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해야할 이야기; 우리의 보상은 한정되어있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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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주제에 대해 별 다른 포스트를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본 주제 뿐 아니라 스팀잇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이나 스팀잇 자체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 별 다른 포스트를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팀잇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제각각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모두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굳이 나서서 불편한 시각을 내비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나오는 고래와 뉴비를 구분하는 이분법도 굉장히 싫어합니다. 심지어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분의 글에 댓글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고래들만이 의견을 낼 수 있으며 고래들만이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글을 공격했습니다. 스팀파워, 명성, 팔로워 수와 관계 없이 개개인의 의견은 제각각입니다. 고래들이라는 통합된 주체가 있는게 아닙니다. 특히 많은 고래분들이 스팀잇에 실제로 자산을 투자한 사람들이며 자산을 투자한 것에서 멈추지 않고 플랫폼의 발전을 소망하는 사람들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이분법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구분법입니다. 하지만 침묵하는 사이, 정말로 많은 이들이 떠나갔습니다. 나 한 사람의 목소리로 떠나가는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침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맙니다.

사회질서의 관점에서 실질적인 적발가능성 또한 행위의 정당함만큼 중요합니다. 제도적으로 금한다 하여도 이를 예외 없이 적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공정하지 않습니다. 제도적으로 금지되었기에 개인의 양심에 따라 개인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행위를 스스로 멈추는 사람은 피해를 봅니다.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이라 항변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특정 행위를 제도적으로 금하기 이전에 공정하게 모든 이들을 적발하려는 노력이 수반되고, 그 노력에 따라 유의미한 적발률이 가능할 때, 제도는 가치를 지닙니다. 그래서 저는 단톡방, 외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담함보팅 등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삼지 않습니다. 스팀잇 한국 공동체에 완전한 익명성을 부여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 글이 마음에 들어서 그 글을 쓰는 저자의 글들에 일관적으로 보팅하는 것과 단톡방, 외부 커뮤니티를 통해 담합보팅을 하는 것은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잣대가 없다면 선량한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은 Randowhale과 같은 보팅봇입니다. 보팅봇이 가지는 스팀의 지분이 높아질 수록 일반 사용자들의 상대적 지분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스팀파워에서 창출되는 보팅의 액수는 이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따라서 공동체 전원, 내지 전원에 가까운 수가 동의할 수 있는 크리테리아를 지닌 것이 아닌 봇은 해당 봇의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이, 심지어 해당 봇의 행위에 동의하는 이들에게까지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전가할 수 있습니다.

셀프보팅 또한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셀프보터의 지분이 높아질 수록 비-셀프보터는 피해를 입습니다. 이는 포스트(텍스트 뿐 아니라 컨텐츠 전반을 포함)를 쓰는 이들에게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양질의 포스트를 즐기고 그러한 저자들에게 계속해서 창작을 이어갈 동기를 주기 위해 보팅을 행사하는 이들에게도 피해를 끼칩니다. 이는 토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댓글은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는 입장에서 행사하는 댓글 셀프보팅에 대해서는 찬반이 오갈 수 있겠지만 단순히 자유로운 보팅의 행사라는 관점에서 무작정 보팅파워를 자신에게 소모하는 행위는 전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다음은 환급서비스입니다. 환급서비스란 특정 포스트에서 보팅을 유도하고 그 모금액을 토대로 보터에게 일정액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이는 보터 중 특정 개인에게 일괄적으로 제공되기도 하고 개개인에게 나누기도 합니다. 이 서비스의 문제 또한 상기한 문제점들을 공유합니다. 서로 복수의 계정을 가지고 아무 의미도 없는 글에 서로 크로스보팅을 행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화된 세부 쟁점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의도가 선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에 찬성하는 입장 중 "뉴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가?"가 포함되어 있는만큼 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해당 서비스를 통해 수혜를 입은 뉴비들도 결국 간접적으로 피해(자신의 포스트에 대한 타인의 보팅파워의 실수령액의 약화)가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뉴비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이 그것 밖에 없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의도가 선하다 하여도 의적은 도적입니다. 심지어 선량한 피해자를 남긴다면 의도가 아무리 선하다 하여도 이는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스팀마켓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모두 윈윈한다며 좋은 의도임을 내세우지만 여전히 상기한 문제점을 품고 있습니다. 분명, 사기꾼도 기부를 하고 세금을 내곤 합니다.

이번엔 특히 스팀마켓과 관련한 쟁점입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얻는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입니다. 분명 경매의 형태를 띄고 있을 때는 재화의 가치를 보장 받지 못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스팀잇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간극이 좁다는 것입니다. 생산물을 제작하기 위해 자신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반 기술 내지 지식, 창작물을 제작하는 과정, 창작물을 스팀에 경매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의사, 실제로 경매에 내부치는 행위 모두가 보팅의 대상이 됩니다. 생산물을 구매할 생각이 하나도 없는 이들조차도 과정, 혹은 판매하려는 의도 모두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환급을 전제로 보팅을 유도하지 않아도 창작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은 자연스레 보팅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하고, 평생을 갈고 닦은 능력을 토대로 창작물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이들 또한 기회비용을 지닙니다. 만약 리스크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스팀잇에 포스트를 작성하는 모두가 환급서비스를 시행해야합니다. 그리고 마켓 공급자들은 이미 경매 시작가를 두어 리스크는 충분히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kr-market에 공산품들이 어떤 경로로 유입되어 유통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러한 행위가 정당하다면 도매업자들이 한국 공동체에 침투하는 것도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현물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공산품의 폭이 넓어질수록 외부 커뮤니티 등 모든 것을 동원하여 실 지불액을 줄이기 위해 서로 밀어주기가 만연할 것이며 낙찰액을 줄이기 위해 서로 순번을 정해 자신의 차례가 아닐 때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행태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냉장고 1, 냉장고 2, 냉장고 3, 냉장고 4 순으로 글을 써서 보팅액을 여러번 나누어 모금하여 환급하는 형태로 상대적으로 비싼 공산품도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통신사가 스달깡의 형태로 통신료를 감면, 환급해준다고 합시다. 이 경우 자신의 모든 보팅파워를 쏟아붓는다면 통신료가 무료를 넘어 오히려 이윤을 얻기도 할 것입니다. 통신사는 무료를 넘어 보상액을 소비자에게 전달하였지만 손해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윈윈이고 아무 문제 되지 않는 행위입니까? 아닙니다. 결국 돌고 돌아 무분별한 셀프보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공동체가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경쟁업체가 생기면 각 공급자들은 최대한 실지불액을 낮추어 소비자들을 유혹할 것입니다. 최대한 손해보지 않으며 실지불액을 낮추기 위해서는 충성고객이 필요합니다. 상대 공급자에게는 보팅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보팅하는 고객이 필요합니다.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서비스들을 우리 사회에도 존재하는 유통, 금융 서비스와 차이가 없다 하여 문제 없음을 주장은 논리적 오류를 띄고 있습니다. 타인을 지배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남은 것이 현생인류라 하여 그러한 행위가 윤리적 관점에서 옳다고 할 수 있습니까? 자본주의 하에서 필연이라 하여, 스팀잇에서 필연일 필요는 없으며 그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은 더욱 아닙니다. 보팅파워의 이같은 소모가 만연할 때 스팀이라는 코인이 가치를 지닐 수는 있어도, 그 누구도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을 가치 있다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질서가 무너질 때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 공권력이 완전히 무력화되면 한달간 강도, 살인사건이 몇건이나 일어날까요?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아무도 문제 삼을 수 없는 이익 앞에서 초연하기 힘듭니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복종실험, 짐바르도 필립의 스탠포드 죄수실험 등 많은 실험들이 인간의 양심과 이성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나약한 양심과 이성을 붙잡는 것이 제도와 질서입니다. 남이 아닌 자신의 양심과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어떠한 제도가 필요한가를 결정할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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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파워의 이같은 소모가 만연할 때 스팀이라는 코인이 가치를 지닐 수는 있어도, 그 누구도 스팀잇이라는 플랫폼을 가치 있다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신것에 깊은 공감을 하고 갑니다.
올려주신글을 읽고 여러모로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진한 공감으로 괜한 상상을 해봅니다. 윗 글을 영어로 바로 번역해 리스팀으로 쫘악 뿌린다. 그러나...그러나.... 역시 제 상상은 언제나 대책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다른 나라 커뮤니티와도 활발하게 소통하는 순간이 오길 바랍니다.

마켓과 관련해서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네요. 공감가는 좋은 의견 잘 봤습니다.

잘 정리해 주신것 같아요

이 모든 것들이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감합니다.

공감합니다

의견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역시..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의견정리를 탄탄하게 해주셨네요.

토론회 기간중엔 사회자신분으로 찬반중 어느한곳에 공감할수없어 사견을 적진못하지만, 의견 개진방식이나 이번 사건을 보는 관점에 있어 존경심을 느낍니다!

개선되야할 것이 너무 많네요.. kr-market에서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kr-market에 대한 의견이 참신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방식이 마냥 좋다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보상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까요 흠... 어렵습니다 ㅠㅠㅠㅠ

개인적으로 공산품의 중간유통은 없길 바라며 중고거래, 수공예 등은 보팅이 일어나기 이전에 판매자가 가격을 공지하고, 경매의 형식을 빌린다 하여도 모금액을 통한 환급은 배제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vimva님 생각과 같습니다. kr-market은 무조건 좋은거다 라는 기존의 생각이 @kmlee님의 글을 읽고 깨지게 되었습니다. 냉장고1/2/3/4와 통신사의 진입예등은 생각치도 못했네요. 정말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걸 세삼 느낍니다.

그리고, 너무 좋은 글이라 꼼꼼히 읽다보니 다음과 같이 빠진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의미도 글에 -> 의미도 없는 글에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견 대다수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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