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내 글쓰기 곳간 스티밋과 글쓰기의 기쁨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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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쓴 글을 올리는 첫 번째 통로는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에 먼저 올린 글을, 다른 SNS로 옮겨 싣곤 했다. 지금은 그것이 바뀌었다. 쓴 글을 첫 번째로 게시하는 통로는 이곳 스티밋이다. 스티밋에 올린 여러 글들 중 어떤 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하고, 어떤 글은 손을 봐서 신문 칼럼으로 기고한다. 거의 매일 글을 쓰는 이곳이 내 글의 곳간인 것이다.

 올해 초, 우리 지역의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을 때 몇몇 지인들이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칼럼을 쓴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지 물어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스티밋에 글을 올리던 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 ‘전 스티밋에 매일 글을 쓰고 있어요. 한 달에 한 편쯤은 껌이죠.’ 라고 덧붙였다. 칼럼이 됐든, 에세이가 됐든, 1일 1포스팅을 하는 사람에게 한두 편 글을 기고하는 것이 부담될 리가 없다. 스티밋은 나의 글쓰기 내공을 이렇게 단련시켜주었다. 예전엔 일주일에 글 한 편 쓸 수 있는 잉크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젠 내게 시간과 여유만 주어진다면 매일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잉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스티밋은 글 쓰는 사람에게 최고의 훈련장이자 실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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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밋을 하고부터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내 글을 읽고 좋아해주던 페친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자주 글을 올리지도 못하고, 소통하는 것도 뜸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스티밋에서 쓴 글을 페이스북에 옮겨 실을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스티밋에 올렸던 에세이, ‘아기 띠를 하고 서점에 간다는 것’을 어제 페이스북에 옮겨 실었다. 페친인 현직 소설가 한 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 에세이에 댓글을 달아주셨다. 글이 마음에 든다고 자신의 장편 소설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꾸준히 발표하는 작품마다 출판이 되는 진짜 소설가다. 와, 이런 일이! 주소를 적어달라고 하기에, 감사를 표하고 적어드렸다. 며칠 내에 소설가가 직접 보낸 책 택배를 받게 될 것이다. 조만간 그 책의 리뷰를 싣게 될 거다.

 그러고 보면, 매번 나의 글쓰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공간은 페이스북이었다.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게 된 것도 내 글을 좋아하던 페친 중 한 명이 마침 칼럼 필진을 찾고 있던 신문사에 나를 추천해주었기 때문이고, 이곳 스티밋에 입성하게 된 것도 페이스북에서 내 글을 보던 페친의 안내가 있었다. 다음엔 또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되고 설렌다. 다음에 있을 새로운 전기는 이곳, 스티밋에서 만들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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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어머니에게 카톡 메시지가 온다. 어머니는 이번 달 칼럼은 실렸니, 하시며 링크를 보내달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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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신문사이긴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간지를 발행하는 그 신문사에선 내 글들을 보고 연락을 해주었다. 비록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담당 기자에게 칼럼 제의를 받았을 때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세 번째 칼럼이 나오는 이 시점에 내가 느낀 기쁨은 처음만 못해졌지만, 어머니가 느끼는 기쁨의 강도는 더 커지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다섯 자매 중 맏이이다. 이모부들은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 사장, 공기업 고위직 등으로, 어머니의 형제들은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이 살고 있다. 반면에 맏이인 어머니는, 남편을 잘 못 만난 탓에 (어머니의 한탄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팩트이기도 하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삶을 살아오셨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아버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서 독립된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나의 고교 시절에 사업 부도를 맞게 되었다. 그 이후의 삶은 우리가 흔히 보던 드라마의 장면들처럼 전개되었다.

 아버진 끝내 재기하지 못하셨고, 어머니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모들의 가정을 보며 왠지 모를 위축감을 느끼셨을 것이다. 내가 뒤늦게 교사가 된 것이 어머니에겐 위축감과 비교 의식을 조금 덜어낼 수 있는 희소식이었고, 내가 지역 신문에 칼럼을 싣게 된 것도 그것과 맥을 같이 하는 기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매번 내가 쓴 칼럼이 나올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느라 바쁘실 것이다. 어쩌면, 내가 쓴 글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어머니가 들이미는 글을 억지로 읽고 미소를 보일지도 모르겠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내 글이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 난 희열을 느끼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글쓰기가 어머니를 기쁘게 한다는 사실에 또 다른 종류의 뿌듯함을 느낀다. 기울어진 가문을 일으키거나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나와 내 글이 어머니의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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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년,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 아무런 금전적인 보상도 없었지만 순수한 기쁨을 누렸었다. 지금처럼 앉기만 하면 글을 쓰던 시절이 아니었고, 생활하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글을 썼기에 한 달에 두 세 편정도의 에세이를 올릴 수 있었다. 지인이면서 페친인 분들과 또 일면식도 없지만 페친인 분들이 내 글을 보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줄 때 사는 재미를 느꼈달까. ‘좋아요’가 많이 달리지 않아도, 내가 내 글의 독자가 되어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즐거워하곤 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스티밋은 어쩌면 내가 꿈꾸어 오던, 내게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매일 나를 다그치고, 보상을 주며 동기부여를 해준다.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공간이지만, 아주 가끔씩은, 느긋하고 소박하게 글을 올리며 소소한 기쁨을 맛보며 지내던 예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아주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다. 그럼 스티밋을 모르던 그때로 돌아가면 좋겠냐고 물으면, 당연히 노! 다. 난 이곳이 좋고, 이곳에서 만난 정겨운 이웃들이 좋다.

 내 글쓰기 항로가 또 어디를 향할지, 어떤 전기가 마련될지 알 수 없으나 스티밋은 내 글쓰기 인생에서 가장 큰 격변이 일어난 곳으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도 글쓰기를 통해 이만한 기쁨을 준 곳을, 이만한 글쓰기 동지들이 있는 곳을 또 찾기는 어려울 테니.


선물 드립니다!

soyo님이 진행하는 zzoya님 일러스트 상품 판매 프로젝트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C세트 (4.5스달)를 하나 더 구입했습니다. 선물 드리려구요.

갖고 싶은데 스달이 없어 구입하지 못하시거나, 걍 선물 받고 싶은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저에게 주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세요!


대문이미지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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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선물도 하시고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이만한 글쓰기 동지들이 있는 곳을 또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씀, 너무 공감해요!그것이 제가 이곳에 계속 남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동지들이 있어서 스팀잇이 좋아요. :-)

네 동지이자, 정겨운 이웃들이죠. 서로의 글에 공감하고 반응해주고, 박수 쳐주는 멋진 분들 때문에 이곳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스팀잇에서 또다른 글쓰는 세계를공간을 응원합니다

네 수란님의 글쓰기도 응원하겠습니다.^^

글을 쓸 일이 줄어드는 요즘. 이 공간이 전환점이 되어 어떤 내용의 글이든 쓰면 쓸 수록 실력이 늘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들르겠습니다~

네 스트레이트님, 쓸수록 늘어나는 글쓰기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자주 뵈어요.ㅎㅎ

생김새도 말투도 억양도 모르는 이들앞에 깊은 속내를 드러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상에서 대면하는 가까운이들보다 더 깊은 속내를 드러내고 나누는 순간이 있다고까지 느끼는 걸 보면 스팀잇은 요물임에 틀림없어 보여요^^
그러니 스팀 스달 가즈앗?
쏠메이트님을 만나서 몹시 반갑고 기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새벽이네요~ 나날이 글쓰기에 몰입하는 즐거움 누리시고 오래오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네 맞아요. 일면식도 없는 이웃들인데도 이렇게 정겨울 수가 있을까요. 류이님도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이 스티밋이 주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ㅎ
그나저나 안주무세요? 전 아이 재우고 글쓸 시간이 지금 뿐이라, 내일은 생각 않고 막 달리고 있네요.ㅋ 저도 류이님을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입니다. 이곳에서 쭉 함께 걸어요.^^

틈틈이 책 보는 중이에요.ㅎㅎ 함께 지내는 막내녀석이 오늘 아픈 가정사를 좀 꺼내놔서 이런저런 얘기 좀 나눴는데 맘이 좋지 않네요. 집중도가 떨어져서 스팀잇 기웃거리며 꾸역꾸역 읽고 있는 중입니다!^^

와 새벽에 책 읽는 남자, 매력 쩝니다.ㅎㅎ 위에 글 내용에 선물 관련 내용 추가했는데 함 보세요. 류이님 요청하시면 보내드릴게요.^^

포스팅의 압박이 즐거운 독서로 이끄네요ㅋㅋ
앗! 저도 소요님 상품 신청하려던 참이었어요~
지난번 포스팅 보상이 과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스팀잇내에서 소진하려고 했거든요. 혹시 쏠메이트님 다음에 이벤트하시게 되면 미미한 스달이나마 조금 보태볼게요~ 전 이벤트 같은걸 일상에서도 잘 안해서요^^

ㅋㅋ 아이구 이벤트에 보태주신다니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언제 할진 모르겠지만요ㅋ 류이님도 구입 예정이셨군요.ㅎ 그럼 선물은 다른 분께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멋진 류이님!

맞아요. 글쓰기의 동기를 마구마구 불어넣어주는 곳이 스팀잇인것같아요 ㅎㅎ
쏠메님의 글을 스팀잇에서 볼 수있어 넘 행복한1인입니다 > <

저도 신농님의 글을 보고 교류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스팀잇에서 함께 장수해요ㅋㅋ

칼럼을 쓰고 계시는군요! 역시..!!
언제 한번 신문에 올리는 칼럼들도 소개해 주세요 :)

네 칼럼도 이곳에 먼저 올린 글을 손봐서 올리는 거라,
따로 올릴 필요는 없을 듯 해요.^^ 답이 늦었네요. 불금되세요! ㅎㅎ

어머니의 일상은 자식생각이죠
자식은 안그렇지만 ᆢ

네 맞습니다.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이죠.ㅎ

쏠메님은 자랑스러운 아들님이시군요.
그럴 것 같았어요.^^
얼마가 되었든 보상이 있다는 것이 스팀잇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죠. 전 걍 선물받고 싶어요 ㅎㅎ걍걍 ㅎ

자그마한 자랑이죠.ㅎㅎ
선물 신청하셨군요! 보니까, 제일 먼저 요청하신 것 같네요. 낙찰!
마담님께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신청 방법은 이따 알려드릴게요. 소요님에게 신청해야 하는 거라.^^

꺄~아~~~ㅎ 이건 꿈인가요???
쪼아님의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이 들어있는 C셋트 갖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와, 넘넘 기뻐요.^^
진심 감사 드려요. 쏠메님~
봄이 되면 스팀잇 에코백 살랑살랑 들고 다닐 거예요. ㅎㅎ
아이, 좋아라 ㅎ
기분이 하늘까지 업보팅됐어요.^^

마담님, 좋아하시니 기분 좋네요.ㅎㅎ
소요님의 이벤트 페이지에서 주문 신청하세요.^^
제가 마담님께 1세트 선물하는 거라고 댓글로 올리면 될 것 같네요. ㅎ

주문 신청했어요.^^
쏠메님, 감사드리구요.
덕분에 행복한 마음이 되었어요.ㅎ
쏠메님도 즐겁고 의미있는 주말 보내세요. ^^

스티밋 참으로 소중한 공간이죠.. 동감합니다.멋진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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