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steemit] 기존 기업이 왜?
이 글은 젠트리피케이션:육성과 운영 - 보팅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원래는 '젠트리피케이션:기업의 진입과 계층'과 관련한 글을 적으려 했으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지려면 기업들이 다수 들어와야 한다는 가정이 성립해야한다. 스팀잇 플랫폼에 와서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것과 기업들이 진입했을 때에 감수해야하는 위험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기업이 들어올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팀잇에 들어올지 말지에 관하여, 기업의 입장에서 전략을 세운다면, (특히나 블록체인과 관련 없는) 기업의 경우 진입하기가 상당히 고민되는 지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오픈소스
스팀잇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네이버 같은 기업의 SNS와 흔히 비교되면서, 스팀잇은 각자에게 주체적으로 생산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여겨진다. 플랫폼의 철학을 보면 수긍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대기업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품질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확립 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서비스를 런칭하고 유지 보수하는 자원의 지출을 과연 대기업이 아닌 집단에서는, 누가/어느 부서가/어느 집단이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봉착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변할 수도 있다. 자발적인 개발자들과 기획자들,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존재로 일종의 오픈소스 커뮤니티 처럼 활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그런데 스팀잇과 기존의 오픈소스 간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기존의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한 지분은 단지 credit으로 존재한다. 물론 이를 발전시켜 재단이나 회사를 차려 유지/관리/보수를 위한 작업을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의 시작은 자유로움이며, 이 활동으로 인해 (오픈소스 프로젝트 자체와 관련이 적은) 편중된 집단이 돈을 버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Facebook이 React.js를 관리한다고 해서, React.js로 작성된 각종 서비스에 대해 페이스북이 명시적 보상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이 Tensorflow를 지원한다고 해서, Tensorflow로 작성된 모든 코드에 대한 보상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서비스는 React.js나 Tensorflow와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React를 바탕으로 네이티브앱이나 Tensorflow를 바탕으로 이미지 분류기를 만든다고 해서 React나 Tensorflow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팀잇의 오픈소스는 그와 다르다. 스팀잇에서 진행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경우, 결국 스팀과 스팀잇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오픈소스의 경우, 이를 바탕으로 누군가 자발적으로 다른 서비스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원래의 오픈소스에 기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점이 본질적인 차이점이다.) 그런데 이미 상당한 지분은 편중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니 스팀잇에서의 오픈소스는 사실 본질적으로, 플랫폼에 기여해서 얼마나 과실을 먹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변한다.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경우에는, 이러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등장이 참으로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굳이 자신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팀잇이 아닌 보통 흔히 떠올리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애초에 현실 세계의 부도 편중되어 있어 마찬가지 아니냐는 질문은 하지 않도록 하자. 오픈소스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의 프로젝트의 성공에 의한 지분과 영향력에 따른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방금의 질문은 유효하지 않다.
자신의 노동의 가치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싶으면 시스템이 자신을 위해 일을 하게끔 하라는 말이 있다. 냉정한 현실을 하나 살펴보자면, 순수한 자신 만의 노동으로 벌 수 있는 보상에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일을 할 수 있게끔 하느냐, 자신이 만든 시스템에 다른 사람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스팀잇에서 진행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일견 추진하는 자들의 자발성을 취하지만, 실제로 과실을 얻게되는 집단들이 과연 누구일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집단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나쁘게 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시스템의 발전과 발전에 대한 과실이 어떻게 분배될 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뿐이다.)
창작자들은 대체로 노동자에 가깝게 여겨진다. 노동의 가치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 보상이 오프라인의 현실보다 더 높다면 그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다만 그 위치는 결국 노동자 임에 유의하라.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플랫폼에 대해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은 사실 굳이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플랫폼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발적 노동으로 플랫폼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므로."
여기에 오픈소스의 특성이 더해지면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유지/보수/개선과 같은 서비스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등장하고, 플랫폼 전체는 이에 대한 과실을 취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실은 플랫폼에 대해 가지는 영향력에 따라 분배될 것이다."
스팀잇은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산업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는 SNS 플랫폼이므로, 기업이 들어옴에 있어서도 블록체인과 연관되었거나 연관되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의 입장이라면, 아마 아예 스팀잇 플랫폼에 진입하지 않거나, 들어오더라도 기업의 재무 상태에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가볍게 들어올 것을 택할 것으로 생각한다.
ㄱ. 시스템의 변경
앞서 이야기했듯, 서비스는 유지/보수/개선이 필요하다. 스팀잇은 안타깝게도 전문적인 팀을 꾸려 유지/보수/개선을 할 유인이 없다. 써드파티 앱들이 등장해서 이러한 것을 추구할 테지만, 앞서 제시한 노동자에 조금 더 가깝다고 여겨진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딱 떨어지지는 않음을 유의하자. 언제나 모든 사람들과 집단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스펙트럼 안에 위치할 뿐이다. 어떤 집단은 조금 더 노동 집약적인 일을 하는 것 뿐이고, 다른 집단은 조금 더 투자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 뿐이다.
기업이 투자를 통해 스팀잇에 들어온다면 그것도 사실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스팀잇에서는 언제나 하드포크나 룰의 변경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플랫폼에 참여한 기업은 이를 받아들여야하는 위치에 처한다. 그 것이 기업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더라도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보증하는 (그나마 법과 제도에 따라 예측할 수 있고, 모든 기업들에게 중립적이라고 여겨지는) 화폐 대신 (소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특정 플랫폼의 화폐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 된다. 결국 기업의 경우에는 스팀잇에 진입하지 않거나 스스로 감수할 수 있을 만큼만 들어오게 된다고 생각한다.
ㄴ. 지분 구조/영향력
블록체인에 지분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상당히 이상하게 들리지만, 지분을 일종의 '영향력'이라고 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이 플랫폼 상에서 다른 집단에 휘둘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리가 만무하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이 플랫폼은 최상위 유저들 및 이해관계자들과 같은 영향력 높은 집단에 휘둘릴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중립적이지 않다. 개인 입장에서야 애초에 영향력 높은 집단이 신경쓸리 만무하지만,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고 영향력 높은 집단과 거래를 해서, M&A 같은 것을 하기에도 상당히 애매하다. 애초에 블록체인의 철학 상, 영향력 높은 집단이 그 플랫폼을 대변하는 대표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단지 영향력을 많이 가졌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구매를 한다면 그러한 '영향력'에 대한 것이고, 그 영향력을 통해 "뽑아 먹을" 수 있는 것은 사실 보팅봇에 대한 투자와 같은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자체, 그리고 스팀잇의 미래 자체에 투자를 하고 있지 않는 한 굳이 M&A 같은 것을 통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결
기존 기업이 스팀잇에 들어오기에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 풀(pool)이 크고 작음을 떠나서, 기업 입장에서 사실 그리 매력적인 플랫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위험을 상쇄시킬 장점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이 해답은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나는 사실 스팀잇이 결국 (지속가능하게 된다면) 블록체인에 얹은 오픈마켓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자신의 유/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거래 위주로 돌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물론 노동의 입장에서 그런 것이고,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섞이면서 참여자들 간의 다양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리라 보고 있다. (지금도 살짝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보팅봇을 사용하라'는 철학은 사실 오픈마켓 및 젠트리피케이션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후술하기로 한다.)
원래는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글을 쓰려 했으나, 우선은 기업이 들어오지 않을 이유를 먼저 적는 편이 낫지 싶어서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은 '기업: 젠트리피케이션과 오픈마켓'에 대해 서술합니다.
읽다보니 스팀잇의 시스템과 성격 자체가 규모가 큰 기업보다는 작은 언론사의 형태나, 마케팅 관련 기업에서 먼저 발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스팀잇채널을 활용해 소통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스타트업이나 개인 계정의 비지니스 하시는 분들의 활동은 좋게 보이는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은 아마도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특히나, 플랫폼에 참여할 경우에 따르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고려하면 굳이 들어올 이유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DPOS는 애매하게 중앙화가 되어 있는 느낌인데, 스팀 기반 보팅봇 비즈니스가 (영향력 높은 집단의) 핵심 비즈니스라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미 말 다한 것 같습니다.
소집단 비즈니스나 개인 위주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요. 다만 이 상태로 지금보다 규모가 커지면 아무래도 파편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양적으로는 커지는데, 질적으로는 그대로 (혹은 조금 떨어질수도) 라고 할까요.
기업이 큰 경우는 기존의 광고수주와 업체협약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으므로 스팀잇에서 얻는 수익이 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중소규모나 팀 단위만 들어올 것 같은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오는 경우엔 여러가지 트러블이 예상되고...
스팀잇이 거의 방치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업이 들어올만큼 시스템이 오래 지속될지 모르겠네요;
큰 기업의 경우 굳이 스팀잇에서 광고를 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진입하는 순간 플랫폼 자체의 룰에 동의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도 중소 규모나 팀 단위의 경우에는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스팀잇 자체가 캐즘(Chasm)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듯 보이기 때문에 말씀주신 것처럼 쉽지는 않을것 같고요.
그래도 어느정도 굴러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직화된 오픈소스의 프로젝트와 여러 대안들이 등장하기는 할 것으로 보이거든요. 결국 플랫폼의 가치는 이들이 견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개인은 (저번에 한번 말씀드렸듯이) 변두리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