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나 자신의 아이러니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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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독한 결정론자입니다.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성질이 인간성이라 한다면 인간성은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이 될 유전자를 가졌으며, 그러한 성품을 키워낼 수 있는 양육과 교육을 받았고,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었을 뿐입니다. 동물들은 같은 종 안에서도 속이는 개체들과 속는 개체들이 나뉘곤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도 주로 거짓말하는 인간과 속는 인간이 있을 것입니다.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뻐꾸기가 진정 '나쁜' 새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범죄자인 인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범죄자들의 처벌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자가 될 유전자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니며, 반사회적 성향을 제공한 양육과 교육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개인이 범죄자가 되는건 필연이라 생각합니다.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처벌 받는 사회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차별적입니다. 우생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단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외부 환경에 영향 받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감각을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뇌가 강력한 통제 하에 왜곡하여 전달하는 것 뿐임을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 중 몇몇은 저에게서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쉽게 거스를 수 없습니다. 알고 있어도 이토록 뚜렷함을 유지할 수 없는게 의식입니다. 하물며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 하고 있는 외부 자극에서 받는 영향은 얼마나 거대할까요. 그런 자극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평정심이 깨지는 순간을 계속 곱씹으며 이유를 찾습니다. 저는 보통 소리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아무리 인지하고 있어도, 아무리 무시하고 싶어도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소리가 몇가지 있습니다. 아마 소리 외에도 내가 알게 모르게 영향 받는 외부 자극은 끝이 없을 것이며 심지어 무의식이 의식에 끼치는 영향은 끝이 없습니다. 의식적 선택을 자유의지라 한다면 자유의지란 없습니다. 나아가 영향 받지 않는 것을 자유라고 한다면 진정한 자유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자유를 부르짖습니다.

자유의 박탈인 제재가 오히려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나는 사람을 죽일 자유가 없습니다, 내 유전자는 그리 폭력적이지 않은 것 같으며 생애에 걸친 사회화 과정 속에 계속해서 그러한 관념이 강화되었습니다. 나는 사람을 죽이면 자유를 오래토록 크게 박탈당할 것입니다. 그러한 부자유 속에 나는 죽임을 당하지 않을 자유를 얻습니다. 죽음의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일정 부분 누릴 수 있습니다. 나 자신 뿐 아니라, 자유라는 가치부터가 심각한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습니다.


분명 결론을 생각해두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손가락 움직이는데로 써버린 것 같습니다. 뻘글일거면 아예 뻘글이고, 진지할거면 아예 진지하자는 입장인데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되어버렸네요. 뻘글이라는 명분 하에 미완성인 글을 남긴건 아닐까요?

주말에는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친구집에 가서 굴러다녔어요. 정확히는 잠을 잤다고 해야할까요? 한번도 깨지 않고 죽은 것처럼 13시간을 잤습니다. 그러고 일어나서 좀 굴러다니다가 집에 왔습니다. 금요일에 운동도 안 하고 이틀간 먹고 구르기만 했더니 몸이 또 무거워졌네요.

사실 지금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미쳐버리기 전에 잠이나 자야겠어요.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포스트하고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눈이 완전 푹 들어갔더라구요. 얼굴이 완전 피곤에 찌들었어요. 이게 13시간 잔 사람의 얼굴이 도저히 아닙니다. 역시 잠은 중독이라서 한번 자면 계속 자고 싶은게 분명해요... 아니면 밀린 잠이 너무 많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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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뻘글이면 대체 제대로된 글은 뭔가요.. 근데 글을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제게 논술가르쳐 주셨던 s대 교수님이 자꾸 생각나네요. 그 교수님이 항상 저런식으로 주제를 두고 다양한 접근을 하시면서 저희에게 사고의 폭을 넓히는 법을 가르치셨거든요.

혹시 김교수님..?

휴... 제가 이것때문에 라디오에 사연까지 신청했습니다. 대체 어떤 교수님이 길 가다가 아주머니한테 "혹시 고3 아니에요?"라는 말을 듣습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말씀을!

사실 살면서 글을 쓸 때마다 "그렇게 쓰면 안 되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부모님조차도...)이렇게 '교수님'이라는 말까지 듣는게 기분이 썩 나쁘진 않습니다. 스스로도 사고를 글로 옮기는게 너무 어렵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반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도 칭찬은 받지 못 했습니다. 청소년때 백일장에 출품한 글이었나요? 선생이 배꼈거나 대필한 것이 분명하다며 쫓아냈습니다. 아! 칭찬을 받은 적도 있네요. 고등학생때 쓴 반성문이었는데 반성문을 너무 잘 썼다며 몇번이나 수업시간에 소개를 해주시더군요.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음에게 재밌는 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kmlee님의 반성문이 궁금합니다.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에 버금가는 lee변의 글이 아니었을지.. ^^

별 다른 명문은 아니었으나 보통 반성문이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나는 정말 나쁜 일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수준의 반성문이 대부분이라 비교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디가 lee로 끝나는데, 이교수님 아닐까요? :)

처음부터 꼼꼼히 한번에 쭉 읽어 내려가 버렸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글이라고 하셨지만 ㅜㅜㅜ본인께서 생각하시는 그 뻘글에 제가 반에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워야 할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인기분입니다.

@ronepv 님은 표현이 좋으시잖아요. 제 글은 정말 투박해서 제가 읽으면서도 숨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숨 넘어갈 정도로 호흡이 격하고 쉴 틈이 없다보니 한번에 읽어내려 가실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여운이 깊은 표현력도 굉장한 능력입니다. 그저 서로 다른 것이지,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감성을 뽐내주세요!

잠을 푹 잘 주무셔서 글이 술술 잘 나오는가 봅니다. 전 자유의지를 믿고 있고, 범죄자가 되는 게 필연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kmlee님처럼 멋지게 논리적으로 반박할 자신이 없어서 깨갱하고 갑니다. 전 그냥 막 믿는 사람이라.. -_-;;

자유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양육, 교육,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서 나 자신을 형성한다고 보는 이들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지만, 저는 '모든 영향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기에 자유의지란 없다는 것이지요.

가령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화가 났다고 합시다. 화를 내는게 자신의 선택이며 자유의지라 하는게 보편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시끄러운 소리가 내 평정심을 흔들어 놓았으니 그 소리가 감정의 자유를 해쳤고, 그 시끄러운 소리에 반응하는 태도가 평생에 걸쳐 형성되었을 것이기에 순수하게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만약 '자고 있다 소음에 잠을 깨면 소음을 낸 사람을 패죽여도 된다'는 규범이 있었다면 그에 맞춰 행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필연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저와 브리님은 생각하는게 다를거에요. 옳고 다름이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서로 존중하는게 당연하겠죠!

UPVOTED.
very good.
I would be happy if you like to follow me and give your opinion about my posts.
Thanks.

사실상 우리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자유의지가 제한되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선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의 결정적 패턴에 의해서 의식이 그 작용대로 따라가는 것이고, 무의식의 패턴은 오랜 환경적 요인들과 현재의 주변요인에 의해서 가장 최적의 대응방법을 의식으로 올려주는 것이라고 하지요.

맞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양목님이나 제가 형이상적 사유에 대해 깊은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문체가 너무 딱딱하신게 그런 원인이 아닐까요 ㅎㅎ;
댓글에 고3과 교수를 오락가락하는 이유도 그런데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감성이 굳어버린 고3과 교수... ㅎㅎ;

그런데 또 중간 넘어가서 본문을 보면 꼭 그런 건 아니신 듯 합니다.
원하는대로 조절이 어느정도 되시는 것도 같은...

이쯤 되니 저도 제가 뭐라는지 잘 모르겠네요. 다만 @kmlee님의 글도 그만의 멋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 글을 멋 없다 생각한 적은 한 순간도 없습니다. 내 멋에 사는 사람인걸요 ㅋㅋㅋ

오오... 폼생폼사! 멋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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