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표절, 균형의 어려움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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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립니다. 그의 다사다난한 인생사, 성격적 결함, 기행까지 모두 천재성의 증거로 여겨지지요.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발명가가 아니라 사업가일 뿐이며 많은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Picasso had a saying,'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and we have always been shameless about stealing great ideas.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복사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 Steve Jobs

이들에게 이 연설은 스티브 잡스가 Xerox PARC(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아이디어를 훔쳤음을 고백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PARC에 대해 잠깐 부연 설명하면, PARC는 제록스가 설립한 연구소입니다. 개인용 컴퓨터(PC), 마우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유비쿼터스, 이더넷, GUI(Graphical User Interface) 등의 아이디어가 탄생한 곳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직원들은 PARC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는데 여기서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I was so blinded by the first thing they showed me, which was the graphical user interface. I thought it was the best thing I’d ever seen in my life
저는 그들이 처음으로 보여준 GUI에 눈이 멀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Steve Jobs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에 별로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한 이야기는 변명처럼 이어지며 동시에 매킨토시 개발자인 Andy Hertzfeld의 발언도 인용하겠습니다.

What we saw was incomplete, they’d done a bunch of things wrong
우리가 본 것은 불완전했으며, 그들은 많은 것들을 잘못하고 있었습니다. - Steve Jobs

Maybe in the very broadest sense we were inspired by Xerox. But literally no code was taken, I mean not a single line of code.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Xerox에 영감을 받았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코드는 단 한줄도 도용하지 않았습니다. - Andy Hertzfeld

재밌는 점은 스티브 잡스는 이후 다른 회사가 자사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했다는 것이겠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간의 유명한 대담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늦어도 1982년에는 매킨토시를 출시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협력관계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을 체결하며 1984년 전에 애플을 제외한 회사에 GUI를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지 않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는 1년의 유예기간을 가지려고 한 것인데 매킨토시의 출시가 늦어지며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매킨토시에 앞서 시장에 출시 됩니다. 화가 난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를 호출했서 추궁했고, 빌 게이츠는 이처럼 대답했다고 합니다.

Well, Steve, I think there’s more than one way of looking at it. I think it’s more like we both had this rich neighbour named Xerox and I broke into his house to steal the TV set and found out that you had already stolen it.
글쎄요. 다른 관점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건 내가 Xerox라는 우리의 부유한 이웃의 집에 침입해서 TV를 훔치려고 했는데 당신이 이미 훔쳐갔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년 전,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 사건은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으로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전쟁으로 이어졌죠. 만약 이건희가 "Great artists steal"이라 했다면 잡스의 표정이 어땠을 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 글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스티브 잡스가 그저 표절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업가일 뿐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아이디어를 차용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Xerox는 복사기 사업에서 충분한 성공을 거두고 있어, PARC의 시제품들을 상용화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만약 이들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만 있었다면 IT 기술의 발달은 굉장히 늦어졌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들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면 Xerox는 복사기의 대명사가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나아가 IT의 대명사처럼 여겨질 수 있었겠죠.

저작권은 이처럼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나 물리적으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모티브를 차용한 경우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만약 저작권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후발 주자의 진입이 불가능해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현과 기존 아이디어와의 결합을 방해하고, 선발 주자의 시장 장악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반대로 저작권 개념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아무도 돈과 노력을 투자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겠죠. 그저 남들이 만들어놓은걸 도용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 모든 문제는 균형에 달려있습니다. 완전한 자유를 위해 세금을 없애고 복지제도를 폐지한다면 인간사회는 야생 그대로의 약육강식 사회가 될 것입니다. 국가가 무너지고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는 힘을 잃습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해치겠죠. 법과 제도가 유지될 수 없으며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자유를 추구한 결과 자유를 잃습니다. 그 반대의 사회를 향한 시도가 어떻게 평등을 해쳤는지는 말 할 필요도 없죠.



어떤 글을 써도 역설과 양극단 사이의 균형을 주장하며 마치곤 하는걸 보면 정말 이 문제를 좋아하긴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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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funny because Bill Gates did the same thing. Bought DR-DOS from his colleague for a few hundred dollars and then took it to IBM and then Microsoft was on like 90 percent of all computers in the world.

Had to written this with English either I think.

Long story short, this post is about that we have to keep balance between copyright and motivation. If Apple didn't get ideas from PARC, we wouldn't have ideas of GUI, PC and others. So I think, as Jobs says, great ideas have to be stolen.

In further arguments, I think too much power for copyright law will inhibit latecomers to enter. In the other hand, too less power for copyright law will let front runners down. After all, balance is most important.


My English isn't fluent enough. Hope you can understand what I say and what I want to say.

말씀 해주신것 처럼 잡스는 자신이 정한 원칙대로 행하다가도 어떨때는 거스르기도 하네요.
위대한 리더가 가진 양면성이라고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오래토록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디어를 도용한 나쁜 기업, 애플은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걸 생각하면 굉장한 아이러니죠.

저 steal 이라는게 언제 하냐에 따라 다른 말이겠네요.
범죄의 steal 이라기 보다는 영감을 받았다는 말을 steal이라고 한 것일텐데, 저작권 소송중에 말을 하면 도발이죠 ㅎㅎ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남기지 않았습니까. Xerox가 애플을 상대로 패소한걸 보면 법원도 그리 생각한 것이겠지요.

실제로 애플이 Xerox의 시제품과 다르게 발전시킨 것도 많구요. 하지만 PARC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매킨토시는 탄생할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상품에서 영감을 얻은 다른 기업을 고소하는 행태는 감탄고토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죠.

스트브잡스의 천재성과 획기적인 아이디어 능력만을 부각시킬 뿐, 그의 표절능력에 대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지요.
아마도 대부분의 천재들 역시 완전하게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기존의 것을 어느정도 차용하고 바꾸고 또 차용하고 바꾸고 하는과정에서 전혀 엉뚱하면서 기발하게 보이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본문에서도 이야기했듯, 재창조의 가치를 존중하여 저작권의 힘을 줄이면 선발주자들이 계속해서 창조를 이어갈 동기를 잃어버리죠. 그 반대로 저작권에 너무 힘을 실어주면 재창조가 일어나지 않아서 사회 발전에 굉장히 큰 제약이 될 것이구요. 독점의 위험까지도 있지요.

답변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걸 더 발전시키는 건 광장히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영감을 받은 것이냐, 어느 정도 차용한 것이냐의 문제도 있겠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만일 영감을 받았다면, 그것에 대해 숨기고 혼자 다 생각해낸 척 하지 말고 영감을 받았다고 솔직히 밝히는 게 좋아보여요. 마치 오마주하듯이요. 혹시 그렇게하면 저작권료나 로열티 문제가 생길까봐 영감받은 걸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 걸까요?
말씀하신대로 양극단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단순 영감을 받은 것 뿐이라는 말을 표절 시비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점차 부정적인 단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잡스가 위대하긴 해도 성격은 거지 같다고 하더군요 ㅎㅎ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도 결점이 있었고요
여튼 저작권이 이상하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한국에선
대기업이 관여할때 그렇게 되더군요
개인의 저작권을 교묘하게 빼앗는거..
좀 제대로 사주면 좋을텐데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본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티브 잡스와 애플, 빌 게이츠도 오리지널이 아닌 아이디어로 성공한 인물들입니다. 빌 게이츠는 최소한 기술자이기라도 했죠.

또한 대기업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제 아버지도 피해자 중 한분이셨구요. 가수들은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표절하고, 작가들은 타인의 문장을 표절합니다. 표절 논문도 무더기로 밝혀져서 논란이 있었죠. 교수는 학생의 아이디어를 강탈하고 공공기관, 공기업이 아이디어를 도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추세입니다. 작가, 음악가들의 표절은 강하게 비난 받고 있으며 이러한 표절 논란이 이슈가 되니 기자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보도합니다. 논문 표절 또한 마찬가지죠. 학위 취소로 이어지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지탄 받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기업들은 공모전에서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할 수 없게 되었구요.

잘 읽구 갑니다 ^^

감사합니다.

혁신 혹은 예술은 모두 기존의 것에 대한 모방에서 시작이 될텐데... 참~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은듯하네요... @kmlee님 말씀처럼 아슬아슬합니다.^^*

네. 딱 자르기가 너무나도 애매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안토니오 메우치와 벨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글이였습니다.
간혹 한참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올라올때 혼자 고민해 볼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지게되어 좋은 글이다 라고 말을 남기고 싶어 보팅과함께 마음을 담아 덧글 몇자 쓰고 갑니다 ^^

PARC의 연구원들이 메우치만큼 삶이 힘들지는 않았다는 점이 참 다행입니다. 중훈님도 기술사에 족적을 남기실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응원이 너무 필요한 때이긴하네요
감사합니다^^

Xerox PARC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거 같아요.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풀어 주시니 새롭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매킨토시 클래식부터 보았기에 ㅎㅎ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디어 도용과 카피의 그 균형은 늘 어려운문제 인거 같아요.
피해를 보는 사람도 알게 모르게 많고요… 회사들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훔치기 위해 사람을 뽑지 않아도 인터뷰를 보기도 합니다. 제출한 아이디어는 아무 소식 없다가 제품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Non disclosure agreement는 회사는 보호 할 수 있어도 개인을 보호하기는 힘들고요. kmlee님 말씀 처럼 아슬아슬한 균형… 그 균형이 정말 중요한에 말이죠… 아… 저 출근해야 해서 ㅋㅋㅋ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발굴단 너무 격무에 시달리시는거 아닙니까? 옛 글 찾아보기도 어려운 구조인데...

Xerox PARC의 Mark Weiser(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의 창시자)가 40대에 단명하는 일이 없었다면 IT 산업의 발전이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더라구요. 인류를 발전시킬 아이디어보다 소비자에게 팔릴 아이디어가 더 가치 있게 여겨지니 아쉽기도 합니다. 저도 아무 말이나 해보았습니다 ㅎㅎ

40대에 단명했어요? ㅠㅠ 천재는 왜 단명하는 사람이 많나요 ㅠㅠ
인류의 발전이 먼저 ^^ 👍

아 ㅋㅋ 저 가끔 다른 분들 포스팅에서도 지난 글들 찾아 읽어요 ㅎㅎkmlee 님 글도 사실 몇 개 찾아 읽은 것들 있었습니다. 댓글을 안 남겼을 뿐이죠 ㅋㅋ

댓글 달아주신 글만 생각해도 '몇개'라 할만한 정도가 아닌걸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흥미로운 글 써 주셔서 제가 감사한 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kmlee 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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