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표정

in #kr6 years ago

Seoul, May.2018, Nexus 5x


흔한 돌에 표정을 그려넣으니 표정이 산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돌은 특별한 돌이 되었고 살아있게 되었다. 무언가 그려넣는 작업은 어쩌면 상당히 신기하고 신성한 것이다. 우리의 인식에서 사물에 생을 부여하는 작업이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사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이 작업들이 우리의 세계를 좀 더 살아있는 존재들로 가득차게하는 것은 알겠다. 살아있다고 해서 세포 분열을 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는 생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해석 속에서 우리가 마주해는 존재들에 대해 생을 하나씩 부여하면 그만인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의 윌슨 같은 존재라고 하면 조금 더 와닿을 것이다.

가끔은 '표정'이 생을 나타내는 가장 근원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표정만큼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것이 없을 것이다. 표정은 역동하는 삶의 순간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바탕으로 소통을 하고 소통의 흐름을 짐작하기에, 소통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표정과 상대방에 대한 표정의 차이를 서서히 메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에 그려진 표정을 보며 돌 너머의 생에 대해 바라보고 따라해본다. 그 표정은 이윽고 나에 맞추어져 있음을, 내 표정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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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 귀여워요 ㅋㅋ 어떤 사물이든 눈만 그려넣어도 귀요미로 변하는 효과..

저도 처음에 숨어있는 돌들을 보고 이렇게 앙큼할수가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표정에서 눈은 참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앙큼하다니 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눈이 참 중요하네요 :)

눈만 잘 그려놓아도 표정의 반 이상 표현한 듯한 느낌입니다ㅎㅎ

윌슨ㅎㅎㅎ

근데 저거 키아라 페라니 컨셉의 얼굴 아닌가요?눈만 그려지지만 전체 얼굴이 나온다면 대략 저건데. 실버글리터랑 흡사한 돌 색깔에 착안한듯?

제가 사실 브랜드 알 못이라 찾아보니 약간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비슷한 느낌은 있네요. 아무래도 눈이 강조되어서 그런걸까요. 알려주신 디자인이 재미있어서 찾아보는 중입니다ㅎㅎ

네 속눈썹이 강조되어서 좀 다른데...딱 보고 생각이 났어요. ㅋㅋ

키아라 페라니 맞네요 ! 제이미님 패션 쪽엔 관심없으실 줄 알았는데....! 전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ㅠㅠㅠ 문학광님은 패션 같은건 천박(?)하다고 생각할거라고 지레짐작했나봅니다.

ㅋㅋ학교 다닐 땐 처음 보는 애들이 글을 보는 사이가 아니다보니 반대로 생각들을 많이 했죠. 옷 같은거에만 관심 있는 애일거라고 생각해서 각종 문학과 수업에서 발표 팀 같이 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아했다거나...그것도 웃기지만 예체능 아니냔 소릴 많이 들음;; 사실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보세건 뭐건 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걸치는 욕심은 커요. ㅎㅎ

각종 문학과 수업에서 발표 팀 같이 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아했다거나

이 부분 재밌네요 ㅋㅋㅋㅋ 저도 제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한테 패션쪽에서 일하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아요... 그럴때마다 당황, 당혹감에 휩싸입니다 ㅠㅠ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제이미님이 갑자기 급 친근해지네요 ! 저 이런 공통분모 매우 좋아합니다 +_+

ㅋㅋ그런 문학 수업 일은 항상 소소한 복수가 가능했기 땜에 기분 나쁘진 않았답니다.

소통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표정과 상대방에 대한 표정의 차이를 서서히 메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문장 백미네요! 돌로부터 퍼지는 사색의 흐름이 보기 좋게 활자화되었습니다. :-)

찬찬히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 하나 정도는 잘 닿는 것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
표정이 생기는 순간 예사로운 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ㅎ

저도 @perspector님 의견에 백퍼 공감합니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동감있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네요.ㅎㅎ

저는 사실 그리는 행위에 대한 힘을 믿습니다. 세계를 직조하는 간단하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관점에서요 :)

시 같은 글이네요.

문장을 함축적으로 쓰는 습관이 있다보니, 아마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ㅎ

^^ 돌에 눈을 그려넣을뿐인데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네요.

모든 것은 마음 먹기와 마음을 먹게 하기 위한 트리거 같은 걸로 구성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글에도 표정이 있지요

:)

여러 글을 읽으면서, 사실 각자의 표정을 상상하곤 합니다. 문체는 결국 표정의 일부라는 생각을 합니다. :)

오! 깨달음.글탐

:) + 문체

눈동자가 생명이죠 ㅋㅋㅋ

언제나 시선의 힘은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습니다ㅎ

갑자기 생각나는 글이 있네요. 서양에서는 사람 얼굴에서 "눈" 을 중시해서 이모티콘도 눈 모양이고, 동양에서는 "입" 을 중시해서 이모티콘도 입모양으로 그렸다는 내용의 글. ㅎㅎ

아마 요 논문 Are the windows to the soul the same in the East and West? Cultural differences in using the eyes and mouth as cues to recognize emotions in Japan and the United States 인가 보군요ㅎ 찾아보니 이모티콘과 관련해서 요런 논문도 있고,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들이 많네요 :)

네, 그거맞아요! 근데 내용을... 제가 거꾸로 기억하고 있었네요 ^^; 서양-입, 동양-눈 이렇게 짝지어져야하는데 ㅠㅠ 이래서 어설프게 아는척하면 안되나봅니다 ..

저도 종종 반대로 기억하곤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ㅠㅠ 오히려 이런 연구들이 있는 것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막 던지셔도(?) 됩니다ㅎㅎ

두 돌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는것 같아요..!!왜엔지 저를 계속 지긋히 바라봐줘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느낌..? 나를 보며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계속 쳐다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청 귀여워서..)

그리고 사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바탕으로 소통을 하고 소통의 흐름을 짐작하기에, 소통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표정과 상대방에 대한 표정의 차이를 서서히 메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와..공감되는 말씀이네요. 요새는 표정을 서로 주고받는 일이 매우 드물어서, 표정이 아닌 다른 것으로도 서로를 메워보는것 같아요. 가령 지금의 @qrwerq님의 글처럼요:)

감사합니다. 저도 글을 보며, 그림을 보며 상대방의 표정을 짐작하기도 합니다. 표정 이외에도 상대방과의 소통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참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표정을 주고받는 일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조금씩 사회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결과일까요?

저는 사실 표정의 힘을 믿는 편입니다. 대화 안에서의 정보의 주고받음과 별개로, 감정이 전달되고 공감하는 것은 어쩌면 표정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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