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in #venti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작가 김작가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글은
@venti님의 이벤트로 추억을 회상해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지금의 제가 여행을 업으로 살아가게끔 해준 하루의 이야기 입니다.




전역 후 몇 달쯤 지났을 때였을까.
여느 때와 같이 새벽 늦도록 잠 못 이루고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는 날이었다.

잠을 잘 못 이루는 건 아무래도 다시 시작할 대학생활과
그 뒤에 다가올 취업에 대한 고민들이었던 것 같다.

밤이 더 깊어지는 줄 모르고 마우스 버튼만 클릭 거리다
우연히 가로수길 사진 하나가 눈에 잡혔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나무들이 빼곡히 이어진 길이었는데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그곳은 바로 담양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이었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지도 않았지만 컴퓨터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이과를 선택하고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조차 자의로 떠나본 적도 없던 내가,
가로수길 하나를 보기 위해 가방 하나 없이
갑자기 새벽 첫차에 몸을 실은 건 분명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지금, 당시를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가로수길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부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광주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을 더 달려 담양군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레 시작된 나 홀로 당일여행에서
계획이란 게 있을 턱이 있나.

그냥 가로수길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 보니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죽녹원에 잠시 들러
진한 숲 내음을 맡으며 콧바람을 쐬기도 하고,

햇살에 비추어 반짝이는 아름다운 영산강변 주위로
관방제림을 천천히 거닐기도 했다.

허기질 때쯤이면 눈앞에 보이는 칼국수집에 들어가 한 그릇 뚝딱 비웠다.
맛집인지 아닌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드디어 인터넷에서 보았던
사진의 주인공인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과 마주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이때부터였지 않았을까?

여행 전에 부푼 마음을 앉고 기대했던 관광지를 실제 두 눈으로 접하게 되면
부푼 기대감을 완벽히 충족시키진 못한다는 것을.



물론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의 벅찬 감동을 받을 때도 간혹 있다.
가로수길도 사진만큼 아름다웠던 건 사실이다.

다만 부산으로 돌아오는 막차에서 하루를 돌아보며 깨달은 건,
보고 싶었던 가로수길을 찾아와서 만족스러웠던 것보다
온전히 즉흥적인 행동 속에서
혼자만의 자유로운 감정에 온종일 빠졌던 크나 큰 기쁨이었다.

이렇게 끝난 짧은 시간의 하루는
지금까지 여행을 품고 살고 있는 나를 있게 해 준 불씨와 같은 날이었다.

나와 여행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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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글이 정말 몰입이 돼서 재밌게 읽었어요
혼자만의 자유로운 감정을 저도 느끼고 싶네요
다음주에 혼자 어디로라도 떠나봐야겠어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목적지가 어디라도 상관없답니다. 새해라고 달리는 것보다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죠^^

문환님의 글을 보니 여행이 다시가고싶네요 ㅎㅎ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D

저도 항상 좋은글 잘보고 있답니다:) 여행은 마음 먹으셨을때 떠나야하는 법! 잊지마세요^^

공감합니다^^
실제로 사진속 장소에 가면 감동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여행은 떠나는 이유는 예측할 수 없고 즉흥적인 상태에서의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고 즉흥적인 상태에서의 자유로움! 좋은 표현이십니다:) 여행은 반전의 연속이죠 ㅋ

멋진 글 잘보았습니다 ㅎㅎ불씨와같은 그날이 오늘날 문환님의 멋진 여행기들이 쓰여지게 해주었군요:)

아이쿠 감사합니다 ㅎㅎ 그날 입었던 옷과 신발, 모자, 가방과 지도, 손에 든 콜라캔까지 모조리 기억나는 하루입니다^^

저도 여행 진짜로 좋아하는데 작가님 글 읽어봐야겠어요!

진짜로 좋아하시면 앞으로 자주 봬요^^

글을 기본적으로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글로만 먹고 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이 부족합니다 ㅎ 그래서 메인은 가이드북입니다^^;

여행 가고 싶어지는 글을 쓰시는군요 ㅎㅎㅎ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봬요^^

시작이야기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ㅎㅎ
제가 지금 광주에 있어서 왠지 더욱~

아~! 광주에 계시는 군요. 제가 지금 광주에 있다면 주말에 순천과 담양, 여수를 한번씩 더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상과의 단절을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해요ㅎㅎ @munhwan 님처럼 보고싶은 풍경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여보는것도 좋겠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ㅎ

일상을 벗어나면 평소에 못보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죠. 안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밖에서 보듯이 말이죠^^ 저도 팔로우하고 들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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