게 턱시도와 나비넥타이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입을 일이 없던 드레스가 있었다. 하지만 체크인과 좌석 배정에 이미 오랜 시간이 걸렸고, 새벽부터 출근한 남편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졌기에 드레스를 가져오는 것은 포기했다.


파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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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되어 중앙 홀로 들어선 나는 드레스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역시나 남성은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 여성은 클러치를 든 드레스 차림이었다. 게다가 볼드한 귀걸이, 목걸이를 통한 블링블링함이란!
같은 테이블에 서 있던 여자분 역시 정말 예쁘게 꾸미고 왔기에 부러움을 표시했더니, "어차피 새벽쯤 되면 다들 만취해서 똑같을 거야!"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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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는 드디어 외부의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예쁘게 꾸며진 테이블과 조명, 그리고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다 보니 '위대한 개츠비'에서의 파티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테이블의 나머지 좌석 10개는 아일랜드에서 온 가족으로 채워졌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예쁜 손녀까지 함께하는 모습에 한국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어졌다.


음식


음식과 술은 새벽 1시까지 서빙되었다. 샐러드, 구운 해산물, 구운 고기, 스시, 디저트 등이 뷔페 형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역시 제일 좋았던 것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석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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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석화라니! 게다가 아부다비의 석화는 주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시는 귀한 몸이라 시장에서도 1개에 3,000원 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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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얘기가 된 대로 총괄 셰프님이 샐러드와 구운 해산물, 그리고 디저트를 따로 준비해주셨다. 해산물의 경우, 고기와 같은 그릴을 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콜렛 분수 앞에서 서성였더니 마시멜로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을 걱정하시며 따로 따뜻하게 데워진 초콜렛과 과일을 가져다주셨다. 이날 먹은 샐러드는 부라타 치즈가 올려진 카프레제였는데, 쌉쌀한 와일드 루꼴라와 고소한 부라타 치즈가 정말 잘 어울렸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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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또한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5시간 동안 번갈아 진행되었다. 야광 옷을 입고 하는 사진 속의 공연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차례 진행된 활활 타오르는 불을 이용하는 쇼였다. 새해가 다가올 수록 더욱 화려한 불쇼가 진행되었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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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 의한 공연도 불 쇼와 번갈아 진행되었다. 느린 곡이 연주되는 동안에는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파트너와 춤을 췄는데, 나와 남편은 이런 춤이 익숙지 않아 알 수 없는 스텝을 밟았더니 같이 앉아 친해졌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각자 한 명씩 이끌어 춤을 가르쳐주셨다. 식사 내내 대화를 이끌어가시는 참 유쾌한 분들이셨는데, 나중엔 무대 앞으로 나가셔서 80년대 음악에 맞춰 신나게 디스코를 추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전 가족과 함께 이 곳에서 10일간 머무르신다는 말씀에 유서깊은 가문의 귀족 출신이거나, 대부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파티 내내 열린 마음으로 이런 저런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셔서 의외였다. 나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나이들 수 있을까?
밴드 공연도 처음에는 느린 곡으로 시작했지만, 새해가 다가올수록 클럽 분위기로 변했다.


불꽃놀이


역시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약 10분간의 불꽃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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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음악. 처음 보는 사람들과 주고받던 "Happy New Year". 환하게 터지는 불꽃놀이와 폭죽 사이에서 남편과 함께 맞이했던 이 날은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새해였다. 마치 내가 영화 속 한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이 느껴져 그간의 시간에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벌써 올해도 다 끝나간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예쁘게 참석하고 싶지만 아마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것 같다. 나도 여기서 일을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이럴 때 찾아온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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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새해를 보내 셨네요.
파티 분위기 가 멋있어서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네요. 정말 좋은 시간 이였을것 같아요^^

잊지 못할 시간이었어요. 스달 올라서 제가 번 돈으로 남편이랑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멋진 새해를 보내셨네요. ^^ 멋진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새해를 함께 보내는 순간만큼 멋진 출발은 없는 것 같네요.

멋진 새해처럼 멋진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이런 행운이~ 우연인지 실수인지 결과적으로 넘 행복한 시간이셨다니!! ㅎㅎㅎ세계최고의 쇼와 음식과 분위기였을 듯합니다. 파티의 주인공 같은 기분, 이런거 엄청 좋아하는데요, 정작 파티는 가본지가 언 5년쯤 되었네요. 드레스입고 파티가고 싶어요! 무튼 부럽부럽~ 올핸 스달 상승하고 드레스 갖춰 한번 더 가시길요 ㅎㅎ

제가 친척집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에 알게되었던 고모 친구 딸이 고등학생이었어요. 매년 프롬 간다고 드레스를 입는데 완전 부럽더라구요. :) 그래서 더 드레스 입은 파티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에빵님 파티 이야기도 궁금해요!

"어차피 새벽쯤 되면 다들 만취해서 똑같을 거야!"

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렇네요 ! 그래도 여자들은 빡세게 드레스업 했을 때의 즐거움이 있으니까, 다음 번엔 블링블링하게 드레스업하셔서 주변 여자들을 기죽게 하시길 ㅎㅎㅎ

내사랑 부라타 !!!!!!!!!!!! 부라타랑 루꼴라 조화는 사랑이예요 ㅠㅠㅠㅠ

아마도 다시 가기로 마음먹게 되면 그 날을 위해 급 다이어트를 하고 드레스를 보러 다니는 등 온갖 난리를 피울듯 해요. ㅋㅋ
부라타와 루꼴라 +_ + 좋죠!! 그런데 셀레님은 또 어디에 계시길래 알 수 없는 시간에 스팀잇에 계신겁니까?! 주말인데 일하셨던건 아니길;;

중요한 모임이나 파티 있으면 급 다이어트를 하는게 저뿐만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ㅋㅋㅋㅋ 드레스 쇼핑하러 다닐 때 설레고 신나고 좋아요 +_+

이번주까지는 알 수 없는 시간대에 출몰하게 될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아예 나타나지 못하거나 ㅠㅠ

앗. 셀레님.

ㅋㅋㅋㅋㅋ 올해의 저는 한 6개월 전부터 다이어트를 해야할 상황인데 그럼 지금이네요 ㅡ.,ㅡ

멋진 새해를 시작하셨네요. 춥지는 않았겠어요..ㅎㅎ
스팀이 달려야 세상이 평온해집니다...

ㅋㅋㅋ 여기는 겨울 밤에도 16도 정도 밖에 안돼서 엄청 춥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기온에 적응해서 제 옷차림이 저런 모습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막 20도만 되어도 기모 스타킹에 어그부츠 신고 다녔어요. ㅋㅋㅋ

정말 멋진데요~ 영화속 한장면 같아요 :-D

네!!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정말 즐거웠어요.

끼야아.......
아아아....
글 읽고 난 뒤에도 여운이....ㅠㅠ

제가 그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마침 써니님도 그걸 떠올리셨군요.^^
예상치 못한 파티와 지출에 당황하셨겠지만 그래도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어보이네요.^^
다음에 드레스 입고 한 번 더!!! :-)

진짜 당황했는데 별 방법이 없어서 즐기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런데 파티에 가보니깐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 듯 마냥 신나서 +_ +
사실 숙박 없이도 갈라 디너만 참석할 수 있으면 다시 가고 싶은데.. 어떻게 되는지 좀 알아보려구요.

우와. 호텔직원의 퉁명스러움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정말 잊지못할 새해를 보내셨군요! 덕분에 저도 이런 간접경험을! 그간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셨다니 괜히 울컥 ;ㅁ; 우리도, 스달도 기적같이 상승하길 바랍니다 :)

앗! 그 호텔 직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분 나쁘기만 했는데 스프링필드님 얘기를 듣고 보니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거네요 :)

우어 새해를 저런 곳에서 맞이하면 한해가 행복할 거 같은...ㅎㅎ
정말 스달 올라서 저도 새해 불꽃놀이하는 곳에서 내년을 맞이하고 싶네요..ㅋㅋ 스달 모으기도 그렇고 참..ㅎㅎ

한해가 행복할 줄 알았는데, 역시 행복한건 잠깐이었습니다. 그래도 행복한 기억으로 힘든 날을 버티고, 또 그러다 보면 행복한 날들이 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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