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남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

in #kr7 years ago (edited)

나는 게으르다.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딱히 노력해본 일이 없다.
(수포자였지만 수학을 잘 하기 위해 한번도 노력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들은
(이루어내었다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인연에 따라 그렇게 되었다.
(중국어를 싫어했지만 매일 중국어를 하며 산다.
공부도 안 하면서 홍콩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노력하지 않았다. 경고문까지 집에 왔다.)

게으름 유전자가 있다고 책에서 봤다.
쥐를 실험했는데 몇대에 걸쳐 게으른 쥐는 후대도 게을렀다. (엄마 말씀으로 아빠가 게으르다고 했다. 난 분명 유전이다. 내 탓이 아니길..)

예전엔 게으른 나를 자책했다.
이런 내가 싫었고 노오력 하면 평범한 사람도 성공한다는
자기계발서를 수십권을 사들이며 그렇게 20대를 보냈다.

30대 중반이 되었다.
이젠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싶다.
이러다 죽겠지 싶다.
딱히 누구한테 크게 피해주는건 아니니
죄책감은 안 갖고 싶다.

게으르니 나의 하루를 잘 조정해야 한다.
게을러서 못하는게 (느리게 하는게) 많은 만큼
진짜 좋아하는 진짜 중요한 일만 해야 한다.

우선 순위가 나에겐 필수이다.

우선, 시간이 없으니 (하루종일 아기를 쫓아다녀야 한다)
사람들을 덜 만나야 한다. 중요한 사람(남편)만 만난다.
중요한 사람(엄마&친언니)과만 통화한다.

시간이 없으니 화장을 안 한다.
옷은 위아래 트레이닝복 아니면 원피스다.
(원피스는 위아래 맞출 필요 없어 시간절약이다)
가장 중요한 일(아기 이유식) 위주로 하고 그 다음 중요한 일(글쓰기&독서&산책)을 한다.
필요하지만 아주 중요하지는 않은 일 (집안 정리)은
시간이 되면 한다.(시간은 항상 되지 않는다)

게을러서 옷도 항상 신경쓰지 못하고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일회용 렌즈가 있는데도) 나는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이 더
불만이다. 머리가 부시시하다. 옷은 이거 입으니 더 좋다는 둥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괜찮지 않다.

나는 이대로 행복한데 주위에선 넌 이대로는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주입시킨다.
이렇게 하면 더 행복할거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은 다르다.

하지만 다른 사람 역시 본인 기준으로 나에게 행복의 기준을 얘기하기에 그 사람 기준에선 나에게 진실을 얘기한거다.
날 생각해준거다. (별로 고맙진 않다..)

언제쯤 되면 나는 내 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오로지
나의 영혼으로 내 삶을 꾸려갈 수 있는걸까?

아직은 어려서 (30 중반) 다른 사람의 간섭
(그 사람의 입장에선 조언)을 들어야 하는 걸까?
60,70 아니 90쯤 되면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 없을테니
그때쯤엔 온전히 내 뜻대로 살 수 있나?

내 인생인데..
내가 누구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여기 저기서 태클이 들어온다.
이건 이래서 아니고 저건 저래서 아니야...

넌 이래야 행복할거야...
널 위해 하는 말이야...

휴...

어제 산 책에서 본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구절,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울 쟁, 얻을 취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다.

자유는 쉽지 않다.

싸워서 얻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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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이 살아남는 법
에서 주신 링크타고 왔습니다.

님은 자신을 파악하시는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계획적으로 사시는 걸 보면서

삶은 열심히 살기보다는 요령껏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투쟁하며 사는 삶
싫지 않다고 봅니다.

잘 보고 가요

신도자님!
제 예전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아요!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요령껏 살아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듯 어떤 식으로든 자기 행복을 찾으면 되는 것 같네요^^ 투쟁해서 모두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합니다

@megaspore
우선 뭐라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글 읽고 솔직한 심정으로 댓글 다니까요.

글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특히 한마디 던지고 괄호치고 혼자 독백하듯 쓰신 내용에 속칭 빵빵 터졌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고 대단한 표현을 사용하지도 않고 글을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도록 썼을까 라고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글 한 편을 읽자마자 손이 스르륵 가서 풀 보팅을 하게 되었네요 ^^

지금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는 제 아내도 내내 힘들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걸 표현해주신 걸 읽고 재미있다고 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힘 내시기 바랍니다.
모든 엄마는 정말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위대한 일을 오늘도 행하시고 계심에 감사드립니다.

우와... 너무나 과찬의 말씀에 방방뛰다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 같네요~~~~ㅎㅎㅎㅎㅎ
부족한 글을 너무나 재밌게 읽어주시고 이렇게 저에게 힘을 주셔서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자제분이 벌써 중학생이 되셨군요! 아이를 키우기까지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셨을지 새삼 모든 부모님들이 위대해 보입니다~~ 과찬의 말씀, 격려의 말씀 마음에 쿵쿵 와닿았습니다~~~ 언제쯤 제가 하늘에서 내려올 수 있을지 날아갈 듯한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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