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이 살아남는 법

in #kr7 years ago

나는 잘 웃고 또 왠만하면 사람들에게 다 맞추려고 하는 스타일이라서 진짜 너무(?) 성격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은 적도 있고 (내가 도대체 얼마나 연기를 했길래...)

아직도 내 행복을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는 좋은 게 좋다는 주의인데 내 얘기만 들어보면 대부분이 나를 좋아할 거 같지만 이러한 나도 적들이 꽤 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거의 한가지로 통일된다.

‘매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못마땅해하고 눈에 거슬려 한다는 것을 나는 살면서 발견했다..

나는 살면서 어떤 일에서든 필사적으로 죽기 살기로 노력해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국민학교)때 수학(산수?)은 부끄럽지만 양가집 규수였다(대부분 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부끄러워하며 그것을 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본 기억이 없다. 그냥 그것은 나한테는 안 맞아 하며 너무나 쉽게 포기하는 스타일이다.

아마 이렇게 노력 없이 인생을 거저 먹으려고 하는 성향은 아마도 우리 한량 아버지를 닮았을 것이다. 게으름도 유전이라 했다. 난 분명 내가 싫어하는 내 아버지를 닮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남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5rgve4

이렇게 한량으로 살아도 남들 하는 건 다 하며 인생을 무난하게 살아왔던 것은 고맙게도 항상 서포트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불쌍한(?)우리 엄마와 남편이다.

나는 사실 나의 화목하지 못 했던 가정환경 때문에 내가 많이 피해를 보고 살았다고 억울해했으나 나중에 인생을 돌아보니 나처럼 편히 산 사람도 드물 것 같았다. (아마 하는 일 없이 한량으로 사니 더더욱 생각이 많아져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가혹한 운명으로 나같은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나같은 여자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책임져 준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길바닥에 나앉았을 것이다.

황상민의 성격 상담소라는 책을 보니 나는 로맨티시스트형이라고 나왔는데 그 스타일은 혼자서는 딱 길바닥에 나앉기 좋은 스타일이라고 딱 정확하게 찝어주었다.

아무튼 노력하지 않고 되는 대로 인연 따라 편하게 살아왔으나 어릴 때 다 액땜을 한건지 뭔지 어찌됐건 내 예상보다 내가 더 잘 풀리는 것 같다.

나는 상사에게 혼나고 나서도 유유히 냉장고에 가서 나의 소중한 우유를 꺼내 먹으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었고 (너는 우유가 넘어가냐고 상사한테 한소리 들었지만)

나를 거슬리게 생각하는 상사와 사이가 안 좋아진 후 왠지 반항심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부러 식당에 가 아침을 아주 천천히 즐기며 먹은 뒤에 한시간 정도 회사에 늦게 가 그 상사를 더 열받게 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내가 착한 척 하면서 은근히 사람 열받게 하는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다)

김구라가 가장 처리하기 힘든 사람이 ‘착한데 일 못 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건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매일같이 혼나고 일 처리를 못 하는 무능력한 사원이었는데 글쓰기 세상에서는 나도 아주 무능력하지만은 않는 것 같아 나는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다.

여기만이 나를 받아준다.
여기는 우리 엄마와 남편 같은 존재다.

나는 내가 열심히 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한없이 너그러운데 매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에게 하듯이 아주 깐깐하고 완벽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과는 거리가 아주 먼 나를,노력과는 담을 쌓은 나를 보고 치를 떨며(?)못마땅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소리 할라치면 또 착한 척 하며 세상 환한 미소를 지으니 자기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내가 더 싫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동료와는 아주 잘 지내지만 상사와는 거의 원수처럼 지냈고 결혼을 하니 또 시월드에는 아주 거대한 시어머니라는 상사가 있었고 역시나 매우 열심히 살아오신 시월드 상사께서는 이 굴러들어온 한국산 한량이 맘에 들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한다.
나같은 사람은 솔직히 받아주기가 힘들 것이다.
글쓰기 세상과 같은 천국이 아닌 현실에서는 말이다.

이렇게 한량 기질을 버리지 못 하고 매우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나도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 천성인지 유전인지 모를 엄청난 몸에 밴 게으름은 잘 고쳐지지 않았고 솔직히 고치고 싶지도 않다. (고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법륜 스님의 강연에서 바로 이거야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이야기인즉슨,

법륜 스님이 예전에 절에서 예전에 거지 생활을 하던 어떤 사람과 같이 둘이 일을 하고 있는데, 똥양동이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갔다 하는데 법륜스님은 양동이를 가득 채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데 그 거지 생활을 했던 사람은 양동이에 아주 약간만 찰랑거리게 채워 아주 여유있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법륜 스님 왈: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게 뭐냐?
일을 하려면 좀 열심히 해야지!”

거지 생활 하던 사람 왈:

“너는 모른다. 주인들은 원래 아랫사람이 쉬는 꼴을 못 봐. 조금씩 끊임없이 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일 열심히 하다 내 몸 축나면 나만 손해지.”

법륜 스님은 나중에 지나고 보니 그 거지의 말이 정말 인생의 큰 진리를 담은 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넘치지 않게 자기 몸 축내지 않으면서 조금씩 끊임없이.. >

이것이 바로 강자들이 가득한 이 바쁜 세상에서 한량이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을 찾아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제일 행복한지는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후회없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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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selves 캠페인]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글을 올리시고
ourselves 테그를 달아 주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긴 젓가락으로 서로 먹여주는 천국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 함께 하실 분은 위 문장을 글 하단에 꼭 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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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나고 바로 마시는 소중한 우유..
일찍일어나 늦게가서 더열받게 하기..
넘 잼있네요
혹시 혼날때 딴생각하는 스킬도 만렙 아닌가요

맞아요. 저도 뉴비시절에 모닝님의 댓글과 보팅이 참 따뜻했고 감사했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스팀 바닥일때 더 주워서 모닝님이 제게 전해 주셨던 것 만큼 한번 전해 보고 싶은데 제 지금 파워도로는 제 글에 오시는 뉴비님들한테 다 눌러드릴려면 소액밖에는 안 되네요ㅜㅜ 두고 두고 아쉽네요~ ㅎㅎ

오!!!!!
모닝님 댓글 거의 일년만이네요~~~!!

우유 얘기 공개하길 잘했네요 ㅎㅎㅎ
모닝님을 재밌게 해드렸다니 너무나 뿌듯합니다 ㅎㅎ

그리고 언젠가 얘기해드리고 싶었는데 스팀잇 초기 무댓글 시절에
모닝님께서 저에게 종종 댓글을 남겨주셔서 그 기쁨에 지금까지 쭉
글을 써올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모닝님한테는 별거아닌 거였겠지만 저한테는 굉장한 기쁨이었습니다^^

지난 몇년만 해도 자기개발은 조금 더 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챌린지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제는 나만의 호흡을 찾아가야 한다는 삶의 방식을 찾으려고 하는 글을 자주 봅니다. 강자는 그 중간에서 세상의 흐름과 상관 없이 자신을 위한 발란스를 찾아가는 사람들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민트빌라님~

강자는 그 중간에서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신을 위한 발란스를 찾아가는 사람들 같다는 말씀이 너무나 와닿네요~~!!

지난 1년간 제몸이 축날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더니 결국 건강적신호가 오고 체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더군요. 그결과 과감하게 2달뒤에 퇴사해 3월부터는 쉬면서 운동을 해보려 합니다.
@megaspore 님과 제가 좋아하는 스팀잇을 하고, 운동도 하며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도 보는 한량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법륜스님이 일화가 담긴
이 글을 조금 더 빨리 읽었다면 몸이 축나기 전에 더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후회가 남습니다..

인조이님!
건강에 적신호가 오셨다니 ㅜㅜ
정말 퇴사 결정 잘 하셨어요!!

3월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그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면 재충전이 되서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오실거예요~~^^

법륜스님의 일화 참 인생의 진리가 담긴 것 같아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지금이라도 잘 결정하셨으니 이제부터 건강 관리하시면서 한량으로
사셔도 늦지 않았습니다!!! 응원합니다!!

megaspore님 제 인생모토가 적당히(?) 하자입니다.. 에너지를 평소에 100%소진하면서 살면 정작 필살기가 필요한 시기에 힘을 못낸다고 생각들어서... 평소 슬렁슬렁 70%만... 가끔 뭐 120% 쏟을 때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때 에요^^ 여튼 짧은 인생 너무 빡빡하게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일인 추가입니다!

맞아요~~ 로키님

너무나 짧기에 정말 느슨하게 매순간을 음미하며 살아야
가는 날 후회가 그나마 덜 할 것 같아요^^

메가스포어님!!!
여기 여기 "엄마와 신랑이 없었으면 길바닥에 나앉았을 사람" 또 있습니다 ㅋㅋㅋㅋ
저도 이 두사람의 도움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오늘부로 저도 메가스포어님 팬이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 이 글을 읽다보니 뭔가 모르게 메가스포어님께 친밀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너무 마음에 드는 문장입니다^^

레이헤이나님!!
저의 팬이 되어주시다니...!!!
팬 중에 저와 같은 류의 한량팬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엄마와 신랑...그리고 스팀잇은 저희에겐 천국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저희만의 방식으로 저희만의 행복을 찾아가봐요^^

“너는 모른다. 주인들은 원래 아랫사람이 쉬는 꼴을 못 봐. 조금씩 끊임없이 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일 열심히 하다 내 몸 축나면 나만 손해지.”

미친듯이 일하다가 문득 이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몸도 축 났었죠.
결국 퇴사하고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읭?) ㅎㅎㅎ

마스터트리님의 용기 있는 현명한 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ㅎㅎ 혹시 이미 찾으셨는데 아직 인식을 못한 것은 아닐까요? ㅎㅎ

저도 몸을 추리면서 일을 해야 할 텐데..

먼가 한번 꼳히면 거기에 몰빵 하는 그런 성격이라 ㅎㅎ

정말 사람이 계기가 없으면 잘 변하기 힘들더라구요 ㅎㅎ

저도 변하지 못해서 이러고 생긴대로 살고 있습니다 ㅎㅎ

이 새벽에, 글 올린지 1시간도 안됐는데 엄청난 댓글이.. 과연 우리의 별님!!

저도 한량입니다. 읽는 내내 누가 제얘기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ㅋㅋ 조금 해보다 포기하고, 조금 해보다 포기하고. 그러다 처음으로 정착하고 꾸준히 하던 것이 네이버 블로그인데, 그쪽세상은 너무 상업적으로 어지러워져서 현기증을 느끼려던 차에 스팀잇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솔한 자기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사람들은 그에 공감하고. 대화를 나누고. 보상으로 제법 쏠쏠한(?)스팀달라도 얻고. 위로받고. 제가 요즘 스팀잇에서만 생활하는 이유네요. 제가 찾은 행복이랄까요.

새벽에 메가스포어님 글을 보니 감수성이 차다못해 흘러넘치네요.

[난... ㄱ ㅏ끔... 눈물을 흘린 ㄷ ㅏ ...]

메가스포어님은 경험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많이 얻으신 것 같아요. 계속해서 마음을 담은 글, 부족한 저에게 깨달음을 주는 글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텔라님 유머에 이 새벽에 뿜어봅니다 ㅋㅋ

글에 마음은 담았지만 기교나 기술(?) 같은 것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스텔라님처럼 많은 분들이 글에 담긴 마음을 알아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스팀잇은 엄마와 남편입니다 ㅜㅜ

스팀잇 포에버...........(난데없는 스팀잇 애정표현)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행복의 기준은 참 다양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길을가다 마주치는 사람의 행복
이른아침 출근하러 지하철을 타는 가장의 행복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아이들의 행복
우리 주변에도 모든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지향점이 다르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남의 행복을 쫒아 달리면 주변을 살피지 못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을 찾아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제일 행복한지는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찾는것입니다.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비록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처럼
휘청거리더라도 바람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일어나는 갈대처럼
우리는 행복을 찾아가야합니다.
우리는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megaspore 님 글 잘읽었습니다.
스팀잇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 "섞여서 같이 살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임을 깨달았습니다.
낡은 인생의 상자에서 빛바랜 추억들을 꺼내놓는 마음으로
제 글을 써내려갈까합니다.
조금 더 빨리 섞일 수 있게, 제 블로그도 한 번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보입니다

터치하트님~~

"섞여서 같이 살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임을 깨달았습니다.
낡은 인생의 상자에서 빛바랜 추억들을 꺼내놓는 마음으로
제 글을 써내려갈까합니다.<- 이 말씀이 제가 스팀잇을 대하는 느낌과 아주 비슷하네요...!! 인상깊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자기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얘기해 봤자 본인이 행복하지 않고 싫으면 소용이 없을테니까요.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megaspore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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