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여행] 최악의 공연.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in #kr6 years ago (edited)

빈에 머무는 3박 4일.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고 싶었지만 도착 첫 날은 피곤할 것 같아서 공연을 포기했고, 마지막 날은 이미 매진이라 남은 날은 단 하루였다.

그런데 하필 여행 다큐에서 봤던 모차르트 음악회도 같은 날 있었다. 둘 중 어느 곳에 갈까 고민하다, 오페라도 좋지만 왠지 빈이니 옛날 복장과 가발을 쓴 모차르트 음악회에 가보자는 생각에 표를 예매했다.

  1. 음악회에서 연주 될 곡 목록이 나와 있었지만, 중구난방이어서 였을까? 스메타나 '나의 조국'에서의 감동이 남아 있는 채로 사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모차르트 곡을 듣는건 쉽지 않았다. 결국 콘서트를 보러 나가기 전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사실 모차르트 심히 밝아서 안 좋아해." 그러자 엄마도, "나도 모차르트 너무 가벼워서 안 좋아해."
    아.. 시작 부터 뭔가 잘못 된 기분이었다.

  2. 공연 시간에 맞춰 빈 음악협회(Musicverein Wien)에 도착했다. 편견을 가지면 안되는데 그 곳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포진하고 있었다. 클래식 애호가가 많아졌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람스홀에 들어섰다. 앞 좌석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국인 여자 관광객 4명과 어린 아이가 앉아 있었다. 그래도 조금 조용하겠거니 하고 안심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백프로 빗나갔다.

    공연 내내 잡담하고, SNS에 사진 올리느라 여념없던 그들의 휴대폰 화면 때문에 음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지겹다며 공연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떨어져 앉은 엄마를 부르기를 반복했다. 그 엄마에게 환불이라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내 옆자리 독일 부부도 화가나서 그쪽 엄마에게 조용히 시킬 것을 당부 했고, 다행히 그 둘은 인터미션 때 숙소로 돌아갔다. 남은 여자 분들은 2부에도 SNS를 계속 하더니 어느 새 잠들어서 마지막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3.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어땠을까?

    20180514_201615.jpg

    이 복장을 하고 나타난 그들은 웃는 얼굴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뭐가 그리 자신 있는지, 곡이 끝날 때 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인사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음이 틀어진 바이올린. 심지어 솔로 부분을 가진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의 바이올린에서 메마른 소리가 났다. 지휘자는 전체 음을 듣기 보다는 그냥 관중에게 인사를 하는 쇼맨으로 보였고, 사실 어차피 반복되는 공연이라 대부분은 지휘자를 쳐다 보지 않고 연주하고 있었다. 공연 중간에 뒤쪽 좌석에서 큰 소리가 났는데, 연주자 두 명이 그 쪽을 유심히 쳐다봤다. 아무리 자신의 파트가 쉬는 부분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돈조반니와 마술피리의 가곡을 부르는 남녀 성악가는 그나마 괜찮았다. 노래 보다는 표정 연기와 웃음을 주는게 그들의 주 목적이었지만.

반복된 공연으로 일말의 긴장감도 없는 그들. 바로 이틀 전 자랑스러움과 설렘을 가득 안고 스메타나 홀에 들어섰던 체코 필하모닉과 너무 비교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음악을 무시한 채 잡담에 열중하는 청중 앞에서 무슨 긴장감을 가지고 공연하나 싶다만 모든 청중이 그렇게 패키지로 떠밀려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페라 하우스 가이드 투어 때, 가이드가 이런 류의 얘기를 했다. "옛날 귀족들 대부분은 음악을 좋아해서 오기 보다는 사교의 의미로 이 곳에 왔습니다." 계속 잡담하다 SNS에 티켓 사진을 올린 후 잠든 앞 사람을 보니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가격이 나의 조국 공연과 두 배 차이도 안 나서 더 화가 난다. 여기 냈던 돈을 환불 받아서 다 체코 필하모닉에 드리고 싶다. 게다가 그 시간에 오페라를 볼 수도 있었는데. 이들이 쓰레기 같은 엉성한 공연으로 내 소중한 돈과 시간을 써버렸다. 빈에서 하는 모차르트 공연. 게다가 빈 음악협회와 오페라 하우스를 번갈아하는 공연인 만큼 국가에서 공연의 질을 관리할 법도 한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후 성당 공연 프로그램들을 보며 깨달은 건데, 잘 알려진 음악(ex. 비발디 사계, 모차르트 Symphony No. 40 in G minor, K. 550 등)을 연주하는 음악회는 죄다 뜨내기 손님이라고 간주하는 관광객 용이다. 부디 나처럼 낚여서 가는 사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라본다.

모차르트의 곡이라도 드라마 '밀회'의 마지막 편에서 이선재가 연주 했던 곡, Rondo in A minor, K. 511 의 경우 연주 법(건반을 약하게 치는 정도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누르기 때문에 해머가 현을 때리고 도망가지 않아 먹먹한 소리가 난다.) 때문에 좋아한다. 그날 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짓다가 귀를 정화는 마음으로 이 곡을 들으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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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싼 공연 좀 많이 쫓아다녔더랬지요.
제가 갔던 공연들은 공연 수준은 아주 높았는데...
역시 문제는 관객 수준이에요...
비싼 돈내고 주무시는 분들과 시끄러운 아이들 등등...

수고하셨습니다-ㅅ-;;

시간이 너무^10000 아까워요 -ㅅ- 근데 여긴 관객 수준은 그렇다 쳐도 돈을 그만큼 받아 먹었으면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보장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제가 구매한 표가 한 장에 약 15만원 정도 였는데, 돈 받고 참고 들어야 할 수준 였다는.. 차라리 프라하 음악 축제에서 무료로 들은 초등학생들 공연이 훨씬 진지하고 수준 높았습니다.

컼.... 15만원이면 싼 공연이 아닌데...
어지간히 엉망이었나봅니다...;;

ㅋㅋㅋㅋㅋ 터키 행진곡은 빠르게 시작하더니 음표가 많은 곳에서 슬쩍 박자가 느려지기 까지. 음이 틀어진 악기가 있어서 계속 거슬리기도 했구요.

아이들이 있으면 지레 걱정하면서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유명한 곡이면 뜨내기 손님용이기 쉽군요?
좋은 팁입니다.

반대쪽에도 5-6살 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앉아 있었다는걸 공연이 끝날때 쯤 알았어요. 그 아이는 경청하면서 잘 듣고 있더라구요. 어린 아이가 음악회에 오는 것은 환영이예요. 저 또한 어릴 때 부터 엄마를 따라 다녔구요. 다만 관람 의지가 없을 시엔 주위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말고 얼른 나가 줬으면 좋겠어요.

지난주에 비엔나갔다가 왠 공연준비 중이길래..
비엔나 심포니라고 공연 리허설 중이더군요.
공연일은 5월 8일..다음날이더라구요.
비엔나에서 심포니..맛보기는 한 셈이네요ㅎㅎ

오 어디서 보셨나요? 전 오페라 극장 가이드 투어 때 이미 오페라 리허설 끝난 시점이라 암 것도 못 봐서 아쉬웠어요.

글을 읽으면서 어떤 분위기 어떤 기분인지 알것같아요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하는사람이나 모두 개념이 없네요
속상하셨겠어요...

네. 다른 도시도 아니고 음악의 도시 빈에서 저런 처함한 공연을 경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엄마가 클래식 음악 좋아하셔서 모시고 간건데 참담하더라구요.

코메디에 클래식 틀어줬나보다... 라고 생각을 하세요 ㅎㅎ

ㅠㅠ 그렇죠. 그런데 엄마가 평생 기대하던 빈에서의 공연 관람이 저따위로 끝나서 화가 나요. 시간이라도 돌려줬으면.

하아........ 정말 화가 납니다. 돈 액수도 액수지만, 사실 티켓값이 1원이더라도 환불받고 싶은 마음일 것 같아요.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연주자들은 대체 그들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 따윈 개나 줘버린 걸까요 ?!

하기 싫은 일 하면서 돈 버느라 참 고생이겠구나 싶었어요.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 곳의 몇 분은 열심히 연주하셨어요.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는 그 분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아니 이게 대체 음악회 도중 들어야하는 생각이냐구요. ㅡ.,ㅡ

어머님과 여행하시느라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출국하신거였나봐요. 소중한 시간이었을텐데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앞줄에 앉은 중국사람들까지 정말.. 그냥 어머님과 함께하신 추억만 간직하시길... 10년쯤 후엔 옥의 티 같았던 이 공연 이야기 나누면서 박장대소 하실수도 있지 않을까요 ^^

네 ㅋㅋ 이것도 어찌 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네요. 이후에 부다페스트에서 오페라를 보려 했더니 모차르트 '마술피리'만 있어서 안 봤어요. 모차르트는 이렇게 안녕인걸로.

본인들도 아마 잘 알고 있을거에요.
자신들은 음악가가 아니라 배우라는 것을요...

ㅜㅜ 배우라면 극에 몰입이라도 해 줘야 했어요.

아 그럼 진짜 삼류네여 ㅠㅠ

명색이 본 고장 공연인데도 그런 경우가 있나 보네요..

그니까요. 그래서 기대하고 간건데 ㅡ.,ㅡ 우리나라 예중 애들 모아놔도 저 보다는 잘할 듯 해요.

중국인들은 세계어느나라를 가든 시끄러운거 같아요 ㅠㅠ
소용한곳에 시끌시끌 떠드는사람들 보면 다 중국인들 ㅠㅠ
정말 징글징글해요 ㅠㅠ
이 글 읽으니 정말 화가나네요
반복된 공연이라해도 긴장감 없이 어찌 저렇게 행동할수가 있단 말입니까?
무대 서는 사람들 맞아요?
긴장감은 없어도 적어도 프로 의식을 가지고
공연해야하는거 아닌가?
무료 길거리 공연을 해도 저렇게는 안하겠네요
무슨 공연이 장난인가? 재롱잔치도 아니고 정말 제가 화가나네요
프로라면 최소한에 무대매너는 보여줘야할텐데
저렇게 하는건 정말 아니지요 저같으면 욕하고 나왔을듯 ㅠㅠ
라스베가스에서 태양의 써커스 오쑈를 보고왔는데요
일인당 20만원이 아깝지 않더라구요 정말 오쑈보러 다시 가고싶네요

욕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대상이 없어서 이렇게 스티밋에 글을 ㅋ 다른 공연들 가보니 중국 분이라도 조용히 감상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관심없는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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