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직업이 되면] #4. 대학생활의 꽃

in #kr8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작가 김작가입니다.
최근 연이어 쓰고 있는 '여행이 직업이 되면' 4번째 이야기 입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대학생활의 꽃


동아리는 대학생활의 꽃이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건 기본. 무엇보다 피 끓는 청춘들이 짝을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활동이기에 대학생활 중에 한번쯤은 동아리방 앞을 기웃거려본 경험이 있거나 그런 친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동아리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주구장창 술을 퍼먹고 학과행사라면 다 참여해서 어울리고 하는 그런 부류의 학생도 아니었다. 정해진 인맥 안에서 무난히 여유로운 대학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학업에 집중해야할 상황이 되자 동아리가 필요해졌다. 물론 취미가 아닌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목적의 동아리였다.


타 전공분야 같은 경우엔 필수적으로 취득해야하는 자격증이나 취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자격증이 있지만 관광학과는 크게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아무래도 여행사나 항공사, 호텔 등 졸업생들이 서비스업으로의 진출이 많았기 때문에 전공자격증보다 외국어가 취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실은 이래도 남들과 차별화할 전략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자격증은 바로 관광업종에서 유일한 국가자격증 관광통역안내사라는 녀석이었다.


관광통역안내사는
국내로 여행을 오는 인바운드(Inbound) 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국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이드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일부기업에서는 입사 지원 시 가산점이 적용되는 자격증이었고, 혹여나 추후에 취업이 어렵게 되었을 때 가이드를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열정이 마구 솟아나는 가운데 생긴 하나의 문제라면 이 자격증을 공부할만한 동아리가 없었고, 재학생들 중에서도 취득자가 단 한명도 없어서 정보를 얻기 또한 쉽지 않았다. 혼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의 한계가 다가온 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교외로 눈을 돌려 자격증 전문 취득학원을 찾아가 공부를 시작하곤 했는데 몇 번 다니다보니 영 탐탁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관광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교육의 눈높이가 현저히 낮게 잡혀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해당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은 취업준비를 위한 학생보다 가이드를 하기 위한 목적의 어른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관광학이나 법규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루어 예상보다 장기간 레이스가 이어짐이 분명했다. 단기간 레이스로 승부를 봐야했던 나는 학원의 교제만 챙겨서 다시 교내에서 방법을 찾기로 결심하고 교수님께 자문을 구했다. 타이밍도 좋고 운도 따랐다. 다행히 뜻을 같이 하고픈 친구들이 모였고, 학교와 학과이름을 딴 STI 라는 동아리를 창립할 수 있었다.

DSC09935.jpg


나에게 대학생활의 전환점은
관광학과 전과 전후로 나뉘었고,
전과 후 STI 동아리 창립 전과 후로 다시 나뉘었다.


그만큼 취업 전 대학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시간들이었으니까.


같은 꿈을 가진 또래와 후배들과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해가 눈뜨기 전부터 수업 전에 동아리방으로 출석하고, 수업이 끝나고 해가 지면 다시금 동아리방으로 재출석했다. 방학도 예외는 없었다. 수능시험 공부하듯 관광학개론과 국사, 관광자원해설론, 관광법규까지 4과목을 책이 뚫어져라 온종일 노려보았다. 그렇게 준비한 1차 필기시험은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다.

문제는 2차 시험이었다.
바로 외국어면접.

단순한 인성면접이 아니라 실무에서 인바운드 여행자들에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의 관광지 해설능력까지 같이 평가하는 면접이었기에 부담이 클 수 밖에. 면접에서 만약 경복궁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영어로 통역해서 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했다. 필기시험을 위해 국사를 다시 공부했다지만 그걸 영어로 다시 재해석해서 면접을 본다니. 에라 모르겠다 싶어 일단 면접까지 주어진 시일 안에 닥치는대로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암기하기 시작했다. 단 두마디라도 대답할 수 있도록 외우고 또 외웠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느새 난 세 명의 면접관 앞에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은 어쩔 수 없었던 걸까. 몇 질문에 깔끔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가려 할때 쯤, 나는 면접관을 붙잡았다. 마음에선 이대로 끝낼 수 없다라는 절실함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음의 이야기를 그대로 면접관에게 전달했다. 클로징멘트를 미리 준비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때의 감정은 지금생각해도 솔직했고 누구보다 절실했다. 그 절심함은 다시 나에게 합격점을 주었다. 정말 근소치였다. 진심의 점수가 더해졌다고 볼 수 밖에 없을 만큼 근소치였다.

동아리를 창립하고 난 후 첫 번째 시험에서 우리는 나를 포함해 3명의 합격자를 배출해냈다.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였다. 첫 시험 면접에서 떨어진 동료들도 다음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했고, STI 동아리는 학과에서 인정받은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7년이 자난 지금도 후배들이 우리를 대신해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자격증은 이력서에 당당히 기재되었고, 지금은 집에 있는 여러 지갑 중 하나의 포켓 속에 얌전히 보관되어 있다. 취업에 성공한 후 인바운드 가이드 활동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 자격증을 취득한 동아리 맴버들도 마찬가지로 각자 여러 분야로 취업해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이들과 끊임없이 지지해준 교수님은 자격증이란 목표 이상의 큰 선물로 남았다. 만약 나 혼자였더라면 쉽게 이루지 못했을 결과.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의 인연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각자 타지로 흩어지고 바쁜 일상으로 인해 연락하기도 쉽지 않지만 가끔 생각날 때면 맴버들 중 누구라도 1년에 한번쯤은 만나 추억을 곱씹기도 하고 서로의 일상을 감싸주기도 한다.

나의 대학생활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많은 걸 얻게 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여행을 만나 전과를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관광을 배웠다.


그리고

여행사에 취업하여 여행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취미에 일이 더해졌다.



[여행이 직업이 되면]


#1.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https://steemit.com/venti/@munhwan/6fdtqr
#2. 관광 학도가 되기로 결심하다.
https://steemit.com/kr/@munhwan/36mmzq
#3. 처음 한국을 떠나
https://steemit.com/kr/@munhwan/3
#4. 대학생활의 꽃



DQmNVCo83Vg1mnXjsNZRTxVfQJxuZnbNaQ6jXRM3gUjg6yu_1680x8400.png


Sort:  

어쩌면 스스로를 가이드하시는, 자신 만의 여행을 하고계신지도 모르겠군요. 우리는 종종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라는 말과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해라라는 두가지 양립 불가능한 명제를 듣곤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앞으로의 생각 전개가 궁금한 글입니다. 생각 나눔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맞습니다. 저는 취미는 취미로. 일은 일로 받아들입니다. 여행은 저에게 일이자 취미지만 명확하게 일할때의 여행은 여행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일로 받아들이는거죠. 때로는 중심을 잘 못잡을 때가 있기에 항상 주의하곤 합니다.

이야 멋진 경험을 하셨네요! 저도 저 자격증에 관심이 있어서 좀 찾아봤었어요 ^^ 회사 다니면서 병행할 수 있을지... @_@

꾸준히 하신다면 가능할거라고 봅니다. 하실 수 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_^ ㅎㅎ
저도 그런 만남을 통해서 소중한 시간
보내고 싶어요 ㅠㅠ

만남은 먼저 움직이는 것이 시작이죠^^ 간절하시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야... 이런 서사적인 일기. 참 좋아합니다. ;)

감사합니다^^ 주말 마무리 잘하시구요:)

쓰신 글 이렇게 읽다보면 한편의 자서전 같아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문환님의 인생의 단편을 여행하는 느낌이랄까요? ㅎ
글 잘 읽었습니다!^^

자서전 느낌 생각하고 쓴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런 느낌이 나네요^^; 이제 @jaykim99 님 노래 들으러 갑니다!!

저도 얼떨결에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여행을 기획하는 일인데 일이 되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 줄..ㅠㅠ
일은.. 일이더라구요 ㅎㅎ

여행업에서 일하시는군요! 저도 지금은 홍보마케팅관련이지만 5년정도 상품기획쪽에서 일했었습니다!

한치앞을 모르는게 삶인 듯 해요 누구를 만나느냐가 가장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중...ㅎㅎ 글 잘읽었습니다 관광 참 매력적인 듯 해요!

매력적인 업종이죠^^ 다가오는 한 주도 화이팅입니다!

취미가 업이 되면 어떤 느낌인가요?

친숙하지만 취미는 취미. 일은 일이라는 걸 명확히 구분짓게 만들어주죠^^

Coin Marketplace

STEEM 0.05
TRX 0.33
JST 0.075
BTC 65675.87
ETH 1844.54
USDT 1.00
SBD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