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미친놈의 미친 생각(狂者及思)/ 時間에 관하여

in #kr6 years ago (edited)

눈의 통증이 이제는 어느정도 잦아들었다. 살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성가신 부분이 없지않다. 그래도 지난주에 비하면 양반이다. 본격적인 통증으로 치자면 2주정도 고생을 한 것이지만 조그마한 아픔의 시작은 눈 아래꺼풀의 수포가 발생한 3주전부터이다. 안과에 처음갔을 때 눈(각막)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 늘 그렇듯이 의사들은 겁주기를 잘 하기 때문에 설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의사는 마치 내가 다시 찾아올 것을 예상한 것 같았다.

원인은 면역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잘 먹고 지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못 먹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무릎이 시리기 시작하였고 최근 2년 전부터 노안이 오기 시작했다. 노화가 시작되었다는 증거이다. 젊음 혹은 늙음이라는 정의야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함부로 늙었다고 표현하기는 절대적이지 못하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언어라는 것은 비교를 통해서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0대 이상의 분들이 볼 때 나는 아직 젊다. 그러나 신체의 노화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고 그 속도라는 것이 개인차는 있기 마련이다. 아마도 나는 평균 신체보다 소멸로 가는 속도가 좀 더 빠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1263~1343)이 읊은 탄노가嘆老歌



분명히 40대부터는 소멸의 속도감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것 같다. 태어나서 40대 이전까지는 아마도 신체의 생성(재생)이 소멸보다 우세하지만 40대를 넘어서면서 소멸이 생성/재생의 속도를 추월하기 시작한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죽음으로 가는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2004년도의 사진인 거 같다.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시카고에 계시는 이모님 댁에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보냈다. 시카고가 블루스의 고장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이때는 머리가 그래도 수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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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2집 Myself (1991) 08. 50년 후의 내모습

그랬던 2004년도에서 14/50년 후의 내 모습인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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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드럽게 안 듣는 까칠이 암컷 두 마리 중 그림에 대한 몰입도가 있는 한 마리가 삼촌을 위한 캐리커쳐를 그려준 것이다. 샤방샤방하게 주문했더니 자신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영혼이라 그렇게는 절대로 못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샤방샤방이 아닌 빛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짜그라진 이마의 석삼(三) 주름을 깜박잊었다고 한다.

나쁜 ㄴㅕㄴ, 썩을 ㄴㅕ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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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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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자꾸 보니까 닮은 것도 같다.


시간(時間)에 관하여

근본중송/나가르주나


여기에서 말한다. 시간은 존재한다. 그것도 의존依存/觀待하여 성립한다. 현재와 미래는 과거에 의존하며,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의존한다. 현재와 과거는 미래에 의존하여 성립한다. 그와같이 상, 하, 중 등과 하나 등의 모든 존재도 이러한 차제로서 있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것에 대해 말해,

제1게
만약 현재와 미래가 과거에 의존한다고 한다면, 현재와 미래는 과거의 시간 속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제2게
현재와 미래가 과거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그[과거]에 의존하여 존재할 것인가?

제3게
더욱이 과거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 양자(현재와 미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현재와 미래의 시간도 또 존재하지 않는다.

제4게
이것에 의해 순차적으로 나머지 둘도 교대하여 보인다. 또 상과 하와 중 등과 하나[둘] 등을 관찰해야 한다.

제5게
머물러 있지 않은 시간은 파악되지 않는다. 또 이미 머물러 있는 시간은 파악될 것이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파악되지 않는 시간이 어떻게 시설될 수 있겠는가?

머물러 있지 않는 존재를 누구라도 어느 때 파악하는 일은 없다. 존재와는 다른 것으로 그때 그 자성이 파악되는 법이란 머무는 것이 없기 때문에, 파악되지 않을 때 어떻게 상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시간이라는 어떠한 존재도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말하기를, 시간이란 오직 있는 것이다. 전과 후와 각기 다른 시간과 긴 시간과 빠름이라는 등의 분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 말하여,

제6게
만약 존재에 연하여 시간이 있다고 한다면, 존재를 떠나서 시간은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어떠한 존재도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시간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Halfway Reflectionz...

처음에 나가르주나용수보살의 중론中論을 읽었을 때 어떤 미친놈의 어처구니없는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치부했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다. 아마도 내가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분석명상위빳사나을 제대로 하려면 꼭 용수보살의 중론송을 읽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미치게 사유해보아야 한다. 미쳐야 미치기(不狂不及)때문이다.

연기緣起는 상호의존인데 그 상호의존이라는 것은 모든 존재와 현상에 대한 실체성을 부정한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도 실체entity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으로서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끊이지않고 계속되는 관계의 흐름일 뿐이다. 점점히 흐르는 흐름도 실체성을 갖지 않는다.

나는 미친 놈及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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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지요!
눈아픈거랑 이아픈게 정말 참기 힘든 것 같아요
뇌까지 아픈 것 같아서...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무척 잼나시네요 ㅎㅎ

ㅎㅎ. 감사합니다. 눈이 까끌거리는 거 정말 힘들더라구요. 불편한걸 편안하게 자기 암시하는 것도 힘들어요. 그냥 시간이 가길 기다려야하는데 아픔의 시간은 드럽게 안가잖아요. ㅋㅋ

나는 나이를 안 먹을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벌써 이만큼~ +_+;
50년 후의 내모습, 오랜만에 들었네요. 잘 듣고 갑니다.

눈이 많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건강이 최고~

예, 감사해요. 조심해야겠어요. 또 재발할지도 모르니까요.

눈이 많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무엇이든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야 해결되나봐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

ㅎㅎ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모든지 아픈건 힘들어요. 그걸 잘 삵힐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영혼을 통해 피터 형님을 뵙니다.^^

산골생활 적응하시느라 바쁘죠?

kr-crazy ㅋㅋㅋ
눈이 빨리 완전히 괜찮아지시길 바랍니다.
저 그림이 제일 눈에 띄네요^^ ㅎㅎㅎ(제 수준에 딱 맞음.ㅋ)

쥐가 파리 쫓는거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그 그림이 딱입니다요. ㅋㅋ

ㅋㅋㅋㅋㅋ
기분 좋네요.ㅋㅋㅋ
(앗 그러고 보니 그림이 하나 더 있었군요.ㅋㅋㅋㅋ
그 그림도 좋아요^^)

40대라는 경계선을 보게 되었고
40대를 넘게 되면서 겪게되는 현상들을 보면서

시간이 흘러가는건 누구에게나 해당할수 있음을
새삼 인식하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건강이 나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저 또한 님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말을 별거 아닌거
마냥 치부했을 거 같네요;;;

염두해두어야 겠습니다.

요새 kr-crazy가 흥하고있는데 형이 잘 안보여서 슬퍼 ㅠ_ㅠ
빨리 완쾌하고 오시죠!!

스티브잡스 필 나는게 멋지신데요?^^

나는 미친 놈及者이고 싶다.

피터님은 ㅁㅊㄴ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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