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상원사 번뇌가 사라지는길

in #kr8 years ago (edited)

Oct. 2018. Gangwon, Nexus 5x


거의 7년만에 다시 들른 것 같다.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이동하는 길은 예전보다 평탄해지고 넓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의 분위기를 더듬으며 이동했다. 나는 월장사와 상원사의 고요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참 좋았었다. 운이 좋으면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산에 둘러 쌓인 절에 맞게 산 중의 호흡이 모두 몰려드는 듯한 집중의 기운이 마음에 들었었다.

이번 방문은 갑작스레 이루어졌다. 올해도 가보지 못하겠거니 라고 포기하던 차에 일정이 맞고 상황이 괜찮아져서 들르게 되었다. 단풍은 참 예쁘게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났다. 절이 관광 명소로 자리잡는다는 것이 과연 방문객들이나 절 모두에게 좋은 일일까 (이건 굳이 절 뿐만 아니라 흔한 관광지라고 일컫는 곳에서도 항상 일어나는 의문이다.) 고민이 들지만 잘 정비된 접근 경로가 있기에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도 방문객으로서 할 말이 없어지는 법이다. 소중한 것은 아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때로는 나한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냥 고이 둔다고소중함이 내 삶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 경우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7년 전 방문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우선 사람이 너무 많았고 그 때의 아련한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때에는 부모님과 함께 갔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은 항상 부모님 곁을 지킬 것처럼 마음 먹고 그렇게 행동하지만, (정말로 어린 아이처럼 굴 때도 있고.) 결국 자식은 독립해서 떠나간다.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의 삶이 있고 자식은 자식대로의 삶이 있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과 같이 방문했던 장소에 오게 되면, 그 조금이라도 더 젊은 때의 부모님을 기억하곤 한다. 매 장소마다 각기 다른 시간과 시절의 부모님과 내가 걷고 또 걷는다. 장소에 스며든 기억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와 기억에 국한하고 또 다소 관념적이게 되더라도, 과거가 다시 현현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추억을 회상한다고 하기엔 좀 더 생생하다.

나는 시간의 흐름이 연속적이라는 것을 잘 믿지 않는다. 삶의 단면으로부터 재구성되는 시간이란, 다분히 분절적이다. 무슨 시기, 그리고 또 다른 무슨 시기라고 생애의 부분을 나누어 이름을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 될 것이다. 굳이 인생의 전환점 같은 지점이 존재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자연스레, 방문과 마주함이 끊어졌다가 이어지는 것, 그리고 다시 끊어지는 것 따위로 시기를 나누고 복기한다.그새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네-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번 가을, 단풍이 참 곱게도 들었다. 단풍이 질 때 쯤 되면, 또 한해의 끝과 시작 - 그 사이의 전환점을 생각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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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쁜 길입니다.
거기에 뭔가, 무슨일이 있었기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것을 음미하므로써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날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빛이 잘 살지는 못했으나, 실제로 가보면 참 운치있고 빨갛게 물든 길이었습니다. 맑고 서늘한 공기를 한모금씩 들이키기 시작하면서, 뭔가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단과 단풍이 정말 잘어울리네요`

관광 시즌만 아니면 참 조용한 길입니다. 사진에는 미처 다 담지 못했지만, 파노라마 같은 광경이 참 좋았더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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