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PEN클럽 공모전 심사 후기] 축제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78마디 (2/2)
다시 이틀 동안 남은 일기들(41~78번)을 읽고 감상평을 달아봅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는 줄 수 없지만, 제가 줄 수 있는 문장 하나로 모든 일기의 저자들에게 작은 성의를 보이려 합니다. 이걸로 제1회 펜클럽 공모전 심사의 기억은 마음에서 훌훌 털어냅니다.
78개의 기록에 건네는 한 마디(41~78번 일기)
41. 농구쟁이 / @bookkeeper
“치열한 육아의 현장에서 유유히 빠져 나가 농구를 하는 남편에 대한 폭로. 당장이라도 쫓아낼 것 같이 말하는데, 어째서 애정이 느껴지지?”
42. 전지적 을 시점 / @emotionalp
“갑이여, 당신의 워딩은 명민한 을에게 분석되고 있다. 교묘하게 상대를 억압하고 원하는 걸 얻는 방식은 이미 탄로 났으니.”
43. 오남매 육아 일기 / @leeja19
“다섯 아이는 모두 다른 매력으로 반짝거린다. 아이 매력 분석의 최고 권위자인, 아이 엄마에게 듣다.”
44.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 @kiwifi
“아스라한 유년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정서=반려견이 주인을 기억하는 방식? 마지막 세 문단의 작은 반전.”
45. 난 일기를 쓸 생각은 없었다 / @newiz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준비하는 남자의 상념. 환경이 바뀌어도 ‘공허함’은 모습을 바꿔 지속된다.”
46. 스팀잇에 대한 다양한 생각 / @gidung
“일상의 신선함을 추구하려 들어온 스티밋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47. 전국 일기자랑 / @sanscrist
“가장 긴 문단은 무슨 글을 쓸까하며 나열한 일기 주제들. 의식의 흐름의 끝판왕.”
48. 뒤늦게 받은 @rbaggo님의 선물 / @greenswell
“이벤트 당첨된 초콜릿을 바로 받아보았다면 쓰지 않았을 이야기.”
49. 나의 남성 편력 / @ab7b13
“적나라한 자기 고백은 일기의 꽃. 충격적인 인트로는 꿈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입이 벌어지는 서스펜스로 독자를 얼려버린다.”
50. 두번의 이사하는 날 / @mimistar
“세입자는 집주인이 치사하다. 땡빚을 내서 내 집을 사는 이유.”
51. 내 기억 속의 시詩를 찾아서 / @dj-on-steem
“어렴풋이 생각나는 시 하나를 찾아내는 과정. 혼탁해진 기억은 그 시를 다른 시로 탈바꿈시켰다.”
52. 머리하던 날 / @perspector
“늘 하던 이발도 글로 묘사해보면 신선할 수 있다. 이발에 관한 미시적 기록.”
53. 유통기한이 지난 차를 마시면서: 일기에 대한 일기 / @qrwerq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위해, 녹차라떼 스틱으로 운을 떼는 노련함. 이런 맛을 내는 일기는 유통기한이 길다.”
54. 곡비哭婢,,,,,생의 배웅 / @sunghaw
“화자는 대신 울어주는 ‘곡비’를 얘기했지만, 즉시성을 갖고 삶을 대면하는 ‘나’ 앞에 천천히 삶의 결을 읽어 언어를 재단하는 ‘언비’가 있는 건 아닐는지. 일기로 위장했지만 이것은 시다.”
55. 동생 M에게 건네는 편지 / @agood
“동생을 위로하는 편지. 진짜 위로는 이런 언니(누나)가 있다는 것.”
56. 새벽에 애 낳는 남자 / @tata1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조용필 노랫말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중년 남자는 매일 시트콤을 찍는다. 그 시트콤은 묘하게 여운이 길다.”
57. 야속한 로또 외 / @amukae88
“6번) 공감 가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댓글로 충분하다는 번호 일기의 장점을 설파함. 이 말에 따라 여기까지만.”
58. 딸부잣집 넷째딸 / @edwardcha888
“옛 드라마 <아들과 딸>의 후남이와 종말이가 생각나는 글. 이 가족은 이 드라마를 함께 모여 보았을까.”
59.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 사이에서 / @grapher
“‘돈’ 앞에서 우정은 때때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씁쓸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 끄덕.”
60. 내 안의 그늘그늘한 그늘들 / @lekang
“남자는 그늘과 싸우겠다고 결의하지만, 그늘 없는 글이 아름다울 리가 없다는 걸 남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남자의 기쁨에게 2년간 먹이를 줬다는 존재는 누굴까.”
61. 1등 발표의 순간이네요 / @zzing
“고뇌하고 절망하던 플랑크톤은 그렇게 춤추는 멸치가 된다.”
62. 새로운 시작 - "은퇴비자 받는 날" / @kimsungmin
“끝을 앞둔 사람의 지나온 길은, 때론 촉촉한 빗길로, 때론 건조한 흙길로,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끈다.”
63. 2017년 12월 30일과 2018년 4월 29일의 일기 / @lilylee
“잘 살겠다고 다짐한 옛 일기를 보며 오늘의 일기에 다시 다짐한다. 어쩌면 일기는 이루지 못할 것을 반복적으로 다짐하는 기록일지도.”
64. 2018년 나에게 4월은 死月이었다 / @mooyeobpark
“당혹스러운 난관은 끊임이 없고, 이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삶의 과정. 해결 안 되는 문제는 다음 달로 패스하고, 로또 당첨 상상으로 으쌰 하는 관록.”
65. 소외감에 익숙해는 법 / @chocolate1st
“서운하지만 ‘소외’에 함몰되지 않고, 두 주먹 불끈 쥔다.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66. 4월 일기 / @mimitravel
“아이의 성장은 나를 비추는 거울. 티는 안 나겠지만 엄마도 계속 자라고 있단다.”
67. 내 그릇은 작지만 쓸모 있고 싶다 / @floridasnail
“모든 그릇이 크기만 하면 만두 먹을 때 간장은 어디에 담으라고요? 설거지를 싫어하는 여자가 ‘그릇’으로부터 얻은 통찰.”
68. 2018년 봄, 나에게로 떠나는 하루 / @madamf
“오픈카 대신 굴착기를 타고 떠난 여행. 한없이 내면을 파고 들어가다 터널에 적힌 글씨를 발견. 나는 아프다. 고로 나는 쓴다.”
69. 심플이라고 하는 것 _ To Be Simple / @aaronhong
“Better Life를 목적으로 하는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는데 필요한 한 가지. 결코 심플하지 않은 생각!”
70. 영국인과 요리사가 나오는 일기 / @springfield
“영국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의 일기에 영국식 유머가 보인다. 일기 장인의 미덕 중 하나.”
71. 남미여행이 내게 준 것 / @juheepark
“여행을 떠나 있는 동안엔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은 본편이 아니니까.”
72. 벼락치기 일기숙제 / @daegu
“일기 쓰기는 방해꾼을 해결하고 유혹을 떨쳐야 이룰 수 있는 과업이다. 애 딸린 착실한 남자에게는.”
73. 봄나들이 / @snuff12
“알록달록 꽃의 봄 뒤에 가려진, 잎과 줄기의 연녹색 봄에 대한 찬사.”
74. 나 혼자 산다 / @jamieinthedark
“혼자 사는 일상에 대한 만족감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향한 연민. 결혼을 앞둔 친구도 혼자 사는 친구를 향한 연민으로 침대에서 똑같은 일기를 쓸지도.”
75. 손, 내밀어 / @teagarden
“편지로도 느껴지는 밀당 고수의 풍모. 마지막 한 줄은 밀당의 절정을 보여준다.”
76.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 @cowboybebop
“원고지, 빅맥세트, 교육센터의 정원은 화자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지만, 그 곁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고단하다. 잘 정돈된 구성.”
77. 분식집에서 있었던 일 / @bellsound
“분식집에서 평범한 돈까스를 먹는 일도 1500자의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다.”
78. 공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와라 / @keydon
“때때로 그리운 공포체험담. 대학 엠티, 비오는 날 친구들 모임에선 불스원샷 같은 윤활유.”
P.S.
아이 활동량이 많은 날이면, 아 오늘은 좀 일찍 잠들겠는걸? 하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런 날은 대부분 아이가 일찍 잠듭니다. 여기서 함정은, 아이가 활동할 때 아빠 역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로 제게도 잠이 쏟아집니다. 아이를 일찍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원대한 바람은 여기서 어그러집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버티기엔 너무 힘겨운 밤입니다. 이제 마무리 했으니, 잡시다.
두근두근하면서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ㅎ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대성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가치에 대한 부분도 참 공감가고 좋았습니다. 짧은 문장에 담다보니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아쉽네요^^ 감사합니다ㅎ
꾸욱
감사해요. ㅎ
이렇게 다시한번 언급되니 기분이 좋네요.^^ 감상평 감사합니다!!
네 좋은 글로 지원해주셔셔 감사합니다. ^^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
보람찬 작업이었습니다. 감사해요^^
의식의 흐름의 끝판왕이나, 공모전의 끝판왕은 되지 못했습니다. 의식의 흐름의 끝판왕이라도 하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ㅎ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는 법이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별 것 아닌 일기로 시간을 뺏은 건 죄송하지만, 일기 백일장에 제출할 숙제를 하는 시간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숙제가 즐거웠다면 정말 의미있는 일이죠^^ 아빠로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ㅋ
마저 이렇게 다 정리해 주시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한 글 한 글 마음쓰신 솔메님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문득 솔메님 반 학생들이 너무너무 행복할 거 같은 생각도 살짝 듭니다. 이렇게 마음 써 주시니 너무 든든하고 좋아요~~ ^^~ 헤헤~ ^^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솔메님.
요새 해피서클님의 글을 통 못봤네요^^ 공모전은 끝났지만 해피서클님의 장기인 진솔한 일기 곧 볼 수 있길 바래요ㅎㅎ
나름의 정성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간의 시작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해요.
이 많은 분량을 정리 하시다니요.
덕분에 더 잘봤어요~감사합니다^^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즐겁게 정리했습니다ㅎ
“고뇌하고 절망하던 플랑크톤은 그렇게 춤추는 멸치가 된다.”
ㅎㅎㅎ 멸치....ㅎㅎㅎㅎ
감상평 잘보고갑니다^^
많은 스티미언들이 이곳에서 느꼈을 법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ㅎ
사실 전혀 연민은 담지 않았고...일기의 주제도 만족이 아니라 생활과 내면의 괴리, 그리고 친구와의 주제도 거리(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전화가 와도 거리를 중시하며 웃어넘기는), 대주제는 역시 시종일관 거리였죠. 댓글 다신 분들은 이해하신 듯 했는데 많은 참가작에 좀 이해가 잘못 된듯한 감이 있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ㅎㅎ 고생하셨을 듯ㅠ
아이쿠 오독이었나요.ㅎ;;그래서 작가와의 대화가 필요한 법이죠. 짧은 문장에 객관적인 요약이 아니라 순전히 제가 느낀 주관을 담았으니,, 쓰는 사람이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부분을 확대해 볼 수도 있고, 쓸 때 의도하지 않은 감정을 맘대로 느낄 수도 있음을 이해해주세요^^
결혼 앞둔 친구를 자유를 잃기 직전의 상태로 묘사한 걸 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나보다,고 생각했어요.
넵 사실 사랑이나 결혼이란 거는 독자 본인의 생각에 따라서 화자의 시선이 달리 보이니깐요. 아마 좀더 제 시니컬함에 가깝거나 미혼인 분들이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아, 글에서 제가 제대로 읽은 건 하나 있네요! 제이미님의 시니컬함^^ 그런 시니컬함은 비슷한 처지의 분들에겐 사이다가 되지요.
잘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