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프로젝트 매니저의 덕목

in #kr6 years ago


어쩌다가보니 최근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게 되면서, 내가 일을 지시하는 입장과 내가 일을 받는 입장을 동시에 겪고 있는데, 일을 하다보니 바로 위에 있는 매니저가 어떨 때 (내가 생각하기에) 답답하게 느껴지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일을 하면서도 이러한 매니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측면에서 한번 적어보도록 한다.

그러니까 아랫 사람이 느끼기에 답답한 (팀) 매니저의 특성을 적어보고자 한다.
(역시 개인의 관점이므로, 다른 사람의 경우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

1) 해당 프로젝트/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결여

지금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매니저의 경우에는, 의외로 이 프로젝트/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별로 없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대로의 중간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이러한 자리에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별로 없는 것은 굉장히 크리티컬하다. 왜냐하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비용을 결국 실무자와 그 조직이 전체적으로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무자는 영혼이 없이 그냥 수행해도 된다. (삽질인 것을 알지만서도.) 문제는 이러한 삽질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실무자의 자아실현이나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효율적인 성장이 좀 어렵고, 삽질을 통해 왜 삽질을 하면 안되는지를 배우게 되긴 한다.) 또한 나쁜 팀원을 만났을 때, 이 팀원이 실질적으로 무얼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다른 팀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무자 입장에서 아주 친절하게 코드를 짜놓고, 주석도 잘 달아주고, 참고문헌에 관한 요약 발표도 여러번 했는데, 딴 소리를 하고 있다면 실무자 입장에서 분통터질 노릇이다.)

2) 보이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

매니저는 결국 팀 단위로 평가받아야하는 직책이다보니, 팀의 성과를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팀의 성과를 어떻게 낼 것이냐에 대한 문제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다. 발표회장을 가더라도 어떻게 약을 잘 팔 수 있는가가 진짜 이 약이 괜찮은 약인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종종 보곤 했다. 결국 그러한 관점이 다른 사람들을 혹하게 하고 투자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만드는 지름길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은, 실무자로 하여금 무엇이 본질이고 본질이 아닌지 집중하기 어려운 사태에 빠지게 한다. 어떠한 프로젝트든 가시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지표와 가시적으로 늦게 나타나는 지표, 그리고 가시적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지표들이 존재한다. 가시적인 지표들이 항상 잠재변수(latent variable)에 대한 설명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가시적인 것에 대한 집착은, 장기적인 설계/확장성(Scalability)/호환성 등에 대해, 실무자로 하여금 이러한 고려를 배제하게 하는 특성이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모래성 위라도 보여주면 그만이다. 가시적인 결과로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껍데기를 보여주는 건 물론 중요한데, 그래도 MVP에 속하는 핵심 기능은 구현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껍데기가 고급껍데기로 진화한다고 별반 달라질까.)

3) 로드맵/청사진의 결여 혹은 모호함

1,2번과 연관되는 이야기이다. 실무자는 자신이 하는 작업들이 결국 전체의 거시적인 그림의 일부로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기를 원한다. 경험과 지식의 부족은 결국, 주어진 기간 내에 어떠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부적인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필요하며, 개발/진행 프로세스 상에서 어떤 모듈화된 작업이 포함되어야할 지에 대한 로드맵이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려넣지 못한다. 단지 '어떠한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문장으로 제한될 뿐이다. 이 작업에 대한 세부 작업들이 분석되지 않으며, 각 세부작업들 간의 흐름/달성도와 관련된 연관은 엉켜있기 마련이다. A를 하려면 B가 필요하고, B를 하려면 A가 필요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가 Git을 쓰고 버전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4) 팀원 지식/경험/의견에 대한 존중

1,2,3이 부족한 것은, 팀원 의견에 대한 존중으로 커버할 수 있다. 만약 4번이 없다면 1,2,3번을 갖추고 있어도 일의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매니저가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실제로 매니저가 그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새롭게 발생하는 병목이나 오류, 제한점을 발견하기 쉽지 않으며, 결국 구체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은 실무자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스스로 어떠한 부분에 대한 역량이나 실력이 부족하다면, 그 것을 인정하고 이를 갖추고 있는 팀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할 때에 권한 위임을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데, 생각보다 많은 조직의 장, 기업의 C-Level들이 이것을 못해서 망한다.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위임하면 된다.

일을 실제로 진행하는 실무자의 필요와 주체적 의무를 반영하여 3,4를 잘 섞으면 Agile 방법론의 일종이 될 것 같기는 하다.


좋은 매니저란, 위에서 적은 항목들에 대해 반대 방향을 지키고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매니저라고 생각한다.

적다보니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정리를 해두자는 차원에서 글을 적는다. 비단 어떠한 프로젝트 진행 뿐만 아니라, 협업의 관점에서, 관계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덕목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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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내용을 보니 IT쪽 프로젝트인것같은데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PM 밑에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ㅜㅜ 말씀하신 대로 좋은 매니저로 업무 수행 잘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IT 쪽이다보니,아무래도 IT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 글에 많이 적게 되었네요. 생각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PM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 '책임'이 중요한 것 같은데, 특히 '디테일한' 책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디테일하다는 의미는, 성과물에 대해 어떠한 부분까지 살펴보고 파악하고 평가할 것이냐와 연관되지 않나 싶습니다. 일종의 credit이라고 할까요-

넵. 저도 "책임"에 관해서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디테일한 책임'은 어느 정도의 경험(성공, 실패 등의 경험)이 밑바탕되고 그 사람의 성격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팀장의 조건 입은 닫고 지갑은 연다.
어느분이 그러더라구요...
힘내시고 퐈이팅!!!

저도 이러한 팀장 좋아합니다. (다만 방향을 확실히 제대로 잡아준다는 가정하에요.) 팀원 간의 역할이 정리되고 책임과 권리와 역할이 정돈되고 나면, 그 다음은 팀원들 간의 관계 개선 및 조직력인 것 같습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ㅎㅎ
실무를 모르는 책임자만큼 답답한 게 없죠..
옛날 생각 나네요 ㅠ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무를 모르는데 책임을 진다는게 사실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임자도 일정 부분의 실무를 같이 나누어서 병행해서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경험과 지식이 일천한 책임자에게는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옛날에 고생 많이 하셨겠군요...

생소하 부분이었습니다만 매니저의 관점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네. 아마 기회가 될 때, 매니저 혹은 매니저 밑에서 일하는 팀원의 입장이 되신다면, 좀 더 닿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학교에서 팀플만 하더라도 조금 더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공감합니다. 실무를 모르는 매니저를 윗사람으로 만나게 된 적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네요. 아마도 그 역시 인사과정에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보단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집중했었기에 그런 결과를 낳았던게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인사가 만사 라는 말이 정말 맞나 봅니다.

동의합니다. 결국 혼자서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하지 않는 이상, 사람/팀과 그 안에서의 관계/역할 분담/책임은 참 중요할 것이라 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이면의 것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평가가 과연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반영하는 비용이 많거나 혹은 관점이 확실히 서있지 않을 때 결국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일 만은 아니겠지요.

그러네요. 포장에 신경쓰는 태도 자체가 결국 안에 별 것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이는 셈이나 마찬가지 인 것 같네요.

PM은 성공의 키맨이자 시작이자 마지막입니다. 즉, 자신이 없으면 안해야 되고 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니면 시수배분부터 지출까지 정거장 투성이가 됩니다. 고속도로로 달려도 모자란 프로젝트가 천지죠. 저도 PM을 해봤는지라 그 중요함을 잘 알고 있죠...
후배 PM이 물으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PM이란 만능키여야 하고 오늘도 또 하나의 키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음음,,,,

어떻게 보면 결국 권한과 책임이 PM에 몰려있고, 프로젝트의 성패가 PM에게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팀원의 입장에서, 정거장에 서야 한다면 제대로된 정거장에 서야하는데, 다른 정거장에 서자고 하는 경우 참 난감해지곤 합니다. 결국 다시 방향을 트는데에도 비용이 들고, 삽질은 삽질대로하고, 그 삽질에 대한 책임이 팀원에게 전가되는 경우도 보곤 합니다.

사실 프로젝트에 자신이 없으면 안해야 되는게 맞는데, 우선은 경력이나 이력 한줄을 적기 위해, 무조건 맡고 보는 것도 현실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밑에서 알아서 굴리겠지 하면서 말이지요.

qrwerq 님의 글을 읽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주저리주저리 저의 그간의 한숨만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가, 조용히 지웠어요.... 괜히 뒷담화 같기도 하고, 제가 PM 레벨이 된다면 저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혀서요 ^^;

그렇지만 적어주신 모든 내용에 마음속 깊은속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을 표합니다. (특히 4번....! 4번이 결여되신 분들은 정말 인간성을 의심해봐야해요.)

에피소드들은 주제와 상황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답답한 과정은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중요한 것은 팀원일 때의 마음을 잊지 말자-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결국 조직의 분위기와 매니저의 성향, 클라이언트의 요구 등에 대해 조화와 조율을 추구해야하는 것이겠지요. 사실 PM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4번, 4번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정할 줄 알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 경청하는 매니저들을 존경합니다. 자신의 강점까지 팀원에게 이식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4번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자신이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정도만 되어도, 평균 이상은 한다고 봅니다. :)

좋은정보잘보고갑니다 ^^

네. 고맙습니다.

분야는 다르겠지만 교육계에서도 이러한 일을 경험할 수 있지요. 특히 '팀원 지식/경험/의견에 대한 존중'이 되지 않는 사람과는 정말 일하고 싶지 않더군요.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것만 되도 다른 부족함을 커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요. 교육현장에서도 차츰 변혁적리더쉽을 넘어 서번트리더쉽이 이야기 되고 있고 민주성과 민주적의사결정이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지요. 이런 글을 작성할만큼 이에 대해 고민하시니 @qrwerq님은 좋은 PM이실듯 한데 말입니다.^^

아마 어떠한 분야든 혼자서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야하는 프로젝트들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고민은 산재해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맞는 리더쉽 스타일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리더쉽이든 '존중'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저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PM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마 좋지 않은 PM이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은 역동의 문제라서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란 것이 결국 허상임을 철들며 깨달았지요. 그 때가 30대 중반이었던 거 같아요. 늦었지요. 어쨌든 좋은 PM이라 추측한 것도 저 개인의 관점임이 분명하네요.

사실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들끼리라도 또한 좋은 마음 들기도 어려운 세상이라, 좋게 봐주심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것을 아래 직원에게 떠넘기는 PM과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위염이 걸린 적도 있어요. 적절한 업무지시 따위는 없고, 그냥 제목별로 일만 나누어 주는 사람이라 아래에서는 또 그대로 혼선이 생기고.. 좋은 리더 하나가 프로젝트의 반은 성공시키는것 같아요.

좋은 리더가 결국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업무의 분배에 자신이 없다면 사실 각 팀원의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고생 많이하셨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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