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한 토론이니 제대로 마쳐봅시다

in #kr7 years ago

토론이란 서로 구미에 맞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토론이란 공격의 장도 아닙니다. 자신의 입장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는 타인의 입장을 대할 때도 같습니다. 타인의 입장에 대해 논할 때도 '타인'의 입장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논의를 진행해야 공공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토론의 목표가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합의에 도달하는 문제라면 우리가 굳이 남을 속여가면서 논의를 진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정보를 열어두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논리를 동원해야 합니다. 내 입장이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최대한 합의를 볼 수 있는 결과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이는 우리들의 문제이며 동시에 앞으로 스팀잇에 올 모든 이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의 합의가 어설픈 논의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후발주자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합니다. 계속해서 논쟁의 연속일 것이며 이는 결국 많은 구성원의 이탈, 분열을 조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치열하게 부딪친 결과가 합의와 그 합의에서 나온 규범이라면 그 탄탄한 논리를 쉽게 파고들 수 없을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토론을 제안하신 @Marginshort 님이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말씀하신 이유에 대해 짐작가는 바가 있습니다.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심각하게 바르지 못한 몇몇 분들의 댓글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스팀잇에 올 모든 후발주자에게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며 그들에게 kr 커뮤니티의 합의는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며 커뮤니티 대다수 일원들이평판, 스팀파워를 떠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결과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적 소모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앞으로는 지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번 글에 앞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훨씬 논의가 빠를 것입니다. 저 글에서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던 부분과 다른 분들의 의견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진숏님께서는 토론의 주제를 스달깡과 셀프보팅으로 두었지만, 이에 대한 반감이 형성된 것은 작가의 박탈감부터 뉴비의 진입장벽까지 다양한 이슈가 엮여있습니다. 따라서 스팀잇 플랫폼의 발전과 관계 있을 이야기는 스달깡과 셀프보팅에 국한하지 않고 두루 다루겠으니 양해 바랍니다.

환급서비스가 앞으로 스팀잇이 거대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나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지만 지금은 과도기적 상태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혼재하는게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은 다릅니다. "이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이어지는건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그걸 실제로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단, 긍정적으로 아이디어를 지켜볼 때도 실행과 아이디어를 분리하여야 하듯 비판적으로 볼 때도 이를 분리해서 보아야합니다. 아무리 부작용이 많을 아이디어라 하여도 아이디어의 발의자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의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셀프보팅, 스팀깡 등의 서비스들이 많아야 투자자들이 동기가 생기지 않겠냐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주식을 가지고 있어봐야 대부분 쥐꼬리만한 배당금이 전부이며 주가의 상승만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윤을 제공합니다. 그렇다고 주식을 살 동기가 없다고 하지 않습니다. 스팀잇에서만 특별한 보상(이미 큐레이션 리워드가 있음에도)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까? 게다가 지금도 스팀파워가 높은 이들의 글에는 이목이 집중됩니다. 그들의 눈에 드는 것이 보상을 높힐 수 있는 길이기에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분명 지금도 스팀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보상 뿐 아니라 다양한 보상이 주어짐에도 추가적인 보상이 굳이 필요할까요? 심지어 투자자들의 동기를 챙겨준답시고 서비스를 제공하다가는 작가들이 다 떠나버릴텐데요.

다음은 스팀잇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 늘어나는 것이 플랫폼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하지만 환급으로 한 서비스는 지난 글에서도 썼으며, 이번 글에서도 거듭 말씀드리듯 부작용이 상당하기에 지지할 수 없습니다. 스팀달러를 이용한 물품의 판매와 환급서비스를 구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짤막하게 밝혔지만 지난 글을 읽지 않으셨을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과 예시를 통해 스팀잇을 기반으로 한 사업의 이점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스팀잇을 기반으로 한 사업은 다양한 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사업의 아이디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전반, 실제 시행할 때 해당 사업에 관심은 없음에도 그러한 활동을 지지한다는 의사 그 모두에게서 금전적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집에 남는 방이 있는데 이를 여행 목적으로 임대하겠다는 분이 계시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여기서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관심도를 표현하며 사업을 구체화하고 실제로 실행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사업자는 계속해서 임대할 방을 꾸미는 과정, 임대를 위한 공고, 서비스 이용자와의 만남, 후기까지도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하여도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팀잇은 정말로 획기적인 사업의 기회가 있는 플랫폼입니다. 아이디어를 곧바로 대중에게 내비쳐 보상을 얻고, 중간업자 없이 소비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으며,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사업의 시행, 심지어 폐업까지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다른 어디에 있습니까? 한편 소비자는 방에서 머문 소감, 서비스 공급자와의 만남을 포스팅해서도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스팀잇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에서 소비자와 공급자 양측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며, 공급자가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기반입니다. 셀프보팅에 지나지 않는 환급서비스가 없어도 충분히 공급자는 자신의 생산물의 가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용자풀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잠재적 소비자가 존재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이 매력적으로 다가가야합니다. 뉴비들께서 실망하고 하시는 말씀 중 '글만 쓰고도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씀 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습니다. 평생 글을 쓰고 살아온 이들에게 글이라는 단어는 도저히 '만'과 결합할 수 없습니다. 출판을 해도 모자라지 않을 글들을 쓰시던 분들은 투덜거리지도 않고 떠나갑니다. 도저히 투덜거릴 기운도 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쓸 때 조회수 수천, 수만에 댓글도 수백개씩 받던 사람들이 조회수 5, 댓글0 앞에서 어떤 감정을 가질까요? 환급 서비스가 확대되면 세계적인 작가, 학자, 화가 등도 스팀잇에서는 보상 한푼 받기 힘들지 모릅니다.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긴 하죠. 이들은 자본이 있어 자신에 대한 셀프보팅으로 리스크를 파괴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훨씬 낮은 수수료로 환급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환급 서비스가 아무리 확대되어도 계속해서 공공선을 위해 노력하실 분들이 계시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 하였습니다. 이들조차도 무너질 수 있으니, 이들마저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합니다. "Who watches the watchmen(누가 감시하는 자들을 감시하는가)?"이라는 대사가 생각납니다. 스팀잇 공공선의 수호자들은 누가 수호할까요?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kr 커뮤니티로 거듭납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앵무새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미에 맞는 글에 공감하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게 아닙니다. 반대되는 입장을 찾아 읽고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합시다. 치열하게 논리를 가다듬어 내세웁시다. 대신 입장이 다르다 하여 상대측의 논리를 이해하지도 않고 반감을 지니지 말고 오히려 자신이 지지하는게 상대 입장이라 여기고 글을 읽읍시다. 그게 토론의 장을 열어주신 @marginshort 님께 감사를 표하는 방식이며, 앞으로 스팀잇에 올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길이며, 우리가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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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좋은 내용감사합니다

일단 선보팅했지만ㅎㅎ; 사실 스달깡에 대해서 오늘 대략 1시간전에 처음 알게 되어서 이게 뭔 말이지?? 하고 찾아보는 중입니다. 일단 마진쇼트님이랑 그외 다른 분들 글도 읽어보고 판단을 해야겠습니다. 앞부분 토론에 대해서 말하신건 99.98% 공감합니다. 음, 토론중 감정싸움이 생겼었나 보군요. 찾아보러 갑니다... 스팀잇 한지 두달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늅티를 벗지 못하는 저란 유저 ㅠㅠ

토론 내용의 찬반에 앞서 토론하는 자세에 대해 적시해주신 것은 귀감이 될 만합니다. 앞으로 나올 모든 토론 및 논쟁에서도 이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이전에는 스달깡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입장이랄 것도 없었지요. 이제서야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선의로 시작된 일이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용/남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kmlee 말씀처럼 치열하게 부딪혀 고래도, 뉴비도, 구성원 대부분이 납득할 만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kr-bookclub때도 그랬지만 @kmlee님의 글은 항상 논리정연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잘 드러내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토론 등에 임하는 자세도 존경스럽습니다.
스팀잇 또한 자본주의이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의견을 적극 표방하자는 태도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흐지부지 일단락된다면 앞으로의 토론에 참가하는 분들의 태도에도, 커뮤니티 분위기에도 악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토론에 참가하시는 분들 중 일부의 태도가 눈살이 찌푸려지긴 합니다. 분명히 이 점은 해결되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존중은 해 줘야 합니다.

저도 수면 아래로 묻히고, 소위 돌고래 이상급만의 사람들만이 말하는 토론이 아니라 모두가 토론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신 @marginshort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자도 빼지 않고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내용을 떠나 명문을 읽는 기쁨이 컸습니다.

자신/타인의 입장과 자기/타인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무리 부작용이 많을 아이디어라 하여도 아이디어의 발의자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대목 특히 공감합니다. 맹렬한 토론의 분위기는 환영받아 마땅하되 자신과 의견을 분리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좋은 글로 중재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토론은 전쟁이 아니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하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kmlee님?

그렇다면 @kmlee님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요즈음 회자되는 여러가지 스팀잇을 통한 사업거리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소비자인 스팀미언들의 다양한 논의를 통해
잘못된 방법이거나 유용성에서 뒤진다면 자연적으로 도퇴되리라는 생각때문입니다.
경제학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곳 스팀잇에서 '보이는 생각'으로 포스팅 되고 누르는 보팅으로 표현되라는 저의 생각때문입니다.

환급 서비스가 그 보이지 않는 손을 잡아 끌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히 도태될 수도 있겠지만 쉽게 걱정을 거두긴 힘드네요.

그렇게 되면 스팀잇 마을 사람들로부터 금융중재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스융감독원' ㅎㅎ

저처럼 완고한 인간도 하나쯤 있어야 더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시대의 양심, 시대의 거인은 항상 필요합니다.
이참에 스융감독원장으로 @kmlee님을 추대함이 어떨지...

금융전문가들이 이렇게 많은 스팀잇에서 제가 어찌... 아차. 토론글에서는 찬반에 대한 의견 아니면 댓글 남지기 않으려고 했는데 소철님의 페이스에 넘어갔습니다.

ㅎㅎㅎ 앗싸 성공했다~~~
내가 @kmlee님을 넘어뜨리다니 ㅎㅎ

그나저나...
결국 금융도 사람살아가는데 숟가락 얹은 이야기인데 뭐에 다르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kmlee님의 혜안이 부러울 뿐입니다.
사고를 깊게 하지 않는 체질인 완전 통문과 체질이라. ㅎㅎ

생각의 방향이 다른 것이죠. 저는 그냥 이런 쪽인거고 소철님은 소철님의 바향이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혜안이라니...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내일을 위해 자야겠습니다. 소철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에대해 이런 깊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셔서 저는 괜히 마음이 너~~~ 무 좋습니다. :)

마이해피서클님을 kmlee 발굴단으로 모셔야겠습니다 ㅎㅎ

ㅎㅎ 꺅!! 저는 영광입니다. >,< ㅎㅎ

헉! 그런데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신 건가요? 아... 벌써 3시가 넘었네요.. ^^ 여기 썸머 타임이 끝나서 ㅋㅋ 헤갈렸습니다.

2시에 일어났습니다 ㅎㅎ

와! 하루를 엄청 일찍 시작하시네요. ^^ 다른 사람들 잘 때 시작하는 하루네요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0^

감사합니다. 마이해피서클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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