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diary] filtered

in #kr6 years ago

어떤 글이든 내어놓을 때 항상 걱정부터 든다. 나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인지, 성향이 비슷한 몇 정도만 같이 끌고 가도 괜찮은지, 애초에 범용적인 글을 쓰는 것이 좋을지.

모든 독자들을 포괄하는 글이란 대체로 밋밋하기 마련이고 취향과 색깔을 드러내는 순간 독자층은 이미 시작부터 정해진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글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건 정말로 작가의 능력이 출중할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다. 나 같은 평범한 writer 는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려고 애를 쓰는 순간, 글의 색이나 맛에 있어서는 이도저도 아니게 끝이 난다.

그러나 모든 독자를 포괄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포괄과 고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데, 모든 독자의 취향을 끌어안을 수는 없더라도 모든 독자의 취향을 고려하여 배려를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색을 드러내는 것도 물론 나름의 개성이겠으나, 용인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고려에서 나아간) 배려일 것이다.

나 자신만 만족하면 된다는 태도야 편하긴 하지만, 그럴거면 왜 굳이 여기 올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기장을 내버려두고 말이다. 나는 이 경우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찔리는 감도 있지만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 (다만 어지간하면 많이 깊게 궁금하지는 않다. 모순적인가.) 애초에 공간을 만든 이상, 글 하나를 적을수록 공간을 세우고 다듬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위 두 방향은 극단적인 방향이고 결국 글쓰기란 글에 감응하는 몇몇을 끌고 가는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몇몇의 크기나 범주는 글이나 글작성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플랫폼의 철학이야 넓고 얕게 알아서 호혜적 관계 를 통해 보상을 극대화하라고 하고는 있지만, 관계의 포트폴리오로 바라보면 삶에 영향을 주고 받거나 삶을 바꿀 수 없는 소통이란 결국 허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효율적인 글쓰기는 그 허망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를 것이다.


순수한 욕구와 순수하지 않은 욕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사람들과의 소통과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기본이 되면 순수하고, 보상이나 기회를 추구하면 순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사실 모든 행위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순수의 기준은 "포장과 이면(내면)의 괴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 자체에는 순수를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보상만을 바라고 진입한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과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충만한 "순수한" 사람들을 구분하고 걸러내는 시기가 아니라, 보상을 우선 순위에 놓고 진입한 "순수한" 사람들과 글쓰기 욕구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순수한" 사람들 중에서 전자의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디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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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락에 공감 한 표 드리고 가요. ^^

순수함은 방향보다는 (솔직한) 자세의 문제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

스팀잇을 일기장처럼 써버리고 있는 제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글이네요.
덧붙여 순수한 욕구와 순수하지 않은 욕구는 결국 구분할 수 없고 혼재되어 있을 뿐이란 사실도 공감해요.
전 어쨋든 qrwerq님 글을 좋아하는 취향이죠 ㅎㅎㅎ 허망하다고 해도.

허망함이 어쩌면 삶의 본질적 특성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100년전 사람들의 삶을 우리는 상상할 뿐 만지지는 못하듯이요. 그렇다고 허망하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허망함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본질이 어떻든 정성드려 쓰면 되는 것 같습니다. 보상을 바라서 정성드려 쓰건 순수한 의도로 정성드려 쓰건 정성드려 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보상은 나의 잣대도 아니고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스팀잇의 지금과 같은 침체분위기도 제어가 되는 것이 아니지요. 그저 정성스러워야할 뿐이겠지요. 정성스러움에 대한 결과는 나의 기대심일 뿐이지 제어할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요. 대체적으로 정성스러우면 결과가 좋다는 일반론만 있을 뿐이지요.

저도 "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제 정성은 무한하지 않고 한계가 있으며 어떻게 이런 정성을 누군가와 어떤 것에게 분배할 것이냐에 대한 물음이 항상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네요- 너무 계산적일까요? :)

글쓰기 욕구를 추구하는 순수한 사람들도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 곳 자체가 순도 100%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인가 싶기도 하고요. 진정성과 최소한의 성의가 전재한다면, 어떤 글이든 SNS로써 활용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최소한이 지켜지지 않은 글이라면... 저는 거르는 편입니다. ㅎㅎ

이 댓글을 놓치고 있었군요! 유형이든 무형이든 자신에게 -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솔직해질 것이라는 요건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또 다르게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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