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호모 파베르, 인간과 도구의 공진화

in #kr6 years ago (edited)

호모 파베르, 인간과 도구의 공진화

오늘의 주제를 시작하기전에 간단히 티모와 엔시의 지난 대화를 상기시켜 보겠습니다. 포스트휴머니즘에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반휴머니즘의 입장인 포스트휴머니즘의 입장을 살펴보았습니다. 반휴머니즘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했습니다. 반대로 트랜스휴머니즘은 강화를 추구하는 입장이었죠. 기술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약점을 다방면에서 보완하자! 라는 실용주의적 태도라고 말할 수 있죠.

오늘 앤시와 티모는 공진화하는 호모 파베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호모 파베르란 무엇일까요? 궁금하시다면 함께 해주세요! 😉


티모 : 안녕, 엔시 오늘 나랑 저녁 식사 같이 할래?
앤시 : 좋아, 저번에 얘기해 준다던...그 인간이 처음부터 부분적으로 기계였다는 이야기..너무 궁금해!
티모 : 그래, 밥 먹으면서 천천히 대화를 나눠보자.

In 스팀잇 식당 🍜

티모 :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앤시 : 절대적 차이가 허물어졌다고 해야 할까?
티모 : 맞아,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사피엔스의 아종으로 약 4~5만년 전에 출현했었어. 인류학과 고생물학에 따르면 500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인류 종이 없었지.
앤시 : 호모로 진화하기 이전의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primate)만 존재했었지?
티모 : 응. 호모 사피엔스..그러니까 인류의 조상은 약 20만년 전 지구상에 처음 나타났던 거야. 당시에는 네안데르탈린, 호모 에렉투스가 공존하고 있었어.

앤시 : 나도 알아 기원전 3만 년 경에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 종을 제거하고 패권을 장악했다지?
티모 : 그렇지, 그런 호모 사피엔스가 과연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앤시 : 물론 아니겠지..?
티모 : 잘 들어봐, 현재 우리가 날마다 쓰는 온갖 기계들 말이야. 이것들은 처음에는 연장이나 그릇 같은 도구였을 뿐이었어. 처음부터 인간은 이 도구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였어. 돌멩이 조각하나 없이 뭘 할 수 있었겠어.
앤시: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처음부터 도구...그러니까 기계였다는 논리인거야?
티모: 표현이 좀 비약적이긴 하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호모 파베르였어.
앤시: 호모 파베르가 그런 의미이구나. 처음 알았어.
티모: 자, 그럼 생각해 보자.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해서 인류 종들에게 도구는 삶의 필수조건이었겠지? 생존의 필수품말이야.
앤시:뗀석기와 같은 도구 말이지??

티모: 바로 그거야. 뗀석기와 같은 도구는 어디서 나왔을까?
앤시: 그거야 당연히..자연에서?
티모: 뗀석기와 같은 도구는 자연과 본질적으로 다른 문명의 이기(利器) 가 아니었어. 자연 그 자체였지. 자연 그 자체가 되고, 기계가 된 거야.
앤시: 그럼 인간은 도구와 함께 진화한거네?
티모: 도구도 인간과 함께 진화한 셈이지.
앤시: 음..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했구나. 재밌는 관점이네.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티모: 그런 인간이 처음부터 사이보그라고 하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니?
앤시: 앗..그건 다소 파격적으로 들리는 걸?
티모: 진화의 첫 발걸음부터 도구가 빠질 수 없다면 말이야. '사이버네틱'은 어원적으로 인간의 모든 도구를 망라해.
앤시: 아 사이버네틱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그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
티모: 사이버네틱은 인공지능의 개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가 그리스어 노젓는 사람 kybernetes에서 가져왔어. 이 단어에 유기체라는 단어가 결합해서 사이보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거야.
앤시: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티모, 그리스 로마 신화만 봐도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올림푸스 신들은 없었던 것 같아! 제우스는 창,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들고 있잖아.

사진3.JPG

티모: 좋은 발견이야. 그들 역시 사이보그적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앤시: 재밌네. 정말 인간의 역사든 신화든 도구와 기계없이 설명할 수 없겠구나.
티모: 맞아, 인간도 자연이라는 인신론적 전환가 더불어 시작한게 포스트휴머니즘이지. 자연과 인간이 공진화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앤시: 자연과 인간과 공진화했다는 말을 이해는 하는데 또 잘 와닿지 않기도 하고..
티모: 예를 들어보자, 엔시 너 렌즈 껴본적 있지? 너 라섹수술하기 전에 종종 꼈잖아. 그 렌즈를 낀 너와 벗은 너는 다르지. 시력이 약화된 앤시니까. 하지만 렌즈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렌즈일 뿐이야. 렌즈는 한가지 예일 뿐이야.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보완하고 개선하는데 쓰이는 모든 것을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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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시: 내 눈을 수술한 것도 기계였으니..
티모: 자, 인간은 호모 파베르(Homo faber)인 도구적 존재라는 것이 실감나지? 호모 파베르는 물건이나 연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데 인간의 특성과 본질이 있다고 하는 인간관이야.
인간의 역사가 정신의 역사라고 하지만, 도구와의 연관 관계를 포기하고서 역사를 설명할 수 없지.
앤시: 그런 관점이라면 한국의 단군신화를 포함해서 동양의 각종 창조신화와 건국신화에도 포스트휴먼적 세계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지 않아?
티모: 그렇지, 본래 혼혈과 잡종의 세계를 휴머니즘이 인간과 비인간을 갈라놓았다고 볼 수 있어. 휴머니즘의 등장으로 인간은 주체가 되고, 자연은 대상과 자원에 지나지 않게 되었으니까..
앤시: 자연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타자화된 거구나.
티모: 앤시, 뗸석기와 인공지능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앤시: 뭐? 너무 엄청난 차이라서 말문이 막히는 걸.
티모: 과연 둘 사이의 질적인 차이가 정말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이야기했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과 도구의 공진화했다는 맥락말이야.
앤시: 음..무슨말인지 알것 같아.
티모: 이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계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때가 정말 온 것 같지 않니?
앤시: 그래. 티모 너랑 얘기하면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 좋다.
티모: 그래, 그럼 우리 다음에는 소위 슈퍼맨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나눠보자.
앤시: 좋아. 기대 되는구나. 그나저나 스팀잇 식당 국수 맛있구나.
티모: 그러게, 꿀렁꿀렁 넘어가네.
앤시: 하핫.. 😅


오늘의 티모와 앤시의 대화는 어떻게 읽으셨나요?
항상 좀 더 쉽고,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

티모와 앤시의 지난 대화가 궁금하시다면 아래를 눌러주세요~!
인공지능이 두렵다고?
포스트휴머니즘은 뭐고, 트랜스휴머니즘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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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휴머니즘에 대해서 개념이 잡히네요. 와 재밌어요. ㅋㅋㅋ

읽다 보니까 X-DREAM 의 the first 라는 음악도 떠올랐습니다. psychedelic trance 내지는 Goa trance 라고도 불렀는데요, 음악 중간에 we are the 1st cyber evolution, we are the 1st to program your future 라는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저는 단지 컨셉 상 미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인문학 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애초에 인류 자체가 구석기 시대 부터 현재와 미래를 프로그래밍 해왔던 걸수도 있겠네요. :)

오..지금 들어보고 왔어요~!! 처음 알게된 가수인데 뭔가 오싹하면서도 좋은데요..막 소름이 돋네요 ㅎㅎ 정말 미래의 느낌이 마구마구 드는...흥도 나면서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쓸테니 자주 와주세요!!!

저는 호모스티무스가 되고싶.......
Dog 드립 죄송합니다ㅋㅋㅋ
대화체로 글 써주시니 술술 잘 읽히고 좋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호모스티무스...ㅎㅎㅎ
술술 잘 읽히는 글!이 제가 지향하는 글입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놀러가야졍~!

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knowkorea 님 글 잘 읽고 왔지요 :)

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짱짱맨 오셨군요 ^^ 감사합니다!!

앤시는 자꾸 무슨말인지 알 것 같다고 하는데 왜 전 잘 모를까요 'ㅡ';;;;;ㅋㅋ
(말도 안되는 농담이었습니다 죄송 ^-^ ㅎㅎㅎ)
인간은 도구와 함께 공진화했다는 시각도 신선하고
도구사용에 인간의 특성과 본질이 있다는 '호모 파베르'도 처음알게되었네요!!
너무 좋은 정보, 그리고 어려울 수도 있는 정보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
감사의 의미로 소소한 보팅도 남기고 갈게요 ^-^

ㅡ짱짱맨 Curator. 뉴위즈(@Newiz) ㅡ

반갑습니다. 뉴위즈님! 호모 파베르에 대한 앤시와 티모의 대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앞으로도 쉽게 풀어쓰기 위해 열스팀? 하겠습니다. ㅎㅎ 보팅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용~

짱짱맨 호출로 왔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

와우~이렇게도 접근할 수 있군요.. 앞엣 것들부터 제대로 읽어봐야겠네요

오오..읽어주신다면 저는 기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흥미롭습니다. 최근 종 예외주의에 대한 글을 올려주시는 잠든 왕자님 글을 흥미롭게 보면서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언급하지 않은 많은 저자분들을 통해서두요.

앞으로의 글들도 기대하며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잠든 왕자님이요? 그분은 누구신지 제가 알아봐야 겠군요! 앞으로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spaceyguy 님 리스팀보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한편으로는 이런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보통 역사의 흔적들로 부터 추측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라는 생각도듭니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구조에서 정의하는 패러다임(이걸 켄윌버는 교시, 방법론이라고 정의하거든요.)이 기존의 이론과 들어맞지 않으면 변화가 확 일어난다는 것인데... 도구적인간이 출현한 것이 직선적인 역사적 유물을 추적하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것인데....

도구를 다룰수 있는 생명체(사피엔스? 인간이라고 해두죠)의 정신(지성)적 성장의 가능성말고 원래부터 생명체에 지적 발달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층화가 되어있다는 가정도 해볼수 있지 않을까요? 즉 선형적 진화가 아니라 이미 통째로 다양성이 존재하였다는 가정이지요. 현재 접근하는 방식은 모두 측정가능한 물질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질적 유물(잔재)은 언제든지 훼손될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그 이론은 정설이 안되니까 말이지요.

그렇다면 인간의 상상(사유)속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은 실재로 있을수 있다?는 결론도 내릴수 있겠지요.

(무슨말을 하는 것인지...) 본 포스팅에서 많이 벗어난 주제로 댓글을 달아보았습니다.

ps. 그렇다고 UFO가 인간을 창조했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불교 경전의 기세간경을 보고 느낀점입니다.

음...@peterchung 님 제 포스팅에 정성스레 다 댓글 달아주셨네요. 배울점이 많으신 분 같아 자주 소통하고 싶습니다..자극도 되구요. 불교 경전은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이 많습니다. 이 댓글에서 특히 공감가는 부분은 인간의 상상(사유)속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은 실재로 있을수 있다? 입니다. 이건...사실 제가 몇 년전부터 자꾸 머릿속에 맴돌던 문장인데 지금 그래서 좀 소름이 돋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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